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쉴 때도 대기근무, 수당달라”…법원 인정 안 했다, 왜

전·현직 경찰 600여명이 “휴게시간에도 실질적으론 대기 근무 상태였다”며 정부를 상대로 근무수당 등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경찰직장협의회가 2024년 9월 정부를 상대로 첫 단체소송을 제기한 지 약 1년 9개월 만의 결론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진현섭)는 지난 14일 전현직 경찰관 606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근무수당 등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법원은 휴게시간 중 실질적 휴식을 방해할 만한 상급자의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휴게시간도 ‘대기 근무’ 강제

특히 경찰직협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도서·산간지역 경찰관들은 사실상 24시간 대기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수당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순찰근무 시 반드시 2인 이상 합동으로 근무해야 한다.
문제는 소속 경찰관 인원이 적어 2인 1조 순찰 시 휴게 중인 경찰관이 112 신고 대응 등을 해야 할 때 발생한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A 경찰관이 소속된 한 지역 파출소는 총원이 5명에 불과했다. 이에 2명이 순찰 업무를 보는 동안 상황근무와 112 신고 대응을 비번·휴게 중인 경찰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기관 상시근무 공무원의 근무시간 등에 관한 규칙’은 대기는 ‘신고사건 출동 등 치안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시간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태세를 갖추고 있는 형태의 근무’로, 휴게는 ‘근무 도중 자유롭게 쉬는 시간’으로 규정한다. 경찰직협은 휴게 시간에도 사실상 대기 중인 만큼, 휴게 도중 출동한 경우에만 수당을 지급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법원 “상급자 간섭 객관적 증거 없어”

또 법원은 경찰특공대, 도서·산간지역 경찰관들의 휴게시간 근무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은 소속 관서의 조직과 근무형태 등 막연하고 일반적인 사정에 불과하다”며 “휴게 중인 사람에 대한 상급자의 간섭 여부를 확인할 만한 구체적·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방관들이 낸 비슷한 초과근무 소송은 2019년 원고 최종 승소가 확정됐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반면 경찰직협이 ‘실질적인 사용자의 지휘’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경찰직협, 항소해 추가로 다툰다
원고 패소 선고에 경찰직협은 지난 18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현직 경찰관 70여명도 지난달 2일 정부를 상대로 ‘시간외 근무수당 등 청구소송’을 제기해 대기시간의 실질적 근무를 인정해야 한다고 다투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내 자체 모임인 ‘시간 외 수당 소송위원회’(위원장 음영배)를 중심으로 1800여명 경찰관이 추가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빈 기자 jo.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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