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에볼라 출혈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에볼라 출혈열 집단발병 사태가 심상치 않다. 민주콩고 정부는 의심 환자가 867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204명이 숨졌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가 위험 수준을 ‘높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조정했다. WHO는 지난 17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우간다, 앙골라, 부룬디 등 10개국이 위험에 처했다. 잦은 주민 이동과 불안정한 치안이 질병 확산을 부추긴다.
에볼라 출혈열은 감염자 혈액과 체액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발열, 근육통 등으로 시작해 구토와 설사, 전신 출혈로 진행된다. 사망률이 최대 90%에 이르는 중증 감염병이다. 1976년 처음 확인됐고 가장 심각했던 유행 시기는 2013~2016년이었다. 당시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1만1000명가량 목숨을 잃었다.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 서 있다. 숙주를 통해 자신의 유전체를 복제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 오랜 기간 숙주를 거친 바이러스는 감염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신하지만,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직 치명률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발견된 장소에 따라 자이르, 수단, 분디부교 등의 아종이 있다. 자이르 아종에만 백신과 치료제가 있을 뿐이다. 현재 민주콩고에서 유행하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분디부교 아종으로 백신이 없고, 효과적인 치료약도 없다. 여기에다 무엇이 중간숙주 역할을 하는지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전염 경로가 밝혀져 있지 않다. 인간 때문에 서식지가 줄어든 박쥐, 원숭이 등을 거쳐 전파된다고 추정할 뿐이다.
감염병 대유행은 과학기술 발전으로 눈부신 문명을 구축했다고 자부하는 인류 사회의 치명적 약점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는 큰 비용이 들고, 치안이 불안정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주로 발생하는 탓에 연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국제 사회로부터 외면받기 일쑤다. 기민한 대응과 협력을 보여줬던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비교하면 씁쓸하다.
김찬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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