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 다 맞힌 ‘족집게 선거구’…오세훈·정원오 민심 살펴보니 [르포]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첫 일요일인 24일 정원오(더불어민주당)·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약속한 듯 서울 강동구를 찾아 유권자들을 만났다.
오 후보는 오후 3시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재건축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된 곳인 만큼, 오 후보는 ‘부동산 표심’을 자극하며 지지세 결집에 나섰다. 오 후보는 정 후보가 구청장을 하던 2023년 성동구청이 행당 7구역 재개발 기부채납에 합의해놓고 지난해 말을 바꿔 준공승인이 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일 처리도 문제가 있는데 무책임한 데다 거짓말까지 한다. 이런 사람한테 (강동구) 천호동·강일동·명일동 재개발과 재건축을 맡길 수가 있느냐”라고 쏘아붙였다. 오 후보는 중앙일보와 만나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오세훈의 서울시가 든든하게 살아남아야 오만해지는 절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다"고 했다.

1시간 뒤인 오후 4시에는 정 후보가 천호동 천호공원에 나타났다. 정 후보는 “본인이 약속한 것만 지켰어도 지금 주거난은 해소됐다”며 오 후보 책임론으로 맞섰다. 정 후보는 “임기 6년째 전임 시장 탓을 할거면 뭐하러 시장 후보에 또 나오는거냐”며 “말로만 하는 시장에서 일을 잘하는 시장으로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오 후보가 공격한 행당 7구역 재개발에 대해선 “보통 준공까지 2~3년 걸리는 데 통계를 보고 비판하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중앙일보와 만나서도 이같은 현실을 언급하며 “오 후보가 재개발·재건축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최근 GTX 삼성역사 철근 누락 문제를 집중 비판 중인 정 후보는 이날 연단에서 “안전 불감증”을 연호했다. 이에 시민들이 “오세훈 아웃”을 외치기도 했다.

두 후보가 1시간 간격으로 표심 잡기에 나선 강동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스윙보터 자치구다. 지난해 대선의 서울 득표율(이재명 47.13%, 김문수 41.55%, 이준석 9.94%)이 강동구 표심(이재명 46.18%, 김문수 42.99%, 이준석 9.67%)과 닮아있듯, 이 지역 표심이 서울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다. “스윙보터가 많은 한강벨트 위주로 일정을 많이 잡고 있다”(정 후보 캠프) “맞춤형 공약과 인물 경쟁력을 호소하겠다”(오 후보 캠프)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스윙 자치구 중에서도 서울 도심의 중구는 서울 민심을 소수점 단위까지 정확하게 반영해 온 ‘쪽집게’ 자치구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중구 득표율(박영선 39.98%, 오세훈 56.81%)은 서울 전체 표심(박영선 39.18%, 오세훈 57.50%)과 유사했다. 2022년 20대 대선 때도 서울 표심(이재명 45.73%, 윤석열 50.56%)과 중구 표심(이재명 45.42%, 윤석열 50.96%)의 차이가 없었다. 서울 서남부의 양천구도 지난해 대선 때 서울 득표율(이재명 47.13%, 김문수 41.55%, 이준석 9.94%)이 자치구 득표율(이재명 48.28%, 김문수 41.28%, 이준석 9.15%)과 거의 흡사했던 스윙 자치구다.

24일 대표적 스윙 자치구인 중구와 양천구 일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정원오·오세훈 지지로 양분됐다. 약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계엄 때 소상공인은 매출이 반토막 났는데, 오 시장이 해준 게 없다”며 “박원순 시장 때 만든 밤도깨비 야시장 푸드트럭을 오세훈 시장이 없애버려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오모(63)씨도 “4년 전엔 오세훈에게 투표했는데 갈수록 마음에 안 들어서 이번엔 바꾸려고 한다”며 “한강 버스나 이런 것만 손대서 영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신월동에서 정육점을 하는 장민국(58) 씨는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으니 당연히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며 “정원오는 구정도 내실있게 했다고 해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신정동에서 만난 직장인 소현지(45)씨도 “오세훈이 시장을 4번이나 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새로운 사람이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공소취소 논란, 부동산 정책 등을 고리로 한 거대 여당 견제론도 만만치 않았다. 약수동 주민 이춘자(83)씨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 논란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며 “균형을 잡아야 하니 오세훈을 뽑겠다”고 했다. 목동에서 만난 김정혁(55)씨는 “정 후보가 언급하는 공공임대 병행 부동산 정책으로 도저히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거 같지 않다. 민간 규제를 푸는 오세훈의 방법이 맞다고 생각해 마음을 정했다”고 했다. 정 후보의 과거 폭행 이력을 문제 삼는 주민도 많았다. 목동 주민 김혁수(71)씨는 “과거 폭행 사범이 서울시장이 되면 어린 아이들에게 사람 때려도 성공한다는 이상한 교훈을 주게 된다”며 “5·18 정신을 운운할 거면 대화로 설득해야지, 사람 때리는 게 5·18 정신이냐”고 꼬집었다. 약수역 인근에서 만난 오모(58)씨는 “구청장을 제외하면 과거 운동권 이력이 사실상 전부인 정 후보가 서울시를 잘 이끌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한영익·박준규·이찬규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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