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줄고 고정비는 늘고… 건물 있는 교회까지 흔들린다
새로고침(F3)- 재정(Finance)
<1> 사례비 지급도 어려운 교회
연중기획 ‘새로고침(F5) 환대의 공동체로’의 세 번째(F3) 재정(Finance)에서는 헌금 감소로 교회의 모든 사역이 중단되는 안타까운 현실과 해법을 모색해 본다.

재정난으로 휘청이는 교회가 늘고 있다. 지방 소도시의 미자립교회 이야기가 아니다. 교인 고령화, 3040 세대의 이탈, 건축 후 고정비용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서울 도심의 건물이 있는 교회들마저 목회자에게 사례비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있는 서울 성동구의 A교회는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도심에 있고 주변에 비교적 최근에 지은 아파트가 많아 교세 성장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개발 전부터 다니던 교인 중 상당수는 새 아파트에 입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먼 곳으로 떠났다. 그나마 아파트에 입주한 몇몇 교인들이 교회에 남았지만, 이제는 고령으로 헌금 생활이 여의치 않다. 새로 이사 온 주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원래 다니던 교회에 출석하면서 재개발로 인한 성장 기회도 잃었다. ‘재개발→교세 성장 공식’이 깨진 셈이다.
총면적 1652㎡의 단독 건물이 있는 이 교회는 담임목사 사례비를 안정적으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담임인 B목사는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사례비를 띄엄띄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난이 심각해지자 교회는 재정 지출 순서를 정했다. 관리비와 부교역자 사례비가 우선이고 마지막이 담임목사다.
B목사는 “교회 관리비만으로 매달 400만원 가까이 나가다 보니 어떨 때는 차라리 상가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한다”면서 “가장 안타까운 건 교육과 선교 책임을 감당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에어컨과 승강기도 15~20년 사용하면 교체해야 하고 옥상 방수 공사도 4~5년이면 해야 하는데 사실 막막하다”면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보니 늘 가슴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이 교회에서 2㎞ 남짓 떨어진 C교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여년 전 강남구에 있던 교회에서 200여명이 나와 개척한 뒤 초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고 교인들의 헌신도도 높았다. 하지만 그사이 초창기 교인 대부분이 고령으로 연금 생활자가 됐고 새 교인 유입도 없다 보니 교회는 활력을 잃었다. 이 교회는 수년째 담임목사 사례비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지만 뾰족한 해법이 없다.
한국교회의 재정 압박은 통계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한국교회 헌금 실태와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교회들이 처한 재정난을 엿볼 수 있다.
조사 결과 전체 교회 월평균 헌금 수입은 2353만원으로 나타났지만, 정중앙에 있는 중윗값은 700만원에 불과했다. 중대형 교회가 전체 평균을 크게 끌어올린 착시 현상이다. 실제로 교인 500명 이상 교회의 월평균 수입은 1억7500만원에 달했으나 29명 이하 교회는 265만원에 그쳤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교회 재정은 사역보다 생존에 먼저 쓰이고 있다. 목회자의 62%가 재정 우선순위로 ‘교회 운영 및 유지’를 꼽았고 실제 재정 지출에서도 이 항목이 70%를 차지했다. 소형 교회일수록 선교나 교육보다 당장 예배당 유지가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서울 양천구의 D교회 E목사는 상가에서 개척 후 성도가 늘자 예배당을 다음세대 공간으로 꾸미고 장년 교인들은 인근 카페를 빌려 예배를 드렸다. 카페 예배가 장기화하자 성도들의 불편이 커졌고 E목사는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심 끝에 4층 건물 매입을 추진했으나 결단의 대가는 가혹했다. 그는 “무리한 교회 매입 과정에 교인 이탈까지 겹치면서 남은 교인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며 후회했다.
지난해 반년 가까이 사례비까지 반납했던 E목사는 “추가 대출을 받으면서 간신히 한숨 돌렸지만 결국 언젠가 갚아야 할 또 다른 빚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규모가 작은 교회일수록 전체 재정에서 건물 유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다”며 “단순히 버티는 것을 넘어 교회가 본연의 사명인 선교에 재정을 쓰지 못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고정비 부담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대안으로 공간 공유와 대안적 교회 개척을 제시했다. 그는 “개척 단계부터 전통적인 상가 임대 방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주일에만 빌려 쓰는 ‘공유 교회’나 평일에 도서관·카페 등으로 지역 사회 거점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교회의 통폐합 역시 생존을 위한 수동적 선택을 넘어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재정 적자나 은퇴 목회자 전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회 합병 사례가 적지 않다”며 “건강하고 발전적인 통폐합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창일 박효진 손동준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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