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시장’서 주문하면 다 된다”...우크라 드론 혁신의 비밀 [Focus 인사이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6일 기준으로 4년 3개월 이틀이 지났다. 우크라이나는 13일 현재 전체 국토의 12%에 달하는 약 7만5400㎢를 러시아에 빼앗겼다. 그러나 미국의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자국 영토 약 117㎢를 되찾았다. 지난 3월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조금씩 밀리는 추세가 이어진다고 한다.

이처럼 약소국 우크라이나가 강대국 러시아를 4년 넘게 끝까지 물고 있다. 미국 등 서방권의 지원, 우크라이나 국민의 단결, 러시아의 무능 덕분이기도 하지만, 전장의 새 주역으로 등장한 드론에서 우크라이나가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드론의 가치를 먼저 발견한 나라가 우크라이나였고, ‘공중 포병’으로서의 쓰임새도 우크라이나가 정의했고, 드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무인장비군(SBS)도 우크라이나가 세계 최초로 창설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어떻게 드론으로 러시아를 압도하고 있을까. 그 답을 찾으러 올레나 크리자니브스카를 만났다. 그는 우크라이나 출신 언론인으로 현재 캐나다에 머물면서 ‘우크라이나 무기 정보(Ukraine's Arms Monitor)’를 운영하고 있다. 크리자니브스카가 혼자 기사를 쓰고, 사이트를 관리하는 비정부·비영리 1인 미디어다. 우크라이나의 전황과 방위산업을 다루면서 드론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도 발행하고 있다. 그가 우크라이나 현지의 다양한 취재원과 소통하면서 얻은 발 빠르고 정확한 소식은 로이터 등 주요 매체도 인용하고 있다. 원래 그는 중국의 군사 혁신을 연구하는 연구자다.
Q : 당신은 회복력 있는 공급망(Resilient Supply Chains)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떻게 구축해야 하나.
A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드론 제조에서 여전히 중국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영구자석 같은 핵심 원자재는 대체가 어렵다. 결국 핵심 광물(희토류) 문제다. 우크라이나도 많은 광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점령지에 있다. 부품 공급망 다변화가 중요하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부터 공급받도록 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엔 최소 100개 이상의 부품 제조 기업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부품 제조 허브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대체 부품은 더 비쌀 수 있다.
Q : 대안은 있나.
A :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품 도서관(Library of Components)’이라는웹사이트를 열어 모든 생산자, 부품, 소프트웨어 등 정보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제조사가 제공하는 모든 사용 가능한 부품을 여기서 검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카메라나 배터리 같은 부품이 필요한 생산자가 있다면, 이 라이브러리에서 누구와 연결할 수 있는지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용사의 시장(Brave1 Marketplace)’이라고 들어봤나.
Q : 처음 듣는다.
A : ‘전쟁용 아마존(Amazon for War)’이라고 불리는 앱이다. 휴대폰으로 접속해 이용 가능한 장비들을 바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대급에서 이 앱을 통해 직접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 주문하면 사흘 안에 최전선까지 배송한다. 관료주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장병과 제조업체는 메신저로 직접 소통한다. 제조업체는 고객(장병)의 요구사항을 바로 개선해 반영할 수 있다.

아쉽게도 ‘부품 도서관’과 ‘용사의 시장’은 폐쇄형이라 한국에서 접속할 수 없었다. 크리자니브스카는 대신 ‘용사의 시장’ 사이트 캡처 사진을 보여줬다. 아마존과 비슷한 구성인데 상품 대신 무기가 진열된 게 차이점이었다.

Q : 단점은 없나.
A : 하지만 ‘기술의 동물원(Zoo of Technologies) 현상이 일어난다. 표준화 부족이다. 수백 개 기업이 제각각 다른 시스템을 만들다 보니 드론 종류가 너무 많다. 우크라이나 병사조차 처음 보는 드론이 적 드론인지 아군 실험용 드론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격추하는 경우가 일어난다.
Q : 드론이 몇 종류인가.
A : 우크라이나 하늘에 날아다니는 드론이 1000종이 넘는다. 지난해에만 500종 이상의 드론이 공식 인증 절차를 통과했다.
Q : 드론에 대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차이점은
A : 러시아는 대기업의 대량 생산 체제다. 그래서 빠른 변화에 대응이 늦다. 우크라이나는 작은 스타트업 위주다. 5~10명이 일하는 차고 수준(garage level)의 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작은 규모라도 생산하면 전부 전선에서 바로 쓰이기 때문에 시장이 돌아간다.
크리자니브스카는“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태계도 표준화 방향으로 간다. 너무 다양한 시스템은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기업간 인수합병도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Q : 인공지능(AI)은 드론에 얼마만큼 활용하나.
A : 우크라이나에도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이 있다. 다만 아직 완전 자율 AI보다는 표적 확인과 같은 AI 보조 기술 수준이다. 기대만큼 빠르게 전장에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장병 중 AI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위장복을 입고 덤불처럼 숨어 있는 저격수는 인간만 알아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AI는 민간인 차량과 적 차량을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 조종사는 차량 움직임만 보고도 적 차량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여전히 인간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Q : 드론과 관련해 우크라이나가 배운 교훈이 있다면.
A : 우크라이나의 교훈은 단순히 장비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드론 운용 인력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 전장은 완전히 투명해졌다. 상공에서 모든 것이 보인다. 많은 서방 군대는 아직 그 현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Q : 한국과 협력은.
A : 우크라이나는 한국과의 협력에도 매우 관심이 많다. 한국은 첨단 방산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다층 방공방에 집중하고 있다. 요격 드론을 전자전, 지대공 시스템과 통합했다. 이런 경험을 우크라이나가 한국에 제공할 수 있다.
이철재 국방선임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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