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이 모르는 입맛, 여기 직원은 알아"…서울 송파 한복판 실버타운 가보니[르포]
102가구 밀착 관리…강남권 인프라 영위
최근 찾은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위례 심포니아'. 한 입주민이 신문을 들고 들어와 야외 정원이 보이는 통창 앞자리에 앉았다. '웰에이징 클럽'이라고 적힌 라운지였다. 선큰광장(Sunken·상부가 트인 지하공원)에서는 또 다른 입주민 4명이 햇볕이 드는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같은 시간 1층 프로그램실에서는 아트테라피 수업이 열리고 있었다. 이 수업에 참여한 입주민 A씨(여·81)에게 이 수업은 그림을 배우는 시간이라기보다 집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미술 같은 건 취미 없지. 그래도 여기 사람 보는 재미가 있잖아. 우리 선생님들 예쁜 얼굴 보러 오는 거지 뭐. 집에만 있으면 적적한데, 이렇게 나와서 웃고 떠드는 게 제일 좋아."
현장에서 만난 김종길 위례 심포니아 대표는 "호실별로 입주민분들 성함을 다 외우고 있다"며 "식성·건강 상태·자녀 방문 빈도까지 직원들이 다 파악한다"고 말했다. 수백 가구가 거주하는 대형 실버타운과 달리 102가구 소규모로 운영되는 단지 특성상 가능한 밀착 관리다. 김 대표는 "직원 한 명이 20여가구를 관리하는 셈"이라며 "다른 실버타운에서 직원 한 명이 70~80가구를 맡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라고 했다.

운영 사무실 직원 상당수는 사회복지사다. 노년기 심리와 돌봄, 복지 상담을 공부한 이들이 입주민을 상대하다 보니 단순한 생활 편의 제공을 넘어 정서적 보살핌까지 가능하다는 게 '위례 심포니아' 장점이다. 외부 강사를 부르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입주민과 만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내부 직원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송파구 첫 도심형 실버타운…살던 동네 인프라 그대로

식당에서는 식사 시간이 끝난 오후 2시에도 일부 입주민들이 후식을 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모래시계가 하나씩 놓여 있었다. 벽 한 쪽에 '위례 심포니아만의 식사 스타일, 모래시계 식사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20~30분, 천천히 드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김 대표는 "어르신 중에는 젊을 때부터 바쁘게 지내며 식사를 빨리하는 습관이 남아 있는 분들이 많다"며 "천천히 드시라고 말로만 안내하면 금방 잊기 쉬운데, 눈앞에 모래시계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식사 속도를 늦추게 된다"고 했다. 식사 속도처럼 사소해 보이는 생활 습관까지 운영진이 챙기는 모습이었다.
식음운영은 삼성웰스토리가 맡았다. 임상영양사가 상주하며 저염식 위주로 식단을 짠다. 입주민이 직접 추천한 보리굴비 녹차물밥, 왕갈비탕, 장어덮밥 등이 매주 한 차례 특식으로 나온다. 매주 월요일에는 '맛식회'를 연다. 식음팀이 짠 다음 주 식단표를 입주민 대표와 함께 검토하고 조리법·재료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분기별로는 직원이 한 가구씩 직접 찾아가 욕구·만족도를 조사한다. 의무식은 50식이고 추가 식사는 한 끼에 1만2000원이다.

위례 심포니아는 지난해 5월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첫 도심형 실버타운이다. 지하 4층~지상 9층 규모로, 같은 건물 저층부에는 어린이집도 들어서 있다. 한미글로벌 계열 부동산개발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가 사업을 추진했고, 시공은 한미글로벌이앤씨가 맡았다.
입주민들이 가장 많이 꼽는 장점도 입지였다. 입주민 B씨(90)는 "잠실에 오래 살았는데, 나이 들어 살던 동네를 떠나는 게 제일 걱정이었다"며 "여기는 송파라 병원도 익숙하고, 다니던 곳도 그대로 다닐 수 있다. 낯선 데 새로 적응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게 제일 좋다"고 했다.
넘어지면 비상벨, 움직임 없으면 센서

부대시설로는 사우나, 스크린골프, 피트니스, 탁구장, 당구장, 간호실 등이 있다. 가족 방문을 위한 공간도 따로 뒀다. 식당 옆에는 가족이나 지인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독립 공간이 있고 손주들이 찾아와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게스트룸도 마련돼 있다.
복도에는 양쪽 벽을 따라 손잡이가 길게 설치돼 있었다.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쓰는 상황을 고려해 복도 폭을 넓게 했다.
객실 안으로 들어가자 일반 아파트처럼 방과 거실, 주방, 화장실이 있었다. 가구 내부에는 문턱이 없다. 변기·샤워부스 옆에는 안전 손잡이가 달렸다. 침실과 욕실, 거실 등 곳곳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었고, 천장에는 비상벨을 누르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한 무동작 감지 센서가 부착돼 있었다.

비상벨이 울리거나 센서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간호 인력과 24시간 당직 근무를 서는 보안팀이 즉각 해당 호실로 출동한다. 올해 1월 아침에 발생한 침대 낙상 사고 때도 직원이 즉시 출동해 119 후송을 마치고 병원까지 동행했다. 가까운 종합병원으로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차로 15~20분 거리에 있다.
간호사는 평일 주간 상주한다. 15년 이상 경력의 간호사가 가구별 투약 관리, 진료 예약 대행, 혈압·혈당 체크, 건강 상담을 맡는다.
다만 이곳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니기 때문에 상시 병간호가 필요한 중증 질환이나 거동 불가 상태가 되면 계속 거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건강할 때 들어와 독립적인 생활을 누리는 주거 공간이라는 뜻이다.
입소자는 60세 이상이어야 하고 배우자는 60세 미만이어도 함께 들어갈 수 있다. 위례 심포니아의 경우 입주민의 70%가 1인 가구다.

위례 심포니아는 실사용 면적 기준 13평형(1.5룸·1화장실), 17평형(2룸·1화장실), 26평형(2룸·2화장실 )으로 구성된다. 입주 방식은 전세형, 월세형, 고보증금형으로 나뉜다. 실사용 면적 기준 13평형 전세형 보증금은 5억5000만원, 17평형은 7억~7억7000만원, 26평형은 11억원이다. 월세형은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매달 월세가 붙고, 고보증금형은 보증금을 더 내는 대신 월 생활비를 낮추는 방식이다.

월 생활비는 1인 기준 13평형 230만원, 17평형 260만원, 26평형 335만원이다. 2인 기준으로는 각각 310만원, 340만원, 395만원이다. 모두 식대 포함 가격이다.
현재 입주 초기 2년간 보증금 일부 납부를 미뤄주는 유예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13평형은 4억5000만원, 26평형은 8억8000만원의 보증금으로 초기 입주가 가능하다. 다만 17평형은 보증금 유예 프로그램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의무 거주 기간인 2년이 지나면 위약금 없이 보증금을 전액 반환받는다. 입주자는 일반 전세처럼 확정일자를 받고 원하면 해당 호실에 전세권을 설정할 수 있다. 원하면 해당 호실에 1순위 전세권을 설정할 수 있다.

운영사인 한미글로벌디앤아이 명의로 보증금 반환 확약서도 발급한다. 한미글로벌디앤아이는 한미글로벌 계열 부동산개발사다. 한미글로벌은 서울월드컵경기장, 인천국제공항,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 등 대형 사업의 건설사업관리를 맡아온 회사다.
다만 보증보험과는 다른 방식이라 계약 전 가족이나 전문가와 등기부등본·전세권 설정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실버주택에서는 운영사 부실로 보증금 환급이 지연된 사례가 있는 만큼 입주 전 운영사의 재무 건전성과 등기부 근저당 상태를 직접 점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위례 심포니아는 2박3일 체험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실제 가구에 입실해 단지 식당에서 식사하고, 운동·문화 프로그램을 함께 이용해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실버타운을 사진이나 안내문만 보고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하루라도 직접 지내보면 식사, 직원 응대, 프로그램, 밤에 혼자 있을 때의 느낌까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실버타운은 집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생활 방식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다"며 "그래서 저희는 먼저 살아보고 결정하시라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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