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이야기] 애 둘인데 "전세 대신 단기 월세 어떠냐" 묻는 남편의 속사정

김지호 2026. 5. 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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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부 여자 이야기] 집 구하는 일 걱정해본 적 없었는데 떨어져 있으니 알게 된 것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 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편집자말>

[김지호 기자]

일 때문에 지방에 있는 남편이 부동산 사이트를 검색하다 괜찮은 집이 나오면 실시간으로 연락해 온다.

"여보, 지금 빨리 부동산에 전화해서 약속 시간 잡아."
"여보, 약속 잡았어?"

회사에서 업무 중일 때 남편의 다급한 전화를 받으면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 집을 구하지 못해 걱정스러운 건 나도 마찬가진데, 남편이 "당신은 알아보고 있지도 않지?" 하고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투에 화가 났다.

이사 갈 집 알아봐야 하는데 남편은 없고
▲ 8년동안 정든 집을 비우며 다시 시작합니다.
ⓒ 김지호
올해 둘째가 중학생이 되고, 남편 지방 근무가 확정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이사를 가기로 했다. 8년 동안 정이 많이 들었지만 여러모로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집 보러 오겠다는 연락이 없었다. 한 달이 지나고 신혼부부가 집을 보러 왔고 그날 바로 계약이 체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우리 집 계약 종료일인 5월 16일로 이삿날이 정해졌다. 갈 집을 구하지 못한 우리 부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집이 나갔다는 연락을 받은 남편은 실시간으로 부동산 정보를 검색했다. 본인이 직접 집 상태를 확인할 수 없으니, 내가 빠르게 움직여주길 원했다. 마치 자신의 아바타가 되어주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채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남편은 남편 대로 나는 또 나 대로 업무에 매여 이사 갈 집을 보러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점심시간과 퇴근 후 근처 부동산을 다니며 적당한 집이 있는지 확인했다. 가는 곳마다 똑같은 말뿐이었다.

"요즘 전세가 없어요, 더군다나 이삿날이 촉박해서, 집 구하기 쉽지 않겠는데요."

부동산 정책으로 전세난이 심각하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일 거란 생각은 못 했다. 오전에 집을 보고 잠시 망설이면 이미 누군가 계약을 한 뒤였다. 남편이 눈여겨봤던 집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내 불찰이었다.

융통성 없는 나한테 화가 났지만, 부동산 앱으로 물건을 확인하고 빨리 부동산 찾아가라는 남편의 성화에 숨이 막혔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는 사람 취급하는 말투, 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남편 태도에 화가 나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아이들 학교와 거리가 멀긴 했지만 적당한 집이 있었지만 남편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망설이는 동안 계약 시기를 놓쳤다. 대책 없이 계약을 만류한 남편의 생각이 궁금했다. 남편은 전세가 아니라 단기 월세를 알아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어처구니 없는 말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고집스러운 남편이랑 대화하는 게 힘들었다. 단기 월세라니, 아이들과 내 생각은 안 하는 걸까, 떨어져 있다고 너무 쉽게 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남편 말을 이해하기보다 무책임으로 느껴져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전세가 아니고 월세라니, 무엇이 문제인지 남편에서 솔직하게 이유를 물었다. 그제야 남편은 '지금 전세가 너무 비싸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다, 아무리 아이들이 중학생이라고 해도 아직 어린데 큰길을 두 번 건너 등교하는 건 위험하다,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좀 더 지켜봤으면 한다,힘들더라고 우리 수준에 맞는 집을 구할 때까지만 월세로 살았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집만 구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다. 생각해보니 결혼하고 이사를 5번 하는 동안 집 걱정을 해본 적이 없었다. 남편이 알아서 집을 보고, 계약했고 공과금 정리까지 뭐 하나 내가 신경 쓸 게 없었다. 이사는 사는 곳을 옮겨 짐 정리만 잘 하면 되는 거였다. 주말부부가 된 지금은 집을 구하는 것부터 험난한 여정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

단기 월세란 말에 짜증을 냈던 철부지 아내 때문에 남편은 몇 달 동안 부동산 앱을 검색하고 부동산에 수십 통의 전화를 했던 거였다. 적당한 집이 있어도 본인이 바로 확인 할 수 없기에, 내가 바로 가서 확인해 주길 원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나는 나대로 남편을 원망하고 있었다.

미움도 의지가 되는 값진 경험
▲ 아이들 작품 오랜 시간 한쪽벽을 채워준 사랑
ⓒ 김지호
우여곡절 끝에 3개월 단기 월세를 구했고, 5월 중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사를 했다. 이사를 앞두고 한 달 동안 짐 정리를 했었다. 잠깐 살 집은 최소한의 생필품과 여름옷만 챙겨가도 비좁은 단칸방이라, 버리거나 나누기 위해 미리 선별 작업이 필요했다.

버려도 켜켜이 묵혀둔 세월만큼 물건은 쌓여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인지 물건이 살고 있는 집인지 모를 정도로 쓰지 않고 쟁여둔 짐의 실체가 실로 놀라웠다. 켜켜이 쌓여 쓰지 않은 물건처럼 우리 부부에게 불필요한 감정이 보이지 않게 쌓여 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삿짐센터에 보관할 짐, 가져갈 짐, 버릴 짐으로 구분했던 것처럼, 불안하고 나쁜 감정은 버리고, 뜨거운 여름의 온기를 아이들과 잘 지내야겠다는 용기와 삼 개월 동안 내가 펼칠 또 다른 인생을 즐겨보기로 했다.

단기 월세 집으로 이사하기 사흘 전, 남편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여보, 그냥 전세 계약한다고 해, 그 가격에 그 만한 집 구하기 힘들어, 계약한다고 해."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점심시간에 부동산으로 향했다. 우리 수준에 맞는 금액도 적당하고, 아이들 학교도 가까운 집을 전세로 계약했다. 최고의 타이밍에 계약은 성사됐고,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와 압박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끝은 아니었다.

"여보, 도시가스 해지 신청했어?"
"인터넷 신청은?"
"아, 해야지, 할게."(이사는 이제 그만 하고 싶다)

결혼 전 혼자 자취도 했는데 남편과 살면서 많은 것을 의지하며 살고 있었다는 걸 주말부부가 되어서야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앞으로 뭘 또 새롭게 알게 되려나.

《 group 》 주말부부 이야기 : https://omn.kr/group/two_house_story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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