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약은 ‘보조’… 스케일링·치과 치료 대신할 수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약을 좋아한다. 피곤하면 드링크 한 병, 속이 불편하면 소화제 한 알, 감기 조짐만 보여도 약부터 찾는다. 그래서일까. 치과 문제도 가능하면 치과 의자에 눕지 않고 약이나 식품으로 해결하려 들곤 한다. 솔직히 필자도 치과 의사이지만 치과 치료가 무서운 분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치료 없이 좋아질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TV를 켜면 유명 연예인이 나와 잇몸약 광고를 한다. 잇몸이 붓고 피가 나고 치아가 흔들릴 때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일부 성분은 잇몸 염증 완화나 출혈 감소에 보조적으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보조’다. 잇몸병의 주범은 치아와 잇몸 사이에 붙어 있는 세균막과 치석이다. 쉽게 말해 손에 가시가 박힌 것과 같다. 좋은 약을 먹은 덕에 가시가 저절로 녹아 없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시는 빼야 한다. 소독약도, 먹는 약도, 영양제도 가시를 대신 뽑아주지는 못한다. 다만 가시를 뺀 뒤 상처가 낫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잇몸약을 먹고 피가 덜 난다고 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통증이 줄었다고 충치가 없어진 게 아닌 것과 같다.
자일리톨도 마찬가지다. 자일리톨은 충치균이 좋아하는 설탕과 다르다. 충치균 입장에선 밥인 줄 알고 먹었는데 영양가 없는 풀을 씹은 셈이다. 그래서 산을 덜 만들게 된다. 껌으로 씹으면 침 분비를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일리톨을 먹으면 충치균이 다 죽나요?’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풀을 얼마나 먹어야 죽을까. 풀을 많이 먹기도 어렵고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부터 난다. 실제로 자일리톨은 과량 섭취하면 복부 팽만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충치균을 박멸하려고 자일리톨을 들이붓다가는 치아보다 장이 먼저 항의할지도 모른다.
결론은 분명하다. 잇몸약은 스케일링과 잇몸 치료를 대신할 수 없고 자일리톨은 칫솔질과 불소 치약을 대신할 수 없다. 치과 문제는 약으로 미루는 순간 커진다. 가시는 우선 뽑아야 한다. 잇몸약은 가시를 빼주는 약이 아니라, 가시를 뺀 뒤 회복을 돕는 조연이다. 자일리톨도 충치균을 몰살시키는 무기가 아니라, 단것이 생각날 때 고를 수 있는 똑똑한 간식이다. 잇몸은 약으로 버티지 말고 단맛은 자일리톨로 달래자. 그것이 잇몸과 치아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지혜다.
임지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장·건강수명5080국민운동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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