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강남을 나가이소” 돌직구…현대의 동네, MB 꽂으려했다

서승욱, 박진석, 김상진, 김기정, 왕준열 2026. 5. 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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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회 YS와의 첫 만남, 그리고 정계 입문 」

단언컨대, 현대를 떠날 때만 해도 나에게는 정치할 뜻이 추호도 없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쉬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신없이 일만 하다가 갑자기 아무 일이 없는 일상을 보내게 되니 그야말로 멍해졌다. 처음에는 휴식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견디기 힘든 괴로움으로 다가왔다.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치권의 유혹이 본격화한 게 바로 그 무렵이었다. 특히 당시 여당, 즉 민자당의 구애는 집요했다. “이명박을 반드시 영입하라”는 특명이 내려진 듯했다. 훗날 ‘킹메이커’로 불렸던 허주(虛舟) 김윤환 당시 사무총장 등 당내 실세 여럿이 직접 찾아올 정도였다.

1992년 14대 총선 직후 민자당 김영삼 대표와 김윤환 사무총장(오른쪽)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고민이 깊어졌다. 정 회장의 정치 참여를 말린 내가, 그것도 정 회장이 정치에 뛰어들도록 만들었던 노태우 정권의 여당에서 정치를 하는 게 온당할까.

하지만 시대적 요구를 계속 거부할 수만은 없었다. 군사 정권이 막을 내리고 문민화로 나아가던 시기였다. 나를 설득하러 온 정계 인사들의 충고는 한결같았다.

" 구태의연한 옛 정치인들만으로는 새 시대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이 회장처럼 실물 경제를 잘 아는 분이 정치를 해야 우리나라가 더 커질 것 아닙니까. "
일부 인사들은 다음과 같이 설득하면서 내 마음을 한 번 더 흔들어놓았다.

" 정 회장의 창당과 대선 출마는 현대에 있어서 아주 큰 위기 아닙니까. 이 회장이 정치권에 있으면 현대를 보호할 수 있어요. 정계 진출이 현대에도 도움이 되는 거란 말입니다. "
박관용 민주자유당 의원의 전화가 걸려온 건 그렇게 내 고민이 극에 달했던 무렵이었다.

" YS(김영삼)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는 박 의원이 훗날 문민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될 만큼 YS의 복심이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나는 YS를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1992년 초의 어느 날, 서울시청 앞 플라자호텔 식당에서 당시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이던 YS를 처음 만났다.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앞두고 있었던, 아니 이미 한쪽 발 정도는 거기 들여놓은 상태였던 그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2007년 1월 2일 당시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찾아 김 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 이 회장, 그동안 나라 갱제 살린다고 애 마이 썼다 아입니까. 이제 정치 쪽에도 힘 좀 보태야 안 되겠습니까. 내 좀 도와주이소. "
대권을 눈앞에 둔 ‘정치 9단’의 돌직구였다. 그는 계속 몰아붙였다.

" 이 회장, 갱제는 이 회장이 제일 잘 압니다. 그런 사람이 여당에 들어와야 나랏일이 바로 섭니다. "
그러나 나는 즉답할 수 없었다.

" 대표님, 말씀하셨듯이 전 경제인, 기업인입니다. 정치는 잘 모릅니다. "
YS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말을 이었다.

" 이 회장, 걱정마이소. 정치는 혼자 하는 기 아입니다. 뜻 맞는 사람들이 모여가 같이 하는 깁니다. 그기 정치입니다. "
나는 계속 뜸을 들였다. 그러자 YS가 툭 던지듯 말했다.

" ‘강남 을’로 나가이소. "
" 예? ‘강남 을’이요? 거긴…. "
나는 깜짝 놀랐다. 강남은 현대가 만든 곳이었다. 논밭밖에 없던 한강 이남의 그 촌 동네에 숱한 빌딩과 아파트들을 올려세운 게 현대였다. 상당수의 현대 임직원들도 강남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1978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밭을 가는 농부. 뒤편으로 현대아파트 공사장이 보인다. 사진 서울시

YS의 의도는 명확했다. 정주영 신당(통일국민당)이 강남에서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날 자객으로 보내겠다는 심산이었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말이 실감 났다.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정 회장과의 도의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초면에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긴 어려웠다. 나는 말을 얼버무리며 그 자리를 마무리했다.

나는 이후에도 몇 번 더 플라자호텔에서 YS와 만났지만, 지역구 문제는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총선 일정이 급해지자, YS는 더 못 기다리겠다는 듯 나에게 통보했다.

" 상도동에 한번 오이소. 와서 아침도 같이 먹고 좀 더 얘기합시다. "
그때 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하고 말았다. 그의 제안에 대한 내 발언이 나온 순간 배석했던 박관용 의원이 기절초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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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측 “문장 그대로 읽어주시오” MB 경악한 ‘정주영 사생활 대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0851

■ 이명박 회고록 및 단독 인터뷰

「 〈이명박 회고록〉

“난 대통령 될거야, 당신은...” MB 경악한 정주영 폭탄 발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7558

“내가 조연?” 정주영 분노했다…MB 곤혹케한 ‘유인촌 드라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8505

“이명박 이름만 돌림자 안썼다” MB, 친모 일본인설에 꺼낸 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9441

“너 인마, 그딴 걱정을 왜 해!” MB 고대 보낸 ‘헌책방 욕쟁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0363

“이명박이란 놈이 건방지게!” 박정희 움직인 당돌한 편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1334

정주영 “이군이 다 해먹었어?” 횡령범 몰린 MB, 반전 한마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2263

“이명박 잘 나간다더니 끝났군”…기피부서 발령, MB 인사 반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3343

“당신이 이명박이야? 죽고싶어?” 박정희 경호실과 맞짱뜨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4328

“이명박 조심해, ‘그거’ 할 놈이야” 박정희는 정주영에 경고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5324

박정희 “이제 그만합시다”…서거 며칠 전 MB에 온 ‘천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6042

전두환에 ‘도장’ 안 뺏겼다…MB “난 못찍어” 버텨 지킨 것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7019

“정 회장, 현대도 반도체 하세요” SK하닉 탄생 뒤엔 이병철 파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7903

고르바초프 “아무래도 요즘 북한 이상해”…MB에 폭탄발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8927

김윤옥 데리고 공동묘지 갔다…MB, 한밤 중 ‘황당 프러포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9926

〈이명박 전 대통령 단독 인터뷰〉

“인정하자, 보수는 참패했다” 이명박, 13년만에 처음 입 열다 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5706

尹, 수감중인 MB에 한 부탁 “UAE 국왕에게 편지 써달라” 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5970

“그말 하니까 눈물이 다 나네” MB 울린 ‘한반도 대운하’ 좌절 ③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6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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