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은 적자 부서도 주는데”…‘삼성후자’까지 N% 성과급 번진다

삼성전자가 성과급 등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후폭풍이 삼성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특별경영성과급’이라는 새 보상 모델을 제도화하자 일부 삼성 계열사에서도 “보상 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삼성의 주요 전자 계열사들은 올해 초 2026년 임금협상을 마쳤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이른바 ‘삼성후자(後者)’ 직원들 사이에서 보상 체계 재논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삼성후자는 삼성전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과 성과급을 받는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계열사를 자조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삼성전자 합의안에는 올해 영업이익 300조원을 달성할 경우 연봉 1억원 수준의 메모리사업부 직원에게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에 더해 약 5억5000만원 규모의 특별경영성과급을 자사주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 역시 DS(반도체)부문 공통 재원 배분(40%)에 따라 최소 1억6000만원 수준의 특별경영성과급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성과급 문제를 둘러싼 내부 불만이 쌓여온 계열사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2023년 6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도 OPI 지급률이 연봉의 1%로 결정되며 거센 내부 반발을 샀다. 2024년과 2025년에도 OPI 지급률은 5~6%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노사는 올해 4월 OPI 산정 기준을 기존 EVA(경제적부가가치) 20%에서, 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방식 중에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어느 쪽을 선택할 지는 올 하반기 투표로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해 OPI 지급률이 제로(0)%였던 삼성SDI 내부에서도 동요 기류가 감지된다. 회사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지난해 1조7224억원 적자를 냈지만 삼성SDI의 한 직원은 “삼성전자는 만년적자인 르팡(시스템LSI+파운드리)도 1억이 훨씬 넘는 성과급을 받는데 우리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역시 올해 하반기 ‘최고실적 동기부여 프로그램’ 도입 방안을 사측과 논의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관계자는 “2022년 역대 최고 실적에도 별도의 특별보상이 없었던 만큼 지난 3월 성과 연동 보상제 도입에 잠정 합의했다”며 “삼성전자 노사 협의 내용을 참고해 유사한 구조를 검토하자는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파업을 무기삼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만 해도 특수한 경우로 보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사실상 업계 표준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까지 가세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전혜선 열린노무법인 노무사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쟁의범위가 확대하면서 노조가 파업권을 내세워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커졌다”며 “향후 영업이익 배분 요구를 단체교섭·쟁의 대상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시작된 삼성전자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는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 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전체 투표권자 5만7291명 중 4만9363명이 투표를 마쳐 투표율은 86%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고(高) 성과급 수혜가 예상되는 DS부문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견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 인원 과반이 찬성하면 최종 가결되는 이번 투표는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종료된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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