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시간 150만원” 광고에 1만7000명 몰렸다… 보험 설계사도 '쿠팡맨'처럼
“하루 한 시간으로 월 150만원 수익” “월급 외 추가 소득 월 225만원 가능”.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내건 부업 설계사 모집 광고다. ‘N잡’ 보험 설계사가 늘고 있다. 본업을 유지하면서 보험 영업으로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지만 불완전 고용, 불완전 판매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부업 형태로 보험을 판매하는 N잡 설계사는 지난해 1만7591명이다. 2024년 5332명에서 1년 새 1만2259명(229.9%) 늘었다. 손해보험협회는 증가한 직장인 수요에 맞춰 최근 보험설계사 야간 시험도 개설했다.
N잡 설계사 모집은 대형 손보사가 주도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원더’, 메리츠화재 ‘메리츠파트너스’에 이어 올해 들어 삼성화재 ‘N잡크루’, KB손해보험 ‘KB N잡러’까지 각각의 명칭을 내걸고 부업 설계사를 모집하고 있다. 이들 손보사는 부업 설계사 모집부터 자격시험 신청, 교육, 위촉, 판매까지 대부분 절차를 비대면으로 처리한다. 부업 설계사도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온라인 시스템에 접속해 보험 계약을 처리하는 형태로 일한다.
“GA만으론 한계”… 보험사들 판매채널 다변화

보험사가 부업 설계사 모집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법인보험대리점(GA) 규제가 있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과 사업비 증가를 막기 위해 ‘1200%룰’을 도입했고,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보험사가 GA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를 계약 첫해(초년도)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다. 그동안 보험사는 GA에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며 계약을 늘려왔는데, 규제 이후 기존 방식만으로는 영업 확대에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GA 영업망 외에 다른 판매채널이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CM(온라인) 채널은 단순 상품 위주라 복잡한 상품 판매에 한계가 있어 결국 N잡 설계사 모델까지 확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전속 설계사처럼 관리·교육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데다 계약 한 건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산하 부업 설계사인 메리츠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만2000명 수준으로, 전체 부업 설계사의 7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고용시장과 디지털 플랫폼 노동 확대 흐름을 반영해 2024년 3월 부업 설계사 모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생보사보다 손보사가 N잡 설계사 모집에 더 적극적이다. 손해보험은 실손보험·운전자보험·화재보험 등 생활 밀착형 상품 비중이 높아 비교적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반면 생명보험은 종신보험·연금보험 등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보험료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기존 전속 조직 반발과 소비자보호 부담까지 겹치면서 동일 모델 확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N잡 설계사를 모집하면서 직장인·자영업자·경력단절 주부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쿠팡·배달앱 등 플랫폼 노동이 대중화되면서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추가 소득을 얻으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 손보사에 부업 설계사로 등록한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가족과 지인 영업만 해도 용돈벌이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라며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는 전업 설계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길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업 아닌 일”… 보험설계사도 플랫폼 노동화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보험 설계사 조직이 ‘전업 전문직’에서 ‘플랫폼형 부업 노동’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보험 설계사 직업이 점차 안정적 직업이라기보다 필요할 때 수행하는 부차적 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보험 설계사의 불안정한 소득 구조와 낮은 정착률이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보험업계에선 상당수 신입 설계사가 가족·지인 영업 이후 고객 확장에 실패하면서 1~2년 안에 이탈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보험사의 ‘강물 전략’으로 설명했다. 일부 저능률 설계사를 장기 육성하기보다 신규 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신규 인력은 기존 전업 설계사와 달리 처음부터 부업·보완적 소득 활동으로 접근하고 있고, 보험사도 이를 영업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부업 설계사의 수익 구조는 고수익 부업이라는 홍보와 달리 좋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유실적 부업 설계사는 1만3205명으로 전체의 75.1% 수준이지만, 1인당 연 모집 건수는 2.9건에 그쳤다. 초회 보험료도 32억4000만원으로 전체 장기 초회 보험료의 2.0% 수준이다. 월평균 소득 역시 13만원으로 전속 설계사 평균 329만원에 크게 못 미친다.
“월 150만원 부업”의 그림자… 고아계약·불완전판매 우려
부작용 우려도 있다. 보험은 약관 구조가 복잡한 대표적 고관여 상품인데,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설계사가 지인 중심으로 단순 담보 위주 판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 설계사가 활동을 중단하면 계약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를 ‘고아 계약’이라고 부른다. 보험연구원 역시 “보험 설계사가 전업 직업이 아니라 부차적 일로 인식될 경우 체계적 교육 부족과 전문성 저하로 불완전판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은 최근 부업 설계사 모집을 확대 중인 보험사들을 불러 자체 교육 강화와 완전판매 절차 준수를 주문했다. 특히 “월 수백만원 가능” 같은 과장 광고와 소득 부풀리기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도 지도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신규 설계사 위촉 시마다 완전판매 교육을 의무화하고, 미수료 시 신계약을 제한하고 있다”며 “모든 부업 설계사에게 1대1 멘토를 배정해 설계 오류나 소비자 민원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긱워커와 근로자의 차이점. [자비스앤빌런즈]](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5/joongang/20260525135712656gvuv.jpg)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보험 설계사가 전업·전속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건당 수수료 기반 플랫폼 노동으로 이동하면서 금융 전문직까지 ‘긱워커화’(기업과 고용 계약 없이 단기·건별로 일하는 플랫폼 노동 형태)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선 고정비를 줄이고 필요할 때 인력을 쓰는 구조가 가능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소득과 경력의 안정성이 약해진다. 취업자 수와 부업 인구는 늘어도 안정적 중산층 일자리는 줄어드는 ‘노동의 파편화’가 금융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장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판매 인력을 많이 확보할 유인이 있고 단기적으로는 매출 확대 효과도 있다”면서도 “부업 설계사는 지인 위주 영업 이후 계속 계약을 성사시키기 쉽지 않아 배달 플랫폼처럼 완전히 자리 잡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사 이탈은 소비자 계약 관리 공백과도 연결될 수 있어 감독당국도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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