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인공지능 시대 생존법

이익 배분 요구 봇물처럼 터져
노동가치보다 자본가치 높아져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
경영자와 노동자, 주주 등
과실 나누기 사회적 논의 필요
“기술 발전으로 인간은 고된 노동에서 해방되겠지만 제도적 준비가 없다면 대량 실업과 양극화라는 지옥을 맛볼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이 1995년 ‘노동의 종말’에서 예견한 내용이다. 인공지능(AI) 혁명을 겪는 지금의 모습과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3㎏ 소형 냉장고를 번쩍 들어 옮기고 공중제비돌기는 물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영상을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에 2만5000대 등 2028년까지 연 3만대 이상 배치될 예정이다. SF 영화 속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다.
인간의 질문에 답하고 자료를 찾아주는 챗봇시대를 지나 스스로 추론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미국에선 대량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AI 확산으로 5년 내 화이트칼라 사무직 일자리의 50%가 사라지고 실업률이 10~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지컬 AI’(로봇)가 노동자를 대체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대차 노조 등이 반발하고 있다. 19세기 1차 산업혁명 당시 생존권 위협을 느낀 영국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며 저항했던 ‘러다이트 운동’에 빗대어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이지만 그렇다고 거대한 쓰나미를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국가경제를 위협했던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파업은 피했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단순 노동을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노동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인간은 수일 걸리는 일을 단 몇 분 만에 AI가 해낸다. 국내 주요 대기업도 마케팅, 시스템 유지관리, 보안, 영업관리, 인사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고 있다. AI에 위협받지 않는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인간 실수나 파업으로 인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산업현장의 로봇 투입은 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노동의 가치가 사라지고 자본의 가치가 높아진 세상에서 노동자는 생존 위협을 받게 되고 부의 불평등은 심화될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오는 풍요가 경영자 등 소수에게만 집중되고 노동자에게 공유되지 않을 때 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기업 노동자뿐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 주주, 심지어 정책 당국자 입에서 국민배당금까지 거론될 정도로 과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노동력을 팔아서 먹고살았는데 AI가 인간 수준의 범용 AI를 거쳐 인간을 뛰어넘고 인간을 지배하는 초인공지능 시대로 갈 때 인간의 설 자리는 있을까.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지, 디스토피아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대재앙을 피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고 정부나 기업이 수용하지 못하는 노동력을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제3섹터로 흡수해 세금 혜택을 주거나 소득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미국 빅테크 거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10여년 전부터 AI발 혁신이 전례 없는 부를 창출할 것이라며 자동화로 일을 할 필요가 없어진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머스크는 “미래에는 아무도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AI 발전으로 인간은 노동을 하지 않고도 필요한 모든 것을 누리는 세상이 올 확률이 80%에 달할 것이고, 모두 보편적인 고소득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했다. 올트먼은 단순한 현금 지급만으로는 AI 시대 노동과 자본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며 AI 경제의 성장 과실과 소유권을 대중이 나눠 갖고 모두가 AI 기업 주주로서 배당을 받는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직은 재정부담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가 차원에서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는 없지만 지방정부 차원의 실험은 이어지고 있다. AI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에 청년 고용을 강제하고 해고를 막는 아날로그식 방법은 근본 해결책이 안 된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이 아니라 AI 시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해법을 고민하기 시작해야 할 때다.
이명희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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