"나쁜 어른들 참 많아... 좋은 어른 한 명만 있었어도"
[차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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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디어북스가 주최한 이수연 작가의 신작 『오늘은 내가 너에게 갈게』 북토크가 서울 성동구 ‘세이버 앤 페이버’에서 23일 열렸다. 이호빈 편집자와 대화하는 이수연 작가의 모습. |
| ⓒ 공익저널 차종관 |
이수연 작가의 신작 <오늘은 내가 너에게 갈게>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17살 소녀 '시이'의 옆자리에, 엄마가 몸을 던져 지키려 했던 7살 아이의 엄마이자 25살의 미혼모 '은지'가 같은 고등학교 1학년 교복을 입은 복학생으로 나타나며 시작되는 소설이다. 엇갈린 비극 속에서 만난 두 사람이 원망과 슬픔을 넘어, 서로의 상실을 온전히 이해하고 두 손을 맞잡으며 연대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고 흡인력 있는 문장으로 그려냈다.
가혹한 세상에서 깨달은 '좋은 어른'의 조건
이호빈 편집자는 무거운 소설의 설정에 관해 서점 MD들에게 "세계관 자체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탄식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편집자는 "전작에서는 한 화에 한 명씩 사람을 죽이셨는데, 이번엔 적게 죽이셨다. 다음 소설엔 한 20명 죽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자 현장은 일순간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에 이수연 작가 역시 유쾌하게 화답하면서도 진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소설 속 가혹한 설정도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극에 비하면 과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최근 생명의 소멸을 다루는 데 있어 죽음이라는 소재를 너무 가볍게 남발한 것은 아닌지 반성했으며, 앞으로는 필요하지 않다면 삶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죽음을 쓰지 않으려 한다"고 고백했다.
이수연 작가는 이어 17세 방황하는 시이의 서사 속에 자신의 치열했던 십 대 시절이 녹아 있음을 드러냈다. 부모님의 이혼과 가난 속에서 열일곱 살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와, 미성년자 신분으로 통장 하나 개설하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과거였다.
달력에 아무거나 던져서 맞는 날에는 출근을 해야 했을 정도로 지독하게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작가는, 소설 속 시이가 집착하는 헤이즐넛 커피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의 직장에서 처음 맛본 달콤 씁쓸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혼자 살아가다 보니 저를 이용하려는 나쁜 어른들이 참 많았다. 그때 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어른' 단 한 명만 있었어도 삶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어른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상대방의 상황을 자신의 가치관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패한 꿈이 일궈낸 새로운 미래, 그리고 진정한 연대
소설 속 어른들이 시이에게 끊임없이 '꿈'을 강요하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수연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시작해 평생 음악으로 먹고살겠다고 다짐했고, 20대 초반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음악을 그만두었을 때, 당시 시선으로 보면 나는 꿈을 실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진짜 꿈은 '음악'이라는 수단 자체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창작하며 세상과 교류하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작가로서 그 창작을 마음껏 하고 있는 지금의 제 삶이 무척 행복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수연 작가는 소설을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연대'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이 작가는 매주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 봉사활동을 하고, 방글라데시 난민촌을 방문하는 등 사회적 경계에 놓인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그는 "최근 1분짜리 숏폼 영상 등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타인의 인생 전체를 판단하고 혐오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 질환자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 발언을 스스로도 경계하고 있다"며 "내가 저 존재를 완전히 다 알 수 없다는 열린 전제가 있어야만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연대할 수 있다. 당장 세상을 바꾸겠다는 '투쟁'보다는,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리스너'에 가까워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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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디어북스가 주최한 이수연 작가의 신작 『오늘은 내가 너에게 갈게』 북토크가 서울 성동구 ‘세이버 앤 페이버’에서 23일 열렸다. 북토크 현장 전경. |
| ⓒ 공익저널 차종관 |
또 다른 독자는 소설 속 엄마의 희생과 은지의 모성을 보며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과 수많은 형제들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학업을 멈춰야 했던 우리 엄마는,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저 생계를 꾸려가느라 그토록 현실적이고 모진 말을 했던 것은 아닐까 이해하게 되었다"며 "늘 원망하고 싸웠던 엄마의 삶을 이제는 온전히 인정하고 싶어져, 오늘 행사가 끝나면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볼 생각"이라고 전해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게임에만 빠져 있는 중학교 3학년 동생에게 책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하겠다는 독자부터, 병으로 휴학을 한 뒤 25살의 나이에 다시 대학교 재입학을 앞두고 있어 소설 속 은지와 자신의 상황이 겹쳐 보였다며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의 무게를 실감했다는 독자까지, 소설은 이미 각자의 삶 속에서 다채로운 위로로 피어나고 있었다.
저술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빠지지 않았다. 극 후반부 시이가 은지를 만나러 숨이 차도록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장면에 대해 한 독자는 "25살인 은지의 나이를 넘어 26번째 계단까지 오른 것은 나이를 의미하는 은유가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수연 작가는 "원래 나이에 맞춰 25계단으로 하려 했으나, 작가가 직접 계단을 세며 올라가 보니 25개는 생각보다 숨이 차지 않아 26개로 늘린 것"이라는 비화를 밝혔다.
더불어 이 작가는 "원래 26계단을 오른 뒤 시이가 은지와 함께 캔 맥주를 볼에 대는 장면을 썼지만, 청소년 소설에서 미성년자의 음주 장면은 절대 안 된다는 편집자의 만류로 다듬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전해 객석을 웃음으로 물들였다.
세상의 모든 상실에 온기를 불어넣다
북토크를 마치며 이수연 작가는 역동적인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당장 6월 초 스페인 북토크를 시작으로, 6월 중순에는 태국으로 넘어가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돕는 시간을 가지며, 9월부터 12월까지는 이집트 해외 레지던시 파견 작가로 선정되어 대학 강의와 차기작 집필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세이가 아닌 소설 집필에 당분간 전념하겠다는 이수연 작가는 "에세이가 나의 이야기를 통한 공감과 위로였다면, 소설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타인의 삶을 위해 책 안에 '자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라며 "부모를 잃은 아이들, 학교 밖 청소년, 미혼모 등 경계에 선 사람들이 제 소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서로 연대하며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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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디어북스가 주최한 이수연 작가의 신작 『오늘은 내가 너에게 갈게』 북토크가 서울 성동구 ‘세이버 앤 페이버’에서 23일 열렸다. 북토크 현장에 놓인 『오늘은 내가 너에게 갈게』 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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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익저널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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