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영의 마켓 나우] AI는 왜 당장 물가를 낮추지 못하나

최근 미국 물가상승률이 오르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도 10년물 4.7%, 30년물 5.2%에 근접했다. 물가와 금리 급등은 미·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해석되지만 지난 수년간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AI 혁명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AI 확산은 생산 효율성을 높여 성장을 촉진하면서 물가는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다. 거시경제의 상충하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케 한다는 것이다. AI가 반복 업무 외에 분석·설계·정리 업무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 전체의 공급능력을 높일 수 있다. 생산비용 하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장기금리가 하향 안정된다.
문제는 AI의 디스인플레이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 사이 AI 혁명은 오히려 물가와 금리를 자극할 수 있다. AI 관련 자본지출이 급증하면서 인프라와 산업 전반의 투자 확대가 반도체, 전력, 고급 인력 수요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자금 수요와 관련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확대도 물가와 금리 상승에 한몫한다.

5월 중순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이런 사정이 반영됐다. CPI 상승률(3.8%)은 유가·에너지(20~30%)보다 서비스·주거비(70~80%)가 주도했다. 대표적 통화완화론자로 알려진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마저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에너지 가격이나 관세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 근원 서비스 물가가 둔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높아진 물가상승률이 2022년 6월 정점을 찍은 이후 4년간 2% 아래로 안정되지 않는 것도 빅테크들의 AI 투자 본격화와 관련될 수 있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됐고 두 달 후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이후 아마존·메타·알파벳 등이 AI 데이터센터, GPU,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장에서 ‘AI 투자 수퍼사이클’이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한 것도 2023년 하반기의 일이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혁명 당시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신화는 ‘신경제(New Economy)’로 포장됐다. 인터넷 혁명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빼면 세계경제가 건실한 성장세를 보였고 물가도 상당히 안정됐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가와 금리가 거시경제 이슈로 재부상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부터 확산하고 있는 AI 혁명이 새로운 신경제를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장기적 결말이 어떻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으리라는 점이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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