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은 바짝 눈은 뻑뻑… 3개월 이상땐 류마티스내과 찾아야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쇼그렌 증후군
곽승기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최근 10년 새 등록 환자 배 이상 증가
90% 이상이 여성… 50·60대에 집중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이행 위험
인공 눈물과 물 없이 일상생활이 불편하다면 의심해 봐야 할 것이 ‘쇼그렌 증후군’이다. 안구 건조증과는 차이가 있다. 단순히 눈 뻑뻑함을 넘어 모래가 들어간 느낌이거나 눈이 타는 듯 아프다거나 오후만 되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증상이 3개월 넘게 지속되면 안과가 아닌 류마티스내과를 먼저 찾아야 한다. 또 입이 조금 마른 정도가 아니라 밤에 물병 없이 잘 수 없다거나 과자나 빵을 물 없이 삼키기 힘들 경우,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는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마찬가지다.
쇼그렌 증후군은 과거엔 유병 인구 2만명 이하의 희귀질환 범주에 들었지만 최근 10년 새 등록 환자가 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 기준 국내 환자는 3만51명이다. 질환 자체가 늘었다기보다 건강검진이 활성화하고 질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진단되지 않았던 환자들이 의료 체계 안으로 들어온 측면이 크다. 최근 유럽학회를 중심으로 ‘쇼그렌 증후군’에서 ‘쇼그렌병’으로 이름을 바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제쇼그렌병 명명 태스크포스(TF)에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참여한 곽승기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25일 “증상·징후로만 규정되던 애매모호한 증후군에서 원인과 병리 과정이 명확히 설명되는 쇼그렌병으로 바뀌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곽 교수에게 쇼그렌 증후군의 국내 동향과 최신 치료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중장년 여성에서 발생이 잦은데, 왜 그런가.
“쇼그렌 증후군은 자가면역질환(체내 면역 시스템 오류로 정상 세포를 공격해 발생) 중에서도 류머티즘성 관절염, 전신홍반루푸스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하다. 국내 환자의 90% 이상이 여성이고 특히 50·60대에 집중된다. 폐경 전후 호르몬 변화 탓이다.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 면역 균형이 무너지고 눈물샘·침샘 같은 외분비샘이 자가 면역 반응에 취약해진다. 유전적 소인과 엡스타인-바, C형 간염 등 일부 바이러스 감염이 면역 이상을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보고도 있다.”
-일반 건조증과 어떻게 구분되나.
“일반 건조증과 초기 증상이 매우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중요한 기준은 기간과 정도다. 눈과 입의 건조감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인공 눈물과 물 없이 지내기 힘들 정도면 쇼그렌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구강 증상은 단순 갈증과 다르다. 입안이 끈적이고 혀가 갈라지며 빵, 과자를 씹기조차 어려울 만큼 침이 마르는 경험을 한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눈 증상도 마찬가지로 단순 건조감을 넘어 이물감과 작열감, 통증이 동반되거나 오후로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에 만성 피로, 관절통, 피부 건조, 손 저림, 겨울철 손끝이 하얗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건조증으로 넘기지 말고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류머티즘 인자(RF) 혹은 항핵항체(ANA) 양성이 나와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
“시간이 지나며 전신홍반루푸스나 전신 경화증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이행되는 경우도 있는데,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정기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눈물 분비가 줄면 각막 손상이나 반복적인 안구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전신 염증이 동반되면 관절염, 혈관염, 신경병증 폐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폐에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는 ‘간질성 폐질환’은 마른기침과 호흡 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지나친 공포를 갖기보다 정기 추적 관찰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암인 림프종 위험이 높다는데.
“만성적인 B세포 과활성화 때문이다. 침샘과 눈물샘 염증이 지속되면 B세포가 장기간 자극받고 일부에선 비정상 증식이 발생해 림프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쇼그렌 증후군 환자의 림프종 발병은 일반인보다 10~44배 높다고 보고된다. 가장 흔한 게 침샘에 생기는 ‘말트 림프종’이다. 침샘이 반복적으로 붓거나 한쪽 침샘이 오래 지속적으로 커져 있는 경우, 원인 모를 체중 감소나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 꼭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
-표적 치료제 개발 소식이 들린다.
“기존 치료가 증상 완화와 염증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최근 개발 중인 표적 치료제는 질환의 핵심 면역 이상 자체를 조절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중요 병인인 B세포 과활성화를 직접 조절하는 약제들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이아나루맙’은 글로벌 임상 3상을 끝내고 조만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건선에서 효과를 입증한 ‘JAK 억제제’도 쇼그렌 증후군에 시도되고 있는데, 전신 염증 억제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건조 증상 자체에 대한 개선 효과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향후 임상 결과가 관심을 끈다.”
곽 교수는 “이런 표적 치료제들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단순히 마른 증상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진행 자체를 조절하는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침샘 부종, 관절염, 폐질환 등 전신 침범이 심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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