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주님 내 안에

2026. 5. 2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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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4장 8~21절


교구 목사로 사역할 때 몇 주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성도가 있었습니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 구역장과 심방을 갔는데 마침 그분의 삶에 감당하기 어려운 풍파가 휩쓸고 지나간 후였습니다. 그분이 눈물을 흘리며 했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나님을 한 번만이라도 직접 보고 싶어요. 그러면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역시 ‘하나님을 한 번이라도 보거나 그분 음성이 내 귀에 들린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오늘 본문엔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한 제자가 나옵니다. 빌립입니다. 그는 하나님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시면 족하겠다고 합니다. 예수님과 나눈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한 간절한 부탁입니다.

요한복음의 저자 요한은 복음서 기자 중 유일하게 이런 빌립에게 주목합니다. 빌립에 관한 내용은 복음서 중 요한복음에만 나오는데 여기서 요한의 기가 막힌 안배 능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1장에서 빌립은 의심하는 친구 나다나엘에게 “와서 보라”는 담대한 선언을 합니다. 그러나 6장에서는 믿음보다 계산이 앞선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오늘 본문에 이르러서는 하나님을 눈앞에 보여주면 믿을 수 있겠노라고 합니다.

이런 빌립에게 예수님은 “나를 본 자는 내 안에 계신 내 아버지를 본 것”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빌립은 예수님이 베푼 기적의 현장 한가운데 있었음에도 여전히 깨닫지 못합니다. 이런 빌립에게서 우리 모습을 봅니다. 인간은 누구나 기적을 바라고 꿈꿉니다. 병든 자가 완치되고 죽은 자가 살아나는 정말 놀라운 기적을 볼 수 있다면 평생 죽기까지 헌신하며 온전히 살아갈 자신이 있으십니까. 불가능할 것입니다. 빌립은 이런 우리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다른 제자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빌립과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한 가지를 약속합니다.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니 그는 진리의 영이라 세상은 능히 그를 받지 못하나니 이는 그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이라 그러나 너희는 그를 아나니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16~17절)

예수님은 “아버지를 보여달라”는 제자의 요청에 “그 아버지가 너희 안에 임할 것이며 너희와 세상 끝날까지 함께할 것”이란 놀라운 선언으로 답하십니다. 이는 사도행전 2장에서 일어날 ‘성령 강림 사건’에 대한 예언이며 우리에게 부어줄 성령 충만의 약속입니다. 예수님의 약속대로 우리 안에 성령이 계시기에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동행하고 교제하며 믿음으로 승리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이란 은사의 향연이나 일순간의 강렬한 영적 체험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성령 충만이란 내 안에 가득 부어진 보혜사 성령의 사랑 가득한 위로와 십자가의 은혜로, 하나님을 전 존재로 느끼며 주님의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그분을 바라고 소망하는 자에게 주님은 그 성령을 부어주십니다. 오직 성령으로 가득 찬 하나님의 사람으로, 험하고 병든 이 세상 가운데 온전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며 확장하는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되길 축원합니다.

정의식 목사(경남 김해교회)

◇김해교회는 1894년 윌리엄 베어드 선교사에게 복음을 들은 배성두 장로가 자신의 한약방에서 예배를 드리며 시작됐습니다. 올해 132주년을 맞는 한강 이남 최초의 자생교회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자생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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