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국·이탈리아 합작 전투기 개발 본격화…美 눈치 이겨낼까[시사쇼]
日 재무장과 맞물려…동북아 정세 여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신형 스텔스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동북아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본이 독자적으로 첨단 전투기 기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유럽 주요 국가들과 손잡고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F-3, 영국·이탈리아 템페스트 프로젝트 통폐합…GCAP 본격화
이번 사업은 ‘글로벌 전투 항공 프로그램’, 즉 GCAP로 불린다. 당초 유럽에서는 영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이 참여하는 ‘템페스트 프로젝트’가 추진됐지만, 투자 규모와 예산 부담을 둘러싼 이견 속에 일부 국가들이 이탈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악화까지 겹치면서 각국의 국방 예산 부담이 커진 것도 사업 재편의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 역시 별도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을 추진해왔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쓰비시 그룹을 중심으로 자체 전투기 개발을 이어왔고, F-1과 F-2에 이어 F-3 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독자 전투기 개발은 그동안 미국의 견제를 받아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자국산 전투기를 독자 개발할 경우 미국산 전투기 구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경제적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 방산업체들에 중요한 고객이다. 일본은 중국 견제와 대만 유사시 대응 등을 이유로 미국산 F-35 등 스텔스 전투기를 대규모로 도입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자체 스텔스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미국 방산업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일본의 독자 전투기 개발을 경계해온 데는 역사적 이유도 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을 감행한 전범국이며, 당시 일본군의 항공 전력은 미국에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특히 미쓰비시가 과거 전투기와 군수 장비를 생산했던 기업이라는 점도 미국 내 경계심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번 일본·영국·이탈리아 공동 개발을 일정 부분 용인한 것은 스텔스 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스텔스 기술을 오래전부터 운용해왔고, 현재는 무인 전투기, 인공지능 기반 자율 전투, 우주 공간과 연계된 차세대 항공 전력 개발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입장에서는 2035년을 목표로 한 일본의 6세대 전투기 개발이 당장 자국의 기술 우위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日 스텔스 기술 확보시 흔들릴 동북아 정세
문제는 동북아 지역이다. 미국에는 상대적으로 큰 위협이 아니더라도, 한국과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의 스텔스 전투기 기술 자립이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미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의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한 국가로 평가된다. 여기에 자체 개발 능력까지 확보할 경우, 유사시 전투기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개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한국의 경우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지만, 핵심 기술과 정비·개량 과정에서는 여전히 미국 의존도가 높다. 반면 일본이 독자 기술을 확보하면 장기적으로 항공 전력 운용에서 더 큰 자율성을 갖게 된다. 이는 단순한 무기 보유량을 넘어 기술 주권과 전시 생산 능력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역시 자체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성능과 기술 완성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손잡고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성공한다면 동북아 군사 균형에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미국의 동맹 정책이 과거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에서, 첨단 전투기 기술을 어느 수준까지 자체 확보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안보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6세대 전투기 개발 필요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일본의 신형 스텔스 전투기 개발은 단순한 방산 협력 사업을 넘어 동북아 안보 질서와 기술 경쟁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목표 시점은 2035년으로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일본이 실제로 스텔스 기술 자립에 성공할 경우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군사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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