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점 청약통장 있어도 못 써”…30억 찍은 동작구 ‘국평’ 분양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40대 회사원 최모씨는 26일 분양에 들어가는 ‘써밋 더힐’을 생각하면 속이 답답하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 2명까지 4인 가족 만점(69점) 청약통장을 들고 있지만 30억에 이르는 분양가격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최씨는 25일 “청약을 바라보고 오랜 기간 무주택으로 버텼는데 분양가가 너무 올라 ‘그림의 떡’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단지 분양가격이 고삐 풀린 듯이 오르고 있다. 26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나란히 분양에 돌입하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아크로 리버스카이’와 흑석동 ‘써밋 더힐’은 국민평형(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각각 27억9580만원, 29억7820만원에 이른다. 지난달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동작구 노량진동 ‘라클라체 자이 드파인’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25억8510만원이었는데, 한 달여 만에 같은 자치구에서 분양가격이 최대 4억원가량 더 올랐다.

‘써밋 더힐’은 베란다 확장 등 기본 옵션비용을 포함하면 분양가가 30억원이 넘는다. 고급 특화 단지가 아닌 일반분양 아파트 중에서 역대 최고 분양가다. 강남권도 제쳤다. 지난해 12월 강남구 역삼동 ‘역삼 센트럴자이’ 84㎡ 가격이 28억1300만원으로 이전까지 가장 높은 분양가였다. 올해 4월 분양한 서초구 잠원동 ‘오티에르 반포’ 84㎡는 27억5650만원에 공급했다.
동작구 분양가격이 강남·서초구를 넘어선 건 우선 동작구가 비(非) 분양가상한제 지역이어서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30~40% 낮게 제한된다. 분양가격은 택지비(땅값)와 건축비가 큰 축인데 여기에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가 적용된다. 반면 비분상제 지역은 건축비를 시장가격으로 매길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비분상제 지역에서 사업주체인 재건축·재개발조합이 특화 설계나 커뮤니티 고급화 명목으로 건축비를 대폭 올려 최근 전체 분양가격이 오르는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분상제 지역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 비중이 대략 8대 2 수준인데, 이번 동작구에선 건축비를 땅값 수준인 5대 5까지 올린 단지도 있었다. 공사비 인상분을 선반영하는 경향도 있다.

공급 부족도 분양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시공사는 미분양이 우려돼 조합이 분양가를 마냥 올리는 게 부담스럽다. 하지만 공급 부족에 서울 아파트는 분양가가 비싸도 ‘완판’되니 값이 계속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민간아파트 평당 평균 분양가는 3년 전 3000만원 초반에서 지난달 5838만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그간 고분양가 단지는 미분양이 대거 나오며 분양가격이 조정됐는데 지금은 다르다. 대출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부자’가 고분양가를 받아주고 있다. 결국 현금이 부족한 무주택자가 가장 피해를 보고 있다. 매매시장뿐 아니라 청약시장에서도 밀려나는 형국이다.
적정한 수준의 분양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 때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으면서도 신규 규제지역에 분상제 적용은 하지 않았다. 분상제는 통상 사업성을 떨어트려 정비사업이 위축되고 공급이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시세보다 분양가격을 크게 낮춘 현행 분상제는 ‘로또 분양’을 불러 문제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분양가를 시세의 90% 수준으로 책정하는 등 무주택자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합리적인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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