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형 양극화’ 심화하는 수출…반도체 호황에 도취 안 돼
수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수출액(2199억 달러)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상위 5대 기업의 비중이 43.5%에 달했다. 1년 전(28.7%)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심지어 1분기 전체 수출 증가액(603억 달러)의 82.8%가 상위 5대 기업 차지였다. 6~100위권 기업의 수출 증가액은 전체의 9.6%에 불과했다. 5대 기업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09.1% 늘었지만, 상위 100대 기업 수출 증가율은 52.8%에 그쳤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가져온 전형적인 ‘K자형 양극화’다.
한국 경제가 반도체라는 강력한 성장 엔진을 가진 건 천만다행이다. 문제는 ‘K자형 양극화’를 야기하는 반도체로의 과도한 편중이다. 관세청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1~4월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은 36.2%에 이른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46% 급증한 결과다. 반면에 반도체 외 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13.3%에 그쳤다. 반도체가 아닌 주요 산업의 체감 경기는 위태롭다는 의미다.
반도체 착시는 경제에 여러 왜곡을 야기한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가 증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1분기 ‘깜짝 성장’을 견인한 반도체 호황에 올해 전체 성장률까지 큰 폭으로 뛸 것이라는 등의 장밋빛 낙관이 이어진다.
하지만 중국 등의 공세에 밀려 철강과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15개 주력 수출 품목 중 자동차와 철강 등 7개 품목의 수출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이들 전통 제조업이 부진하면 고용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하고 성장의 온기가 반도체 전후방 산업에만 머물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반도체 호황으로 벌어놓은 시간을 활용하는 지혜다. 기존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과 규제 개혁,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신성장동력을 육성해야 한다. 삼성전자 성과급 파티에서 드러났듯 갑작스러운 호황에 취해 위기의식을 잃고 미래 준비를 소홀히 하는 풍토가 사회 전체로 번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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