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방사능 방류, 할 말 많았다”… ‘입질의추억’ 인터뷰

송경모,위승범 2026. 5. 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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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ㅌㅂ] ‘입질의추억TV’ 운영자 김지민 작가
“수산물 소재 부족? 아직도 무궁무진”
“일본 오염수 방류 국면, 가장 힘들었던 침묵”
“수산업 미래, 난류성 어종 주목할 필요”


스타 블로거 출신 100만 유튜버, 어류 칼럼니스트,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50) 작가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게임 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2009년 사표를 내고 전업 블로거로 변신했다. 왕성한 저술·기고 활동을 병행했고, 2018년 유튜브 판에 뛰어들면서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수산물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 됐다.

김 작가가 운영하는 ‘입질의추억TV’는 수산물에 특화된 만물상을 연상케 한다. 132만 구독자를 보유한 이 채널에서는 각종 어류의 생태와 요리법, 수산시장에서 벌어지는 비양심적 상행위와 오해, 낚시 기행까지 수산물을 둘러싼 모든 것이 소재가 된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티엠씨엔터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 작가는 수산물만 다루다 보면 소재나 확장성에 한계를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음부터 터뜨렸다. 그는 “소재가 부족해 힘들어할 거라면 유튜브는 진작 접었을 것”이라며 “내가 쓴 책에서 다룬 수산물만 400종이 넘고 국내 수산시장만도 수백 군데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

-낚시가 계기가 돼 크리에이터가 됐다고 들었는데.
“바다낚시의 매력에 빠진 뒤 낚시 이야기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런 글을 모아 ‘내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구독자가 늘면서 블로그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 싶어 결혼 1년차에 사표를 냈다.”

-콘텐츠 제작 시 광고 협찬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로거 때부터 그랬다. 대가를 받고 글을 쓰면 객관적으로 쓸 수 없지 않나. 원래 블로그는 개인의 체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놓는 공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상업적으로 변질되더라. 사람들이 신뢰를 잃으면서 ‘파워블로거지’(파워블로거+거지) 같은 멸칭도 생겼다. 이렇게 바뀌는 블로그 생태계에 회의감을 느꼈고, 결국 유튜브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

-2018년 채널을 개설했는데.
“멘토로 모시는 낚시용품 수입사 대표가 해양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따보라고 조언했다. ‘타이틀’이 있으면 전문가로서 무게감이 달라질 것이라는 취지였다.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았지만 현실적 여건도 고려해야 했다. 공부와 유튜브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결국 유튜브를 택하게 됐다.”

‘입질의추억TV’의 인기 콘텐츠 섬네일들. 유튜브 캡처


-영상에서 다루는 정보는 주로 어떤 경로로 얻나.
“상당수는 10~20년 전부터 낚시를 다니며 체득한 지식이다. 특정 어종을 낚으려면 그 어종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야 한다. 수산업에 있는 종사자들과도 수시로 대화하고, 낯선 지역의 시장에서 처음 본 상인에게도 물어가며 배운다. 경력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시절에는 ‘인터넷 검색하면 나올 만한 정보로 돈 쉽게 번다’는 식의 무시도 많이 받았다.”

-지금껏 1100개의 영상을 올렸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채널 운영 면에서는 ‘킹크랩을 삼겹살 가격에 먹는 방법’이라는 영상이 도움이 많이 됐다. 채널을 만든 뒤 올린 두 번째 영상인데, 주먹구구식으로 찍고 밤새 편집해 업로드한 게 운 좋게 100만뷰를 넘겼다(24일 기준 이 영상의 조회수는 230만회가 넘는다). 다른 측면을 본다면 ‘처음 보면 충격받는 수산시장의 손질 실태, 이렇게 팔아도 되는 걸까?’라는 영상을 꼽겠다. 내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영상이라고 생각해서다.”

-그건 어떤 영상인가.
“시청자 제보에서 시작된 영상이다. 타 채널에 업로드된 수산시장의 광어 손질 장면을 언급하면서, 안전과 윤리 문제를 짚었다. 광어의 피를 빼지 않은 채 껍질을 벗기고, 포를 뜬 다음 수돗물로 헹구는 방식을 다뤘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문제없다는 것이었다. 피를 빼야 비린내를 잡을 수 있다거나, 민물을 묻히지 않아야 맛이 좋다는 얘기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좁은 공간에서 도마 한두 개, 칼 한두 자루로 회를 썰어야 하는 수산시장에서는 최선의 방식이다. 오히려 여름철 주의해야 할 비브리오균을 사멸시키려면 민물로 씻는 게 권장되는 면도 있다. 과학적 정보와 전문성을 토대로 오랜 논란을 마무리 지은 영상이었다.”



▲영상으로 보기

-유튜브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23년 여름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국면이었다. 정치·외교적으로 첨예한 사안이었는데 불길이 나한테 번졌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방류에 대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사실 오염수 문제에 대해 2011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고, 데이터도 수집했다. 나름의 생각이 있었지만 쉽게 의견을 낼 수 없었다. 사안이 너무 정치적으로 번지고 다들 핏대가 서 있으니까 어떤 입장을 내더라도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나중엔 할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 소속사도 말리고 백종원 대표도 말리더라. 방류 당일 구독자가 1000명인가, 2000명인가 사라졌다. 댓글창은 ‘네 인생은 끝났다’ ‘네 자식에게도 수산물 먹이는지 보자’는 비아냥과 조롱으로 도배됐다. 사이버 렉카들도 달려들었다.”

-대응이 쉽지 않았겠다.
“말은 끝내 못했지만, 영상으로 보여줬다. 일주일에 두 번씩 국산 수산물을 구입해서 가족과 함께 먹는 영상을 올렸다. 수산시장에 북적이는 인파도 찍어 올렸다. 정치권의 얘기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솔직히 ‘할 말은 했어야 하나’ 싶은 후회도 없지 않은데, 그땐 아무리 과학적 데이터를 가지고 얘기해도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다. 요즘도 보면 누구 한 명 확 뜨면 떠받들고 신격화하다가 뭐 하나 잘못하면 ‘나락’ 보내지 않나. 조금이라도 비난거리를 주지 않으려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산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어류 이름과 표준명의 괴리를 지적한 바 있는데.
“국내에 표준명이 정립된 역사는 길지 않다. 한국 어류 대도감이 처음 편찬된 게 2000년대의 일이다. 조선 시대부터 지역민들이 불러온 이름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학자들이 정한 이름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문제는 여기에 일부 종사자의 이기주의가 겹친다는 거다. 낯설고 인기 없는 어종을 팔기 위해 친숙한 이름을 붙이는 경우다. 제주도에 가보면 아홉동가리라는 종이 있다. 손이 잘 안 가는 이름이다. 그래서 ‘꽃돔’이라고 부른다. 베트남에서 들여온 팡가시우스 메기라는 종도 있다. 사람들이 안 먹으니 ‘참메기’라고 이름 붙여 판다. 이렇게 제멋대로 이름을 만들어 붙여 팔아도 법적으로 책임을 안 묻는다. 제도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수산업 분야의 시급한 현안을 꼽는다면.
“대표적인 것만 꼽자면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매년 수온이 상승하면서 명태, 임연수어 같은 어종이 우리 바다에서 사라지고, 난류성 어종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이들 어종의 생태나 양식법 등은 충분히 조사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시선이 지난 십수 년에 걸쳐 기존의 광어·우럭 일변도를 탈피해 연어·방어 등으로 옮겨갔듯, 앞으로는 난류성 어종에 주목해야 한다. 그게 어민 소득도 보장하고, 지역 경제를 되살릴 길이다.”

-유통 측면에서도 제안이 있나.
“시장의 주된 이용층은 50~70대인데, 이 세대가 퇴장하면 지금의 3040이 과연 지역 수산시장을 찾아갈까 싶다. 수산시장을 정육점화하면 좋겠다. 마리 단위로 판매하는 게 아니라, 필(뼈를 발라낸 살) 형태로 100g당 가격을 매겨 파는 거다. 물론 수산시장의 신뢰 회복이 어느 정도 선행돼야겠지만.”

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영상=위승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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