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로 ‘마운자로 원정’… 영상통화로 진료받고 호텔서 약 받는다

신주은 2026. 5. 26. 02:1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리 강화에도 불법 반입사례 여전
비대면 예약법·구매후기 공유 활발
韓보다 저렴… “기내로 갖고 들어와”
식약처 “부작용 피해 구제 못 받아”
일본의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이트에 25일 ‘진료부터 상담, 처방, 배송까지 모두 한국어’ ‘일본 정품 마운자로, 저렴하게 구매하세요’ 등의 문구가 쓰여져 있다. 최근 온라인상에는 일본에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처방받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화면 캡처


“마운자로 일본 가격” “오사카 처방” “내돈내산 후기”

최근 온라인상에는 일본에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처방받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비만치료제 해외 구매·반입 규제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여행 중 약을 처방받아 들여오는 ‘비만약 원정’은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상에는 일본 병원 정보부터 예약 방법, 가격 비교, 구매 후기까지 상세한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게시글마다 “병원 정보를 알고 싶다” “국내 반입 방법이 궁금하다” 등을 문의하는 댓글이 수백개씩 달릴 정도로 관심도도 높다.

일본에서 마운자로를 구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현지 병원이나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한 영상통화 진료만으로 처방이 가능하다. 이후 호텔 프런트나 택배 영업소에서 약을 수령하면 된다. 일부 업체는 “라인(LINE)·카카오톡 진료 가능”, “진료비 무료”, “한국어 통역 지원” 등을 내세우며 한국인 관광객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이 해외 구매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국내에선 마운자로 최저용량인 2.5㎎ 4주분이 ‘성지’로 불리는 종로5가 약국 기준으로도 약 29만원 수준에 판매된다. 반면 일본에서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같은 용량 제품을 2만엔(약 19만원) 이하 수준에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국가마다 제도와 시장 환경이 다른데, 일본은 비만치료제가 급여 대상이라 공급가격대가 비교적 낮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에서 아직 출시되지 않은 12.5㎎·15㎎ 고용량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원정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처럼 일본 원정 구매는 가격이 저렴하고 처방 문턱이 낮아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당뇨·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 사용이 권고된다. 그러나 한 현지 비대면 업체는 “비만 기준이 안 돼도 처방이 가능하냐”는 문의에 “BMI 18 이하인 경우엔 처방이 어렵다”고 답했다. 정상 체중 범위도 처방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국내에선 제한된 비대면 진료 방식으로 처방이 이뤄진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12월부터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의 비대면 처방을 제한했다. 잘못된 처방과 이로 인한 오남용 우려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였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 직구와 원정 구매가 잇따르자 지난해 식약처는 비만치료제를 ‘유해 통보’ 대상으로 포함해 해외 배송과 여행자 휴대 반입 관리를 강화했다. 여행자 휴대 반입이나 직구는 어렵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상황에도 의료기관 진단서를 첨부해 관할 시·도 또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수입요건확인면제를 승인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그러나 여전히 승인 받지 않은 반입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마운자로를 구매해왔다는 A씨는 “들어올 때 위탁 수하물로 부치면 걸리지만 기내로 들고 오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요즘은 더워서 보냉백이 필수”라고 귀띔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금지는 아니고 요건을 맞추면 반입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여행객 짐을 모두 검사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직구는 엑스레이를 돌리고 있어 적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비만치료제는 의사 처방 아래 적절히 사용하더라도 설사, 구토, 급성 췌장염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도 단순 체중감량 목적으로 이용되는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복지부와 식약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마운자로는 단계적으로 용량을 높여 사용하는 약물인 만큼 환자 상태와 부작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해외에서 일회성 처방을 받을 경우 적절한 관리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용 중 피해가 발생해도 의약품 부작용에 따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없는 등 법적인 보호가 어려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