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배출한 혈전은 길이가 약 15cm에 달했다./사진=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환자의 강한 기침에 붉은 덩어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이를 자세히 펼쳐본 의료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혈전이 단순한 핏덩이가 아니라 폐 속 기관지 구조를 거의 그대로 복제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마치 붉은 산호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2018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료진이 보고한 특이 증례가 소개됐다.
종례의 36세 남성 환자는 만성 심부전이 급격히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환자는 심장의 혈액 배출 능력을 의미하는 박출률이 20%에 불과할 정도로 심장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상태였다. 인공판막 치환술을 받은 병력이 있었고, 대동맥 스텐트 시술과 심박조율기도 삽입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치료를 위해 심실보조장치를 삽입하고 혈전 생성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했다.
그럼에도 환자는 객혈과 호흡곤란이 점점 심해졌다. 상태가 악화되던 중 그는 극심한 기침 발작과 함께 길이 약 15cm에 달하는 거대한 혈전을 한 번에 배출했다. 크기보다 더 놀라운 것은 혈전의 모양이었다. 혈전은 우측 기관지 구조를 거의 그대로 본뜬 형태였다. 상엽·중엽·하엽으로 갈라지는 기관지 가지 모양까지 선명하게 유지돼 있었다.
의료진조차 혈전이 어떻게 깨지지 않고 배출될 수 있었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는 작은 혈전이나 점액 덩어리가 조각난 형태로 배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큰 혈전이 형태를 유지한 채 배출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당시 의료진은 감염으로 인해 혈장 단백질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혈전이 평소보다 단단한 상태를 유지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혈전이 오히려 충분히 컸기 때문에 부서지지 않고 한 번에 배출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진은 이후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시행했고, 우측 폐 아래쪽 기관지에서 소량의 출혈 흔적만 확인했다. 환자는 이후 객혈은 멈췄지만 결국 심부전 합병증으로 일주일 뒤 사망했다. 체액 과다와 심박출량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한편, 환자가 앓고 있던 심부전은 심장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으로 인해 혈액을 받아들이고 짜내는 기능이 감소하면서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심근경색 같은 관상동맥 질환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며, 고혈압·심근병증·판막질환 등도 주요 원인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지 못하면 혈관에 혈액이 정체되면서 숨이 차고 기침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누워 있을 때 숨쉬기 어렵거나 밤중 갑자기 호흡곤란이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 심부전 환자는 혈류가 느려져 혈전이 생기기 쉽다. 혈관 내 혈액 흐름이 느려지면 피가 굳기 쉬워지고,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이 동반되면 혈전 위험은 더욱 커진다. 이렇게 생긴 혈전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을 일으키거나 폐동맥을 막아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