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MOVE

이병준 2026. 5. 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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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Money Club


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투자에 변화의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중앙일보 글로벌머니클럽(GMC)이 국민연금의 1분기 포트폴리오에서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오른 웨스턴디지털(보유 주식 수 -15%)과 씨게이트(-17%), 마이크론(-6%) 등 메모리·스토리지 관련 종목의 보유분을 줄였습니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확대로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을 차익 실현한 겁니다.

반면 전력 인프라 관련 종목은 늘렸습니다. 발전용 가스 터빈과 전력망 장비, 풍력 터빈을 만드는 GE버노바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연말만 해도 GE버노바 주식을 소폭 매도했던 국민연금은 지난 1분기 보유 주식 수를 전 분기 대비 약 16% 늘렸습니다. 국민연금이 보유분을 10% 넘게 늘린 건 이번 분기 평가이익 상위 20개 중 GE버노바가 유일했습니다.

정근영 디자이너

글로벌 투자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는 “GE버노바는 이번 세대 전반에 걸친 전력 수퍼 사이클의 수혜를 비대칭적으로 크게 입을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GE버노바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주 잔고 2000억 달러 달성 목표 시점을 기존 2028년에서 27년으로 앞당겼습니다.

손하연 KB자산운용 RISE 미국AI전력인프라액티브 운용역은 “AI 관련 전력 수요 확대는 (GE버노바의) 직접적인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주 물량 증가뿐 아니라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어 향후 몇 년 간 마진 개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GE버노바가 만드는 것과 같은 대형 가스 터빈은 높은 발전 효율과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핵심 전력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민연금은 데이터센터 전력·냉각 관련 업체 투자도 늘렸습니다. 전력·냉각 업체 버티브는 주가 상승에 따라 평가 이익이 늘면서, 보유분 중 10%를 차익 실현했습니다. 지난 분기 포트폴리오에 처음 편입한 컴포트 시스템즈는 보유분을 52%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경진 기자

에너지 섹터에선 유가보다 정제 마진 확대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원유를 직접 생산하는 전통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2%)과 셰브론(3%) 보유분은 소폭 늘린 수준에 그쳤지만, 미국 최대 규모의 원유 정제 시설을 운영하는 마라톤 페트롤리움(4%)과 발레로 에너지(11%) 등 다운스트림(정유·유통) 업체 보유분을 더 큰 폭으로 늘렸습니다.

다운스트림 업체는 원유를 사와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 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합니다. 주가가 국제 유가를 따라가는 엑손모빌 같은 ‘업스트림(원유 채굴 기업)’ 업체와 달리, 다운스트림 업체 수익은 원유 매입가와 석유 제품 판매가의 차이, 즉 정제 마진에 따라 결정됩니다. 실제로 이란 전쟁 발발 후 국제 유가는 90~110달러 사이를 횡보했지만, 중동 석유 시설 타격으로 공급망 차질이 커지면서 정제 마진 상승 폭은 유가 상승 폭을 뛰어넘었습니다.

마라톤 페트롤리움과 발레로 에너지 주가 역시 연중 각각 56.46%와 53.51% 상승했습니다. 업스트림 업체(엑손모빌 27.42%, 셰브론 22.73%)의 두 배가 넘는 상승률이었습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마라톤 페트롤리움은 특히 미 중서부 자산을 중심으로 중질 고유황유(끈적하고 황 성분이 많이 포함된 저품질 석유)를 매입해 정제할 수 있는 역량 덕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박경민 기자

잇따른 선전에도 국민연금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 전체 평가 가치는 전 분기 대비 약 2.5% 줄어든 1316억 달러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소프트웨어 관련 주가가 연초 이후 약세를 보인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국민연금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4.2%를 차지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가 하락이 뼈아팠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의 MS 평가액은 한 분기 사이 21%, 약 15억 달러 떨어졌습니다. 보유 주식 수를 3% 늘리며 추가 매수에 나섰지만 손실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죠.

광고 플랫폼 업체 앱러빈은 보유분을 21% 덜어내며 사실상 손절에 나섰지만, 평가 가치가 53% 폭락했습니다. 국민연금은 데이터베이스 관리 업체 오라클(-22%),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27%), 회계 소프트웨어 업체 인튜이트(-33%) 등에서도 일제히 손실을 봤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소프트웨어 주를 팔아치운 건 아닙니다. 차세대 AI 모델의 해킹 악용 우려에 사이버 보안 수요가 치솟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사이버 보안 관련주에 베팅했습니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보유분을 23%,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4% 늘렸고, 신원 보안 플랫폼을 운영하는 옥타엔 이번 분기 280만 달러를 처음으로 투자했습니다.

◆글로벌머니클럽(GMC)=중앙일보가 블룸버그와 함께 만드는 미국 주식 정보 플랫폼입니다. 월가의 시각을 담아낸 글로벌 마켓 뉴스를 엄선해 선보입니다. 주요 증권사 MTS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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