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회장 “K반도체, 위험한 1위… 장비서 ‘온리원’ 나와야”

손재호,차민주 2026. 5. 2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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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도체의 질주 뒤에는 묵묵히 후방을 지켜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있다.

황 회장은 그러면서 "소부장 혁신 없이는 한국 반도체가 제조 기술 세계 1위를 계속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 한국 법인에서 근무한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 1세대다.

황 회장은 반도체 세계 1위 수성을 위해서는 장비 분야에서만큼이라도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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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의 미래-소부장에게 듣는다]
주성엔지니어링 황 회장 인터뷰
한국 반도체의 질주 뒤에는 묵묵히 후방을 지켜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있다. 기술 자립화·세계화를 향한 이들의 집념과 혁신은 오늘날 K-반도체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완제품 시장에서의 압도적 위상에 비해 국내 소부장의 기술력이나 생태계가 아직 허약한 것도 사실이다. 인공지능(AI) 특수라는 거대한 기회 속에서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소부장 기업 리더들의 땀과 도전을 조명한다.

사진=권현구기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없었다면 K-반도체는 이만큼 성장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 연구·개발(R&D) 센터에서 만난 황철주(67·사진)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 성장의 핵심 배경을 ‘협업’으로 규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를 호령하는 경쟁력은 국내 반도체 ‘투톱’만의 성과라기보다 국내외 소부장 생태계와 협력해 만들어낸 결과라는 의미다. 황 회장은 그러면서 “소부장 혁신 없이는 한국 반도체가 제조 기술 세계 1위를 계속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 한국 법인에서 근무한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 1세대다.

주성엔지니어링은 D램 반도체 제조 핵심인 캐페시터 전용 화학기상증착기(CVD)·반도체원자층증착기(ALD) 장비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 및 양산했다. 업계에서 ‘한국형 슈퍼 을’로 통하는 이유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원자층박막성장(ALG) 장비를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 수식어를 달고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R&D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가로 18m·세로 13m 크기의 대형 태극기가 눈에 들어왔다. 황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국가대표 선수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불어넣기 위해 걸어 놨다”고 설명했다.

AI 특수로 K-반도체가 초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황 회장은 현 상황을 ‘위험한 1위’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반도체 제조 능력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기술만 떼어놓고 보면 한국의 반도체 실력은 압도적”이라며 “그러나 원천 기술 문제로 들어가면 제로(0)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소부장에 강한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공급을 멈춘다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반도체 세계 1위 수성을 위해서는 장비 분야에서만큼이라도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희토류 없이는 소재를 만들 수 없고, 부품으로 1등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하지만 기술력으로만 경쟁하는 장비 분야에서는 우리도 ‘온리 원(Only one)’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 ASML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것도, 반도체 양산에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그동안 원천 기술을 가진 선두 업체를 따라잡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세계 기준과 표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거품론’에 대해선 선을 그으며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AI 발달 방식이 인간의 성장 과정과 유사한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반도체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인간의 뇌와 같은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로직(연산)과 메모리(저장)가 동일한 속도 환경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경쟁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AI 칩 관련 기술을 2세대, 3세대까지 생각해놨다”고 부연했다.

AI의 출현으로 한국(메모리), 미국(설계), 대만(위탁 생산) 분업 체계가 해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황 회장은 “AI를 활용해 반도체 연구에 들이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면서 “한국과 대만에게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산업 최일선에 서 있는 황 회장은 중국을 주시한다. 그는 “한국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때 기술도, 자본도, 시장도 없었다”며 “그런데 중국은 이 모든 걸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중국 반도체 기술력이 현재 선두권의 80% 수준까지 추격했다”며 “90% 고지에 올라서는 속도 역시 매우 가파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용인=손재호 차민주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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