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압력 뛰어넘는 반도체…韓 성장률, 3%도 넘본다[금통위poll]②
韓 성장률, 2.6% 가장 많아…3.0% 전망도
소비자물가도 일제히 상향 조정…고유가·고환율 여파
금리결정 최대 변수는 물가·반도체
"한은 통화정책, 물가 안정에 초점 둘 것"
오는 28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5%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공급 충격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슈퍼사이클 효과가 더 강하게 작용하며 올해 3.0% 성장을 점친 전문가들도 있었다. 한은이 피벗(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통화정책의 변수로는 물가와 반도체 실적을 가장 많이 꼽았다. 탄탄한 성장률에 힘입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도 물가안정에 집중될 것으로 봤다.

25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및 외국계 경제연구소·증권사·은행 등의 경제전문가 13명을 대상으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미응답 1명) 전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5%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2.6%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2.5%가 2명이었다. 응답자의 절반은 2.7% 이상 성장을 예상했다. 2.7%와 2.8%가 각각 2명이었고 3.0%를 예상한 전문가도 2명에 달했다.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 컸던 지난 4월 설문조사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2.0% 수준까지 낮췄던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당시에는 전문가(11명) 중 45%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고 이에 성장률 전망 상단도 2.1%에 그쳤다.
성장률 전망이 한 달 여만에 반전된 것은 예상보다 길고 강해진 반도체 슈퍼사이클 영향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수출 실적과 설비투자를 이끌 것"이라며 재정정책 효과까지 더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8%로 높였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공급측 물가 압력에도 불구하고 AI 사이클의 수혜 강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7%로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도 성장률 상향 조정의 배경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와 기업이익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수출 데이터 호조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확장 재정을 감안했다"며 올해 성장률을 2.6%로 예상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 성장률에 절반가량 기여한 것으로 추정됐다.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6%로 상향 조정한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에서 반도체 등 관련 산업이 0.8%포인트가량 기여한 것을 감안하면 연간 기준 반도체가 성장률에 절반(1.3%포인트)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반도체 호조를 고려하면 성장률을 추가 상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준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반도체가 올해 1분기 전체 수출의 약 28%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1분기 순수출 기여도(1.4%포인트) 기준, 반도체 단일 업종의 직접 기여도는 0.4%포인트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3%로 높인 전문가들도 반도체 호조를 그 이유로 꼽았다. 강민주 ING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견조한 상황이고 이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반도체 외에도 전후 중동 지역의 재건 프로젝트,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발전 수요 확대, 글로벌 국방비 증가 등이 한국 수출의 지속적인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은 역시 이번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대까지 상향 조정할 것으로 봤다. 응답에 참여한 전문가(11명) 모두 올해 한은이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2.5~2.6% 또는 2.8%까지 높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응답자의 절반(6명·미응답 1명)은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2.7%가 4명으로 뒤를 이었고 2.5%와 2.8%가 각각 1명이었다. 이는 지난 2월 한은의 전망치 2.2%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에너지 안정화 노력에도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이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와 함께 예상보다 높은 레벨을 이어가고 있는 환율 상승세, 추경 집행에 따른 수요 측면의 상방 압력도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장기화에 2차 파급효과가 일부 발생하며 전체 물가와 핵심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2.8% 상승률을 예상한 한준희 책임연구원은 "4월에 이미 소비자물가 상승률 2.6%를 확인했다"며 "유가 상승분의 소비자물가 추가 전이와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압력을 반영하면 연평균 2.8%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동 전쟁 여파가 연말에는 어느 정도 마무리된다는 가정 하의 수치"라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 기준금리는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이 고물가와 반도체 경기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일제히 판단했다. 응답자 11명(미응답 2명) 전원이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을 꼽았으며 이들 중 7명은 반도체 수출 호조를 동반 변수로 봤다.
반도체 호조 여파로 성장률이 2% 중후반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한은의 통화 정책은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성장률과 물가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금리인상 시점을 더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유가 충격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한은의 애초 설립 취지도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은 역시 당분간 물가 안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상의 속도와 폭은 한은이 내년 성장률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승원 연구원은 "금리인상 횟수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더 중요할 것 같다"며 "내년 전망에 따라 한은이 금리인상을 보수적으로 할지, 적극적으로 할지 시장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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