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은 총재 취임 한 달…“너무 조용하다” 내부 비판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한 달을 맞았다. 오는 28일에는 이른바 데뷔전인 첫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한은 안팎에서는 “총재의 메시지나 존재감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 총재는 지난달 21일 제 28대 한국은행 총재로 취임했다. 취임사에서는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 지급결제 혁신, 구조개혁 연구 등을 폭넓게 언급했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 환율 변동성, 금융불균형 위험 등도 거론했다. 중앙은행이 단순히 기준금리만 결정하는 기관에 머물 수 없다는 문제의식도 담겼다.

하지만 취임 이후 한 달간 공개 행보만 놓고 보면 신 총재의 메시지는 제한적이었다. 취임 사흘 만인 지난달 23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성장과 물가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정책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며 정책 공조를 약속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구 부총리 주재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에 참석해 금융·외환시장 동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후 신 총재는 내부 업무보고에 집중했다. 신 총재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한은 각 부서 업무보고를 받고 직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활동해온 만큼 국내 경제 현황과 한은 조직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한 일정이었다. 그러나 한은 내부에서도 “업무 적응이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취임 초반치고는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비교 대상은 전임 이창용 총재다. 이 전 총재는 2022년 4월 21일 공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 나흘 뒤인 4월 25일 곧바로 기자단 상견례를 열고 시장 현안에 대해 직접 답했다. 당시 이 전 총재는 5월 금통위의 큰 변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을 꼽았고, 성장 둔화보다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첫 금통위 전부터 시장이 궁금해하는 금리·물가·환율 변수에 대해 총재가 직접 신호를 준 셈이다.
신 총재와 이 전 총재는 모두 국제기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전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냈다. 신 총재는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 다 내 중앙은행 바깥에서 국제금융 경험을 쌓은 외부 출신 총재였다. 그러나 취임 초반 소통 방식은 달랐다. 이 전 총재가 기자단 앞에서 금리 경로와 물가 판단을 비교적 이른 시점에 드러냈다면 신 총재는 내부 보고와 정책당국 간 공조, 국제회의 참석 등에 무게를 뒀다.

정부와의 접점은 신 총재 쪽이 오히려 더 빨랐다. 신 총재는 취임 직후 구 부총리와 만났고, 지난 14일에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도 회동했다. 양측은 재정·통화정책 공조와 AI 전환, 인구 변화, 기후위기, 양극화, 지방소멸 등 구조적 과제 대응을 논의했다.
해외 일정도 이어졌다. 신 총재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BIS 총재회의에 참석했고, 18일부터 20일까지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자리했다. 한은 총재가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라는 이력에 걸맞게 해외 네트워크는 빠르게 가동된 셈이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선 국내 금융시장과 일반 국민을 향한 신 총재 개인의 경제 인식이 아직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1520원에 육박하고, 장기금리 상승과 가계부채 부담, 물가 불안이 동시에 겹친 상황에서 시장은 한은 총재의 입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 내부에서는 신 총재 체제의 한은이 다시 과거의 보수적이고 조용한 조직 문화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감지된다. 이 전 총재 시절 한은은 때로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경제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포워드가이던스와 K-점도표, 구조개혁 보고서 등을 통해 금리 결정 기관을 넘어 정책 담론에 적극 참여하는 중앙은행의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신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은 내부 업무 파악, 정부와의 공조, 국제회의 참석에 우선순위를 둔 모습이다.

한은 내부 한 관계자는 “취임 초기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고 국내 현안 파악도 필요하지만, 전임 총재 시절 커진 한은의 정책 소통 기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온다”며 “시장 상황이 불안할수록 총재가 어떤 시각으로 경제를 보고 있는지 더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성급한 평가는 이르다. 신 총재는 아직 취임 후 첫 금통위를 치르지 않았다. 오는 2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실상 신 총재의 정책 데뷔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결정뿐 아니라 향후 성장률과 물가 전망, 환율과 가계부채에 대한 판단이 함께 제시될 수 있다.
첫 기자간담회에서 신 총재가 어떤 언어로 시장과 소통할지도 관심사다. 전임 총재 시절 ‘말하는 한은’으로 넓어진 역할을 이어갈지, 다시 신중함을 앞세운 ‘조용한 한은’으로 돌아갈지는 오는 28일 첫 금통위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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