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게 뭐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서 만난 자연의 신비

백종인 2026. 5. 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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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여행기 ④] 낙타 타고 가로 지른 드넓은 모래 언덕과 토드라 협곡의 물

지난 4월 2일부터 16일까지 15일 동안 모로코를 방문했습니다. <기자말>

[백종인 기자]

▲ 에르그 세비 사막 거대한 모래 언덕이 끝없이 펼쳐지고 마침 불고 있던 바람에 따라 모래 언덕마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 백종인
복잡했던 도시 여행을 뒤로 하고 모로코의 거대한 자연 속으로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모로코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아틀라스(Atlas) 산맥이 빚어내는 자연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특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뜨겁고 광활한 사하라 사막으로 향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먼저 뜨거워졌다.

길이 약 2500km에 이르는 거대한 아틀라스 산맥은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세 나라에 걸쳐 있지만 모로코 구간이 가장 웅장하고 규모가 크다. 북아프리카 대륙 최고봉인 4167m의 투브칼(Toubkal)산이 있는 부분을 하이 아틀라스, 평균 고도가 2000에서 3000m 정도 되는 북동쪽 부분을 미들 아틀라스, 남서쪽의 2000m 정도 되는 광활한 산맥을 안티 아틀라스라 하는데, 이 모든 부분이 모로코에 있다.

삼나무 숲에서 야자수 오아시스까지
▲ 삼나무 숲을 배경으로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 떼 미들 아틀라스를 넘어 사막의 입구인 에르푸드(Erfoud)까지 자동차를 타고 8시간 가까이 가면서 북쪽의 삼나무 숲을 지나면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 떼가 보인다
ⓒ 백종인
아틀라스 산맥은 모로코의 기후와 풍경을 결정짓는 거대한 경계선과 같았다. 산맥의 북서쪽은 바다에서 불어온 습한 공기가 비를 내려 초록의 땅을 만들었고, 그 습기를 모두 빼앗긴 남동쪽은 거대한 사하라 사막으로 변해 갔다.

그렇기에 북쪽 페스에서 출발한 우리는 이 중 미들 아틀라스를 넘어 사막의 입구인 에르푸드(Erfoud)까지 자동차를 타고 8시간 가까이 가면서 북쪽의 삼나무 숲을 지나 붉은 흙의 건조한 계곡을 넘어 흙으로 지어진 카스바와 야자수 오아시스를 만나는 등 극적인 자연의 변화를 체험했다.

페스를 떠나 한 시간쯤 지나 미들 아틀라스 초입에 도착하자 갑자기 공기가 쾌적해지며 스위스 산골 마을 같은 이프란(Ifran)이 나타났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삼나무 숲을 배경으로 양 떼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숲을 낀 도로를 지날 때는 야생 바바리원숭이들이 떼 지어 나타나기도 했다. 신기한 마음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공격 받을 수 있다며 차는 정차 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 지즈강 저수지 최근 몇 년간 내린 많은 비 덕분에 황량한 붉은 산을 배경으로 한 그 저수지는 바다처럼 넓어 보인다
ⓒ 백종인
멀리 군데군데 눈이 쌓인 높은 산이 보이기도 했다. 차는 초록색 대신 붉은빛을 띤 계곡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사막인가 하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하늘을 옮겨 놓은 듯한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다. 지즈(Ziz)강을 막아 만든 저수지였다.

최근 몇 년간 내린 많은 비 덕분에 황량한 붉은 산을 배경으로 한 저수지는 바다처럼 넓어 보였다. 저수지 덕에 지즈 계곡에는 수만 그루의 대추야자 나무가 끝없이 이어졌고, 갈색 흙으로 빚은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신기루처럼 반짝일 줄 알았던 오아시스는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였다.

오아시스 마을 장터를 만나다
▲ 에르푸드 장터 넓은 공터에는 자동차 대신 당나귀들이 주차되어 있다
ⓒ 백종인
빨리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으로 가고 싶은데 사하라 사막으로 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가 하룻밤을 지낸 에르푸드(Erfoud)에서 사막이 시작되는 동남쪽의 메르주가(Merzouga)까지 차로 이동하면 40분 정도밖에 안 걸리지만, 해가 기울기 시작해야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 장대한 사막을 눈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바쁜 하루였다. 고대 화석의 산지인 에르푸드에서는 화석박물관에서 바위에 프린트된 수억 년 전 바다 생물을 만났고, 오아시스 마을의 장터를 구경하였다. 마침 큰 장이 서는 목요일이라 장터는 몹시 붐볐다.
 캄니아 마을 사람들의 그나와 음악 연주
ⓒ 백종인
사막 너머에서 당나귀를 타고 온 아마지그족 사람들이 생필품과 양, 염소 같은 가축들을 사고팔고 있었다. 이제까지 보았던 메디나 안의 시장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농사를 지은 대추야자가 여기저기 산처럼 쌓여 있었고 낯선 향신료들도 보였다.

넓은 공터에는 자동차 대신 당나귀들이 주차 되어 있었고, 그 옆에서는 양, 염소, 낙타 등을 거래하고 있었다. 넓은 어깨에 커다란 가죽 물통을 메고 손에는 양철 컵을 든 채 물을 팔고 있는 사람도 만났다. 장터를 나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나와(Gnawa) 음악 연주로 유명한 캄리아 마을에 들렀다. 마을 사람들의 음악과 율동 안에는 흑인 노예무역의 흔적이 깊이 배어 있었다.

낙타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며
▲ 낙타 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다 혹이 하나 달린 낙타는 느릿느릿 조용히 모래 위를 걸어 나갔고, 그림자가 길게 뻗어 있었다.
ⓒ 백종인
드디어 모로코 전체 여행의 정점인 낙타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를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탈 낙타들이 파란 하늘 아래 에르그 셰비(Erg Chebbi)의 오렌지빛 사막 위에 앉아 있었다.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스카프로 터번을 만들어 얼굴을 꽁꽁 싸매고 낙타 등에 놓인 안장 위로 간신히 올라 타자 낙타가 천천히 일어났다.

거대한 모래 언덕이 끝없이 펼쳐지고 마침 불고 있던 바람에 따라 모래 언덕마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이 바람 부는 사막 안으로 사라지던 모습이 생각났다. 낙타 등에 앉아 초현실적인 풍경 속을 약 45분 동안 여행했다.

혹이 하나 달린 낙타는 느릿느릿 조용히 모래 위를 걸어 나갔다. 낙타 등위에서 처음에는 긴장감으로 팔과 다리에 힘을 주다가 점차 낙타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모래는 주황빛에서 금빛으로, 다시 회색과 짙은 갈색으로 끊임없이 색을 바꾸었다. 낙타 그림자가 길게 뻗어 있었다.

사막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막에서의 일몰과 일출, 그리고 밤하늘의 별 잔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일몰은 꾸물거리다 시간을 놓쳐서, 일출은 구름의 방해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의 향연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가슴으로 온전히 별빛을 받기 위해 사막에 누웠을 때의 차갑고 고운 모래 감촉이 아직 느껴진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우연히 선명하게 담긴 북두칠성은 놀랍도록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살아오며 그렇게 많은 별을 한꺼번에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 사막에서의 아침나절 구름의 방해로 해돋이는 보지 못했으나 오전의 사막은 싱그럽다
ⓒ 백종인
다음 날 아침, 사막을 떠나는 길도 낙타와 함께했다. 전날보다 한결 익숙해진 탓에 낙타에 오르는 것도, 모래 위를 지나는 것도 여유로웠다. 사진을 찍을 여유까지 생겼다. 모래사막이 끝났다고 해서 사하라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단단하게 굳은 건조한 평원이 이어졌다.
그 위로 모래 구덩이가 일렬로 늘어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보니 깊이 파놓은 우물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지하 터널을 유지하기 위한 굴착용 수직 통로였다. 그것은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만든 케타라(Khettara)라는 지하수 터널 관개 시스템의 흔적이었다.
▲ 케타라라는 지하수 터널 관개 시스템 케타라는 수 킬로미터에서 멀게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산기슭의 물을 지하로 흐르도록 터널을 파고 땅 위로는 구멍을 내어 환기와 동시에 물이 수평을 유지하도록 하는 놀라운 기술이다
ⓒ 백종인
수 킬로미터에서 멀게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산기슭의 물을 지하로 흐르도록 터널을 파고 땅 위로는 구멍을 내어 환기와 동시에 물이 수평을 유지하도록 하는 놀라운 기술이었다. 덕분에 대추야자 농장을 일구고 밀과 채소를 가꾸는 오아시스 마을이 생겼으나, 지하 터널을 파는 데는 수많은 이의 희생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막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오랜 물 관리 문명이 만든 인공 생태계"라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 오늘날에는 현대 기술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우리는 모래사막 한가운데에서 샤워 시설과 전기가 갖춰진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 토드라 협곡 사막 한가운데 300m가 넘는 높은 절벽 사이로 차가운 물이 흐르고 있다
ⓒ 백종인
이후, 초록색 대추야자 나무숲과 진흙 벽 오아시스 마을을 거쳐 약 3시간 후에 도착한 곳에서 우리는 또 한 번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자연의 신비와 마주했다. 분명 사막 한가운데인데 300m가 넘는 높은 절벽 사이로 차가운 물이 흐르고 있었다.
토드라 협곡(Todra Gorge)이라 했다. 협곡가까이 다가가자 하나처럼 보이던 절벽은 둘로 갈라지며 좁은 틈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차갑고 상쾌한 바람이 흘러나왔다. 멀리 나무 그늘 아래, 물가로 소풍 나온 가족의 모습이 평화롭게 눈에 들어왔다.
▲ 물가로 소풍 나온 가족 토드라 협곡 사이로 흘러 나오는 바람을 맞으려 물가로 소풍 나온 가족 모습이 평화롭다
ⓒ 백종인

덧붙이는 글 | 아프리카 대륙 북서쪽, 대서양과 지중해를 끼고 있는 모로코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알까? 카사블랑카라는 도시가 있는 나라, 축구가 좀 강한 나라,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이 사는 나라, 영화 <글래디에이터>, <왕좌의 게임> 등 고대 로마 시대부터 <스타워즈>, <인터스텔라> 등 외계 행성까지 품을 수 있는 특이하고 다양한 자연 환경 덕에 수많은 영화가 촬영된 나라. 모로코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나라이다. 15일 동안 모로코 곳곳을 찾아다녔다. 페스와 마라케시 등의 고대 도시부터 사하라 사막. 고도 4000m가 넘는 아틀라스 산맥 기슭의 마을까지 다니며 그들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지혜를 보고 듣고 배웠다. 이렇게 습득한 모로코의 면면을 앞으로 6회에 걸쳐 정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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