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붕대 감고 대구·충청행…‘선거의 여왕’ 국힘 구원투수 될까

6·3 지방선거 유세전(戰)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상황에서 ‘선거의 여왕’이 움직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25일 오후 대전 둔산동의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 캠프 사무실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방문 목적에 대해선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신의하는 정치인”이라고 24일 취재진에게 공지했다. 이 후보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 국면에서 줄곧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박 전 대통령은 대전 방문에 앞서 김영환 충북지사 후보와 함께 충북 옥천의 모친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고, 같은 날 충남 공주를 방문해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와도 만난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에는 대구 칠성시장을 찾아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시장에는 박 전 대통령 도착 한 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렸고, 박 전 대통령은 “요즘 고생 많으시죠”라며 추 후보를 격려했다. 추 후보는 박근혜 정부 때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3일 동안 4개 지역을 방문해 후보들을 지원 사격하는 박 전 대통령을 두고 “웬만한 중진 의원보다 더 빠듯한 일정”(국민의힘 관계자)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칠성시장 방문 전 자택에서 발목을 접질린 탓에 압박붕대를 감고 일정을 소화 중이라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한나라당 ‘천막 당사’로 치른 2004년 총선, ‘커터칼 테러’를 당했던 2006년 지방선거, 한나라당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 및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던 2012년 총선에서 불리한 선거를 뒤집으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탄핵 사태를 겪고 전직 대통령이 된 그의 등판이 이번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적어도 대구에서는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구 출신인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달성에서만 4선을 지냈고, 탄핵 사태로 옥고를 치른 뒤엔 달성 유가읍 사저에 줄곧 머물렀다. 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은 “칠성시장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보자마자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많더라”며 “당에 실망해 투표하지 않으려던 보수층의 상당수가 마음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측은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논란 이후 김 후보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가 또 등장한 것”이라며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김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저에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다만 대구 이외의 지역에선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란 심판’으로 치러지는 선거 구도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전국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했다. 신용한 민주당 충북지사 후보 측은 “일부 기초의원 선거에 영향을 줄 순 있어도 큰 줄기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 역시 “대구 선거엔 큰 도움이지만, 박 전 대통령 등판만으로 불리한 전국 판세를 뒤집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다만 2006년 지방선거 유세 중 커터칼 테러 뒤 박 전 대통령이 “대전은요?”라는 발언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끈 지 20년 만에 대전을 찾는 점을 들어 “보수층의 향수를 자극해 투표율을 끌어올릴 것”(국민의힘 재선 의원)이라는 기대도 있다.
2021년 특별사면 뒤 공개 행보를 최대한 삼가던 박 전 대통령이 광폭 행보에 나선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리더십·분열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작동하지 않는 데다가, 부산 북갑에 무소속으로 등판한 한동훈 후보 등을 놓고 보수가 분열 양상”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구심점을 자처해 혼란을 수습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국희ㆍ여성국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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