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1년, ‘정책감사 폐지’ 선언에도 숨죽인 공직사회…“공익감사로 이름만 바꿔, 적극 행정에 걸림돌”

이누리,김윤 2026. 5. 2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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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DB

이재명정부가 ‘정책감사 폐지’를 선언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공직사회에선 체감 변화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책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겠다면서도 ‘공익감사’ 등의 이름으로 주요 정책을 들여다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감사원은 이재명정부의 정책감사 폐지 기조에 따라 지난해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24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 5조2항3호는 직무감찰 제외 대상을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의 당부(當否)’로 규정하면서도 ‘정책결정과 관련한 불법·부패 행위에 대해서는 직무감찰을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기존 규정은 예외 범위를 더 폭넓게 인정했다. 과거에는 ‘정책 결정의 기초가 된 사실 판단, 자료·정보 등의 오류,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 여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적법성, 절차 준수 여부’까지 감찰 대상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범위는 대폭 축소됐다.

문제는 규정이 바뀌었어도 정책 판단과 집행의 경계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감사원도 “정책 결정의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일 뿐, 집행 과정의 위법·부당 사항은 여전히 감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감사를 받는 공무원들 사이에선 오히려 개정 이후에 혼란이 커졌다는 분위기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책 결정 과정 자체를 보지 않겠다는 것인지 모호하고, 결정 이후 집행 과정은 어디까지 감사 대상인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실제 현장에서 제도 변화를 체감하려면 사무규칙 개정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책감사 문턱이 높아진 대신 기존 정책감사 성격의 사안을 다른 형태의 감사로 들여다보는 사례도 생겼다. 산업통상부가 지난해 10월 청구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공익감사가 대표적이다. 산업부는 “정책감사가 아니라 공익감사”라고 설명했지만, 정책 추진 전반을 다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책감사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정책을 담당했던 실무자들의 부담도 달라진 바 없다. 감사를 받는 사실 자체가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석열정부 시절 핵심 국책사업을 맡았던 한 정부 관계자는 “앞길이 막힌 것 같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공직사회에서는 정책 판단이 사후 감사 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감사 결과가 징계와 인사로 이어질 수 있어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일 많이 한 사람이 감사받을 확률이 높고, 일 안 한 사람은 감사받을 일도 없다는 자조 섞인 말도 돈다”고 전했다.

세종=이누리 김윤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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