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스타벅스 논란에 카드사도 긴장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타벅스와 협업 중인 카드사들은 최근 시장 반응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신한카드는 스타벅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상반기 내 ‘스타벅스 신한카드’ 출시를 준비해왔지만 최근 관련 일정을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다른 협업 카드사들도 시장 반응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한 제휴카드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고객 반응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현대카드와의 독점 상업자표시신용카드 계약을 종료한 뒤 삼성카드·우리카드·신한카드 등 복수 카드사와 협업을 확대해왔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9월 ‘스타벅스 삼성카드’를 출시하며 스타벅스 리워드 ‘별’ 적립 혜택을 전면에 내세웠다. 우리카드도 지난달 ‘스타트래블 우리카드’를 선보이고 국내외 스타벅스 이용 실적에 따라 별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논란은 스타벅스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전후해 ‘탱크데이’라는 이름의 텀블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알려지면서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 속에 불매운동이 번졌다.
초기에는 소비자 중심의 불매 움직임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정부와 공공기관으로까지 번지며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민주주의 역사와 가치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 광주은행도 행사와 이벤트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가보훈부 역시 최근 2~3년간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등을 사용한 사례를 점검한 뒤 당분간 사용을 자제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각 지부에 스타벅스 이용 중단을 요청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스타벅스 ‘탱크데이’ 프로모션 논란과 관련해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의도보다 해석”…예측 어려운 기업 리스크 급증
문제는 최근 기업 리스크가 정치·사회 이슈와 결합해 예고 없이 커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GS25와 넥슨, 르노코리아 등은 과거 홍보물 논란으로 크나큰 불매운동에 휘말렸고 최근에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유튜브 채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유사 논란이 있었던 무신사를 다시 언급하면서 관련 업계가 긴장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이 언제든 돌발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점 자체가 새로운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최근 소비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구조로 바뀐 점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이제는 기업이 어떤 의도를 가졌느냐보다 소비자와 대중이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라며 “사람들은 기업이 이런 해석까지 사전에 예상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의미가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했다.
“PLCC 위축 가능성 제한적”
예측하기 어려운 기업 리스크는 관련 금융사들에도 부담이다. 특히 카드사들은 사업 구조상 기업 간 제휴가 사실상 필수라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드사는 서로 다른 고객층을 보유한 기업과 협업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멤버십 기반 혜택을 확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PLCC의 구조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PLCC는 제휴사의 브랜드와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는 카드다. 특정 브랜드 혜택에 집중하는 구조인 만큼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리면 카드사 역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휴사가 정치·사회 논란에 휘말릴 경우 카드사도 소비자 반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카드업계는 제휴 기업이 갑작스럽게 논란이나 리스크에 휘말릴 경우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PLCC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소비자 충성도가 높고 브랜드 영향력이 큰 기업과 단독 제휴를 맺고 싶어 하는 수요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고객 확보가 가장 중요한 카드사에게 PLCC는 특정 브랜드의 충성 고객을 카드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논란이 예상보다 빠르게 잦아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 ‘쿠팡 와우카드’ 해지 건수가 급증했지만 논란이 잦아든 뒤 다시 회복세를 보인 사례도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건·사고성 이슈까지 모두 예상해 제휴 전략을 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개별 브랜드 리스크는 존재할 수 있지만 PLCC 시장 전체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업 리스크가 불쑥불쑥 생길 경우 일부 위축 가능성은 있겠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PLCC를 추진할 이유가 분명하다”며 “당장 시장 흐름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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