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70% 룰’에 갇힌 노후자금 [편집장 레터]
노무라증권이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1만10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삼천피’만 넘어도 좋겠다는 때가 불과 1년 전인데 말이죠. 어안이 벙벙합니다.
증시 호황이 반갑긴 한데 뜻밖의 영역에서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퇴직연금입니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규정은 이른바 ‘70% 룰’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위험자산 투자 허용치는 70%입니다. 최근 코스피가 폭등하며 위험자산 비중이 한도를 넘어선 사례가 속출했죠. DC형(확정기여형) 사업자 1위 미래에셋증권 자료를 보니 4명 중 1명꼴로 70%를 넘겼더군요. 독자 여러분 중에도 금융사로부터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라’는 경고 문구를 받으신 분이 적지 않을 겁니다.
이 메시지에 당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가입된 상품이 70%를 초과했다고 해도 상관없죠. 오히려 급한 마음에 주식형을 매도했다간 이후 70% 룰에 따라 새로 주식형을 담지 못하고 채권형으로 채워야 할 수 있습니다.
금리로 노후 대비 불가능…추가 납입 자금 ‘70% 룰’ 풀어야
이 규정의 취지는 노후자금 안정성입니다. 하지만 이젠 “정부가 개인의 투자 수익 기회를 왜 막느냐”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간 퇴직연금 수익률에는 ‘쥐꼬리’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가 따라붙었습니다. 당연합니다. 금리형 상품에 올인했기 때문입니다. 주식 비중이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건 이미 통계로 입증됐는데 말이죠. 수익률 상위 10%는 대부분 실적배당형 상품이 차지합니다.
미국 등 연금 선진국에서는 이런 제한은 없습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은 주식에서 나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안정성을 앞세워 개인의 투자 선택권을 옥죄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노동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주식은 위험하니 예·적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라는 조언이 받아들여질까요?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웃픈 반응만 되돌아올 겁니다.
금융당국이 노후자금 안정성이 마음에 걸린다면, 또는 증시 급등 이후 급락이 걱정된다면 한 가지 현실적인 제안을 하겠습니다. 퇴직연금에 신규 투자하는 자금에 대해서만이라도 따로 70% 룰을 적용하는 겁니다. 현행 제도에서는 추가로 연금에 돈을 넣어도 한도가 이미 70%가 초과됐다면 위험자산을 더는 담을 수 없죠. 이를 개정해 신규 자금에 한해서는 다시 70% 룰을 적용하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규제를 풀고 위험성 고지와 적극적인 투자 교육으로 대응하는 게 옳습니다. 어쩌면 70% 룰을 푸는 게 ‘코스피 1만포인트’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길입니다. 또한 ‘쥐꼬리’ 퇴직연금이라는 불명예를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1호(2026.05.27~06.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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