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무엇을 위해 움직이나?
[용홍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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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 지원 유세를 위해 충남 공주 산성시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함을 넘어 우려스럽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정말 다시 '박근혜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인가. 더욱이 그 행보가 탄핵의 기억과 진영 간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다시 소환하는 방식이라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박근혜라는 이름은 단순한 전직 대통령의 개인명이 아니다. 좋든 싫든 그는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에서 가장 큰 비극이자, 가장 뼈아픈 교훈을 상징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그렇기에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정치적 복귀가 아니라, 역사와 국민 앞에서의 깊은 성찰과 절제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 결정을 통해 역사적·헌정적 심판을 받았다. 물론 그 과정을 둘러싼 정치적 견해 차이나 억울함의 토로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정질서가 내린 그 결단은 단순한 정파적 승패가 아니었다. 어떠한 권력도 헌법과 민주주의의 원칙 위에 설 수 없다는 엄중한 경고이자 교훈이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행보는 이 거대한 헌정사의 교훈을 부정하는 듯 보인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특정 진영의 결집을 위해 과거의 상처와 감정을 다시 꺼내 드는 방식은 결코 국가 원로의 태도가 아니다. 이는 과거를 치유하는 정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를 다시 십수 년 전의 극한 갈등과 진영 논리 속으로 끌어들이는 퇴행에 가깝다.
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이후 국민 앞을 나서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겼다. 수많은 국민은 이 말을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역사 앞에서의 반성과 절제를 향한 마지막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 그가 보여주는 적극적인 선거 개입은 당시의 자숙 태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지지층의 환호에 취해 선거판의 주역을 자처하는 모습에서 과거의 반성이나 헌정 마비 사태에 대한 책임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송구하다'던 조용한 다짐은 어디로 가고, 다시금 세를 과시하는 '정치인 박근혜'만 남았단 말인가.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 교착된 정치가 미래세대에 남길 메시지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원칙을 촛불과 헌법적 절차를 통해 증명하며 발전해 왔다. 탄핵은 특정 정파의 승리 이전에,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국가적 불행이자 혼란의 기억이어야 한다.
하지만 탄핵의 주역이 다시 등장해 '억울함의 정치', '충성의 정치', '맹목적 진영 결집의 정치'를 선동하기 시작하면, 우리 민주주의가 피땀 흘려 얻은 교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시간이 지나 지지층만 모으면 언제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꼴이다.
지도자의 마지막 품격은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느냐가 아니라, '언제 멈춰야 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데서 나온다. 결과론적으로 지원했던 후보들이 낙선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책임질 것인가?
국가 원로는 자신을 추종하는 이들의 박수갈채를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국가 전체의 미래와 민주주의의 올바른 방향을 먼저 고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 있어야 할 곳은 시끄러운 유세 차량 위가 아니다.
그에게 지금 진짜 필요한 것은 정치적 귀환이라는 욕망이 아니라, 역사적 절제와 침묵이 주는 마지막 품격이다. 그것이 본인이 무너뜨렸던 헌정 질서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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