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입지 마세요, 징그러우니까” 도쿄도청 반바지 출근이 소환한 ‘아재혐오’[이세계도쿄]
“아저씨 반바지는 불쾌”…“입을 거면 제모부터”
‘아저씨는 지저분·냄새’ 고정관념…뭘 해도 NG
“다리 노출, 성적 어필로 인식…아저씨라 불쾌”
가리면 덥고, 드러내면 불쾌한 쿨비즈 딜레마

일본 도쿄도가 최근 ‘도쿄 쿨비즈’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제안한 고유가·온난화 시대 직장인 드레스코드가 찬반 논쟁으로 번졌다. 기존 쿨비즈의 확장판인 이 가이드라인은 넥타이와 겉옷을 생략해도 되는 ‘노타이’ ‘노재킷’에 더해 티셔츠와 운동화 착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업무에 따라서는 반바지도 입을 수 있다. 바로 이게 불씨가 됐다. 구체적으로는 ‘아저씨의 반바지’다.
참고로 노타이로 대표되는 쿨비즈는 지금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2005년 환경상(환경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정착시킨 문화다. 일본은 그때부터 “여름엔 가볍게 입자”는 쿨비즈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도 이걸 참고했다. 그러니까 도쿄 쿨비즈는 ‘쿨비즈 창시자’가 21년 만에 리뉴얼한 버전이다. 도쿄가 선도한다는 의미로 ‘도쿄’를 붙여 브랜딩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 쿨비즈는 옷차림뿐만 아니라 근무 방식과 생활 양식까지 싹 바꾸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걸 여름 한철이 아니라 1년 내내 생활화하자는 것도 기존 쿨비즈와의 차별점이다. 그 중에서도 복장 부문은 단정한 정장을 기본값으로 하는 일본 직장인 사회에서 파격이지만 지난달 초 발표했을 때만 해도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지구온난화 대응, 에너지 절약을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해마다 심해지는 폭염은 모두에게 직면한 현실 문제였다.
자 그럼 누가 먼저 시작할 것인가. 당연히 도쿄도가 앞장섰다. 20년 전 쿨비즈도 공무원 드레스코드로 자리잡은 뒤 일반 기업으로 확산됐다. 도청에서 가장 먼저 도쿄 쿨비즈 차림 근무를 시작한 건 환경국. 올해 첫 열사병 경계 경보 체제가 시작된 지난달 22일 도쿄도는 신주쿠 소재 도청 환경국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가벼운 복장으로 일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때 가장 눈길을 끈 게 반바지 차림이다. 방송 카메라들은 반바지, 반팔티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일하는 남성 직원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반바지를 입은 남성들의 하반신은 여러 차례 클로즈업됐다. 화면에 잡힌 여성 직원들의 복장은 상대적으로 평범했다. 반소매 블라우스에 통이 넓은 바지를 입은 정도였다. 반바지는커녕 치마를 입은 사람도 없었다.

이런 풍경을 전한 TV아사히 계열 ANN뉴스 방송에서 반바지·반팔티 차림 사례로 등장한 남성 직원은 “처음에는 반바지를 입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실제로 일해 보니 정말 쾌적해서 꼭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다들 ‘오?’ 하는 표정을 짓기는 하지만 말을 걸어주시는 분들은 ‘좋네요’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죄송하지만 이건 그만해주세요. 아저씨의 반바지는 불쾌감을 줍니다. 아저씨의 정강이를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사’라는 닉네임을 쓰는 그는 “같은 이유로, 맨몸에 와이셔츠를 입는 것도 절대로 그만해 달라”며 “상식 있는 복장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가 공유한 기사 제목은 ‘처음으로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한 도쿄도청 과장 “용기가 필요했지만 업무 능률이 오른다”’였다. 제목에 오른 41세 와타나베 히데유키 국제환경협력담당 과장은 ANN뉴스와도 인터뷰한 그 남성이다.
도쿄 쿨비즈 확산을 위한 실무 책임자였을 와타나베 과장은 “더 더워지면 이른 아침 출근이나 재택근무도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 출근’과 ‘재택근무’는 도쿄 쿨비즈에 포함된 근무 방식이다.
엑스에서 또 다른 이용자는 같은 기사에 대한 반응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는 반바지를 입지 말아 주세요. 기분 나쁘기 때문입니다. 아저씨는 정강이를 드러내지 말아 주세요.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어 “아저씨는 제가 불쾌해지지 않는 상식 있는 복장을 해달라”며 “기분 나쁘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노골적인 반감은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TV아사히가 공동 운영하는 온라인 방송 플랫폼 ‘아베마(ABEMA)’의 시사 프로그램 ‘아베마적 뉴스쇼’가 도쿄 시부야 거리에서 만난 여성들은 “회사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일하는 아저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구동성 “싫다” “불쾌하다”고 답했다.
한 여성은 “굉장히 싫다”며 “아마 일보다 그쪽에 눈이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깜짝 놀라서 두 번쯤 쳐다볼지도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다른 여성은 “불쾌하다”며 “집도 아닌데 뭐 하러 온 걸까 싶을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편집된 대답은 “아저씨의 정강이털은 굳이 보고 싶지 않다”였다.
이런 반응을 두고는 “남의 복장에 너무 간섭한다”는 취지의 반론이 제기됐다. “남녀 기준이 다른 것은 이중잣대” “외모·연령 차별”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양론이 맞붙으면서 도쿄 쿨비즈는 반바지 논쟁으로 번졌다.
그는 “원래 직장은 ‘남녀와 관계없이 일하는 장소’라는 인식이 있다”며 “그런데 피부를 드러내는 것, 특히 평소 드러내지 않는 다리를 드러내는 것, 체모를 보이는 것이 상대를 ‘성적 대상화’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적 어필을 받고 있다고 의식하거나 그런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만 직감적으로, 본능적으로 그것을 느끼게 된다”며 “그것이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이 된다”고 해설했다.
간단히 말하면 평소 잘 볼 수 없는 다리 노출은 무의식적으로 성적 어필로 느껴지게 되는데, 그 당사자가 아저씨이니 불쾌해진다는 의미다. 배경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본능적인 ‘성적 대상화’가 있다는 게 우스이 교수의 견해다.

우스이 교수는 하반신이라는 신체적 특징에도 주목했다. 신체에서 상반신보다 하반신, 손보다 다리 쪽이 더 사적인데 그 부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불쾌감이 된다는 해석이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신체적 경계성이 모호해지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우스이 교수는 “‘나와 당신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닙니다’라는 경계선이 평소에는 분명하다”며 “그런데 마치 편안하게 쉬고 있는 듯한, 사적인 장소에 있는 듯한 옷차림을 하면 그것이 가까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부연했다.
2024년 12월에는 비슷하게 ‘후드티 아저씨’ 논쟁이 있었다. 작가 겸 칼럼니스트인 세노 유카가 유튜브에서 “40세 가까이 돼서 후드티를 입는 아저씨는 이상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게 발단이었다. 이때도 “남의 옷차림에 왜 간섭하느냐” “중년 남성을 향한 연령 차별, 외모 조롱 아니냐” “후드티는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평범한 옷”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당시는 중년 남성인 유명인들이 잇따라 반론을 제기하며 소동이 커졌다. 일본 대표 인터넷 익명게시판 ‘2채널’을 만든 인터넷 논객 니시무라 히로유키,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몰 조조타운 창업자 마에자와 유사쿠, 그리고 여러 방송인이 “나도 후드티를 입는다”며 가세했다. 우주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도 유명한 마에자와는 “우주에서도 후드티를 입었다”고 비꼬았다.
당시 논란은 발단을 제공한 세노가 추가로 엑스에 “늙은이들은 후드티 입고 어슬렁거리지 마라”라고 말하면서 반발이 더 커졌다.

우스이 교수는 “반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더 알몸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연애 상담과 인간관계 조언으로 유명한 블로거 ‘DJ 아오이’는 아사히신문출판이 운영하는 뉴스 사이트 ‘아에라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아저씨의 반바지 차림이 불쾌해지는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반바지 아저씨’가 다리를 벌리고 쪼그려 앉을 때가 있습니다. 여름철 반바지라면 원단도 얇을 테고, 그러면 사타구니 실루엣이 드러나버립니다. 정강이털이 보이는 데다 사타구니까지 드러나면 더블 콤보라서 정말 불쾌합니다.”
반바지 논란에는 ‘아저씨’에 대한 일종의 혐오가 깔려 있다. 이런 정서는 ‘아저씨라면 뭘 해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DJ 아오이는 “‘반바지 아저씨’를 싫어하는 여성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며 “하나는 ‘더럽다’ ‘냄새난다’ 하는 식으로, 전형적인 아저씨 이미지를 철저히 싫어하는 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반바지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그냥 ‘아저씨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반바지를 입고 있든, 예전처럼 정장을 입고 있든, 아저씨라는 시점에서 NG(탈락)”이라고 말했다.
이는 가치관 문제라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는 게 DJ 아오이의 진단이다.
반바지 아저씨를 싫어하는 또 하나의 부류는 ‘청결감의 결여’에 주목하는 이들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DJ 아오이는 “피부가 깨끗한지 같은 것에 더해, 옷차림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도 청결감에 포함된다”며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청결감이 사라져버리는 일부 아저씨가 미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에 따라 느끼는 방식은 다르기 때문에 원래 매너에는 절대적인 정답이나 답이 없다”며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거래처나 방문객을 응대하는 경우라면 반바지는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상대가 불쾌해 하는지를 알기 어렵다. 면전에서 “정강이털을 보고 싶지 않으니 반바지를 입지 말아 달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남성 입장에서는 상대에게 불쾌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고 상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회사가 반바지를 허용하더라도 입지 말아야 할까.
니시데씨는 “최근 다양성이 중시되면서 근무 중 ‘반바지는 논외’라는 분위기는 누그러지고 있다”며 “다만 쿨비즈는 에너지 절약이 목적이지 단순히 복장을 자유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늘 유의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허용한다고 주변 시선을 완전히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비즈니스 현장이라면 최소한 무릎은 가려주면 배려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슬랙스, 바지와 양말 사이로 맨살이 살짝 보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진다는 여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편하면 됐다’가 아니라 주변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피부 노출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로가 불쾌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직장 환경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은 정리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몸가짐에 대한 의식이 있기 때문”이라며 “아저씨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바지를 입는다면 최소한 짧게 다듬어서 정리한다든지, 에티켓 의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정강이털 수북한 반바지 아저씨, 부끄럽지 않나? 지저분하잖아’라는 반응에 ‘정강이털이 매끈매끈한 아저씨 쪽이 더 기분 나쁘지’라는 대꾸가 있었다.
우스이 교수는 “되도록 자신의 다리나 정강이털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며 타월이나 담요 등으로 덮는 방법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쿨비즈와 반대되는 일을 하는 거라 곤란해진다”며 난처해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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