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도 “어쩔 수 없었다”…“참극 끝내라” 칸 뒤흔든 수상작
루마니아 문주 2번째 황금종려상

“사회가 분열되고 극단주의화되고 있는 지금, 이 영화는 모든 형태의 근본주의에 맞서는 우리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23일(현지시간) 폐막한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피오르드’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루마니아 거장 크리스티안 문주의 수상 소감이다. 시상자인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에게 상패를 건네받은 그는 “변화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관용과 공감의 정신을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이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장을 맡은 올해 칸 경쟁 부문은 이를 비롯해 화합과 포용을 호소한 정치적 메시지와 유럽 강세가 도드라진 수상 결과로 마무리됐다. 유난히 시대극이 많았던 올해 동시대를 그린 작품들이 1, 2등상을 차지했다.

"근본주의 경계" 루마니아 거장, 2번째 황금종려상

‘피오르드’는 노르웨이로 이사한 루마니아의 복음주의 기독교인 부부(세바스찬 스탠·레나테 레인스베)가 아동 학대 의혹 탓에 다섯 자녀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는 과정을 악몽처럼 그려냈다. 노르웨이의 진보적인 복지 정책이 오히려 타 문화권 이민자에게 권위주의적 잣대로 작동하는 방식을 예리하게 묘사했다.

반정부 러시아 감독, 푸틴에 "참극 끝내라"

90년대생 감독 영화, 기립박수 20분

‘파더랜드’로 감독상을 받은 폴란드의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은 1940년대 노벨 문학상 수상 소설가 토마스 만(한스 지쉴러)과 딸 에리카(산드라 휠러)의 여정을 통해 전후 유럽의 혼란상을 82분 분량의 흑백 영상에 담았다.
박찬욱 "나도 못 받은 황금종려상, 안 주고 싶더라"

심사위원상은 독일 감독 그리제바흐의 ‘더 드림드 어드벤처’가 가져갔다. 한 고고학자가 불가리아 국경 마을에서 범죄의 실체를 파고드는 내용이다. 각본상은 1940년 나치에 부역한 괴뢰정권에 이용당한 공무원을 그린 벨기에 감독 에마뉘엘 마레의 ‘노트르 살뤼’가 받았다.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국의 제임스 그레이 등은 명성에 비해 수상운은 못 미쳤다.

박 감독은 폐막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휴대전화까지 반납했던 최종 심사 과정을 돌아보며 “마지막 결정이 그렇게 늦게까지 계속되진 않았다”면서 심사에 큰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실 누구에게도 시상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상이기 때문에”라며 “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좋은 영화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농담을 덧붙였다.
공로상 스트라이샌드 "영화는 마음 여는 마법"
올해 시상식에선 유독 공동 수상이 많았다. 감독상에 대해 박 감독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두 편이 다 뛰어났다”고 설명했다. 배우상의 경우 클로이 자오 감독이 부연했다. “요즘처럼 외로움이 커지고 인간 관계가 점점 멀어지는 시대에 (중략) 우리가 사랑에 빠진 것은 배우들만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 사랑, 그리고 따스함이었기에 두 사람 모두에게 상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에는 두 감독을 비롯해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 스웨덴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 켄 로치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각본가 폴 래버티 등이 심사위원단에 참여했다.

진미송 단편, 라 시네프·퀴어종려상 2관왕

박찬욱 "'호프', 장르 영화 경쟁 초청 자체로 의미 커"

한국영화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후 4년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한 ‘호프’는 그간 이창동·홍상수·박찬욱·봉준호 등 일부 거장 감독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이 반복돼온 상황을 세대 교체했다는 의미도 있다. 데뷔작 ‘추격자’(2008, 미드나잇 스크리닝, 이하 초청 부문)부터 ‘황해’(2010, 주목할 만한 시선), ‘곡성’(2016, 비경쟁) 등 장편 연출작이 모두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나홍진 감독은 이번 영화로 세계 거장들의 경연에서 확실히 얼굴도장을 찍었다.
■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주요 부문 수상
「 ▶황금종려상=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드’
▶심사위원 대상=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미노타우로스’
▶감독상=‘라 볼라 네그라’의 하비에르 칼보 감독과 하비에르 암브로시 감독, ‘파더랜드’의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
▶남자배우상=‘카워드’의 발렌틴 캄퍄뉴와 에마뉘엘 마키아
▶여자배우상=‘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의 비르지니 에피라와 오카모토 다오
▶각본상=에마뉘엘 마레 감독의 ‘노트르 살뤼’
▶심사위원상=발레스카 그리제바흐 감독의 ‘더 드림드 어드벤처’
▶황금카메라상=‘베니마나’의 마리 클레망틴 감독
」
프랑스 칸=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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