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하믄 달라질랑가”…첫 통합특별시장 선거 앞둔 광주 민심은 [민심 르포]
“기대는 되지만 뭐가 달라질지 모르겠다” 복잡한 민심에도
“초대 시장, 미래 먹거리·지역경제 살려야” 한목소리

광주 동구 금남로4가역 인근.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며 ‘압도적 성장’ ‘호남 발전’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유세 차량에서는 로고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후보들의 호소에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의 행정통합이 40년 만에 이뤄졌다. 초대 광주·전남 통합시장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국민의힘 이정현, 진보당 이종욱, 정의당 강은미, 무소속 김광만 후보가 경쟁에 나섰다. 이재명 정부 국가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의 마중물 성격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쿠키뉴스가 충장로와 광주송정역, 전남대학교 등 광주 주요 지역에서 만난 민심은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대한 기대감과 “무엇이 달라지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공존했다.
금남로4가역 인근에서 만난 송모(20대·남)씨는 “광주와 전남이 통합된 것도 현수막을 보고 처음 알았다”며 “어차피 민주당이 당선될 거라는 생각에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송정역에서 만난 김모(80대·남)씨는 “뭐가 달라지는 건지, 누가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민주당에 권력을 몰아줬더니 마음대로 하는 것 같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졌다”고 했다.

금남로5가역 부근에서 만난 자영업자 송모(40대·여)씨도 “문화·의료·교육 등 광주의 도시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농수산·관광 자원 등 전남의 넓은 경제 영토가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클 거 같다”며 “광역 교통망 구축이나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에도 훨씬 유리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적지 않았다. 전남대 정문에서 만난 자영업자 양모(40대·여)씨는 “명칭만 바뀌고 큰 발전이나 변화는 없을까 우려된다”며 “광주 외 지역이 더 소외되고 인구 감소도 가속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 광주 중심의 일방적인 통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모(50대·여)씨는 “단순한 행정 통합만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 산업과 일자리, 교통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광주만 커지는 통합이 아니라 광주와 전남이 함께 강해지는 통합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결선 투표 과정에서는 전남 거주자로 응답한 여론조사 대상자 2308명의 전화가 중간에 끊긴 사실이 확인되며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다만 민주당은 “기존 ARS 설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지만 즉시 발신을 중단하고 시스템을 보완해 투표를 재개했다”며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정매일시장 인근에서 만난 박모(30대·남)씨는 “광주·전남은 민주당 지지세가 워낙 강하다 보니 공약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다양한 후보가 나오기 어렵다”며 “그래서 경선이 더욱 중요한데 결선 과정에서 과연 투명한 절차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고모(60대·여)씨도 “시민들도 함께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더 투명하게 진행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번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안심번호 여론조사 중심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와 정책배심원단 등 후보 검증 과정에 일부 시민 참여가 있었지만 실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시민 역할은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호남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불릴 만큼 민주당 선호가 강한 지역이다.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지세가 뚜렷하지만, 이번에는 후보와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민주당을 지지했다는 김모(70대·남)씨는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않았다”며 “벽보를 꼼꼼히 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후보를 신중하게 선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남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박모(20대·여)씨는 “예전에는 민주당 후보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투표했지만, 이제는 정당보다 후보 개인과 정책을 보고 뽑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전남대 후문에서 만난 이모(30대·남)씨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이 망한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광주·전남이 통합 특별시가 된 만큼 앞으로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4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에서 만난 조모(50대·여)씨는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로 전남은 지역 소멸 위기감이 큰 상황”이라며 “통합을 계기로 시민들이 더 잘살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했다.
송정동 토박이인 유모(70대·남)씨는 “차기 시장이 가장 먼저 광주 경제를 살려줬으면 좋겠다”며 “나는 연금을 받으면서 살아 괜찮지만 주변 친구들 중에는 생활비를 아끼며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광주=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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