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목표가 단숨에 뛰어넘은 ‘LG전자’…요지부동 애널리스트들, 왜?

임성영 2026. 5.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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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 모멘텀에 주가 급등…엔비디아 동맹이 트리거
“수급과 심리 맞물린 결과”…목표주가 상향은 ‘고민’
LG전자 최근 주가 추이. 그래픽=임성영 기자

그간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그늘에 가려 소외됐던 LG전자가 뒤늦게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대형주 상한가’라는 진풍경까지 연출한 원동력은 다름 아닌 ‘로봇 모멘텀’이다. 그동안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고질적인 성장성 부재 우려를 ‘피지컬 AI’가 상쇄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의 뜨거운 환호와 달리,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심리가 만들어낸 ‘성장성의 무게’를 정량적인 수치로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LG전자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6만~23만원 선으로, 이미 현재 주가보다 아래 머물러 있다.

2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들어서만 68.2% 폭등했다. 지난 15일에는 장중 26만65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후 단기 숨고르기를 거친 후 21일에는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직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코스피 8000 안착을 앞두고 시장 전반의 포모(FOMO·소외공포증) 심리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그간 철저히 소외됐던 대형 가치주인 LG전자로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다.

피지컬 AI 모멘텀에 주가 급등…엔비디아 동맹이 트리거

분위기를 반전시킨 기폭제는 엔비디아와의 고도화된 ‘로봇 동맹’이다. 빅테크들의 반도체 랠리 이후 다음 주도주를 찾던 시장의 눈에 LG전자가 포착됐다.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 ‘아이작(Isaac)’에 LG전자의 차세대 홈 로봇 ‘LG 클로이(CLOi)’를 접목하는 협력이 구체화되고, 젠슨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가 직접 LG전자 본사를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묶여 있던 투심이 폭발했다.

주가 랠리가 가팔라지면서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제시한 목표주가도 단숨에 추월당했다. 현재 주요 증권사의 LG전자 목표주가는 16만~23만원 수준이다. 하나증권이 지난 14일 목표주가를 기존 16만원에서 23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가장 공격적인 눈높이를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현재 주가(23만 7000원)를 밑돈다. 나머지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가는 여전히 20만원 아래에 머물러 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전사적인 원가구조 개선, 마케팅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이익 체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로보틱스 관련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판단했다. 눈에 보이는 펀더멘털 개선에 로봇 신사업 기대감이 더해졌다는 평가다.

“수급과 심리 맞물린 결과”…목표주가 상향은 ‘고민’

문제는 로봇 사업 부문에서 아직 구체적인 실적이 찍히지 않았음에도 투자자의 기대감이 비이성적으로 커지면서 주가가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실적 추정치를 정해진 로직에 대입해 목표가를 산정하지만, 지금처럼 폭발적인 ‘투자 심리’와 수급은 수식에 대입할 수가 없다. 숫자가 감정을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오버슈팅 구간’인 셈이다.

한 증권사 LG전자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급등은 수급과 심리가 맞물린 결과”라며 “로봇 모멘텀에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자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손실을 막기 위한 주식 환매수)까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주가를 밀어 올리는 상승 사이클이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목표가 산정에는 엄격한 수치적 정당성이 필요한데, 지금의 투심을 밸류에이션 모델에 억지로 대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기관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것을 두고도 냉정한 해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기관은 LG전자를 1938억원 순매수했다. AI 반도체 대장주들을 이미 포트폴리오에 가득 채운 기관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는 대형 대안주로 LG전자를 선택했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충분히 담은 상황에서 코스피 내 비중이 크고 밸류에이션이 대단히 저렴했던 LG전자가 매력적인 타깃이 됐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인 추가 상승을 위해선 결국 실제 ‘숫자’로 증명되는 스토리가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가정용 로봇은 상업용 로봇보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훨씬 까다롭기 때문에 실제 안방에 침투해 매출로 찍히기까지는 시장의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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