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쇠질 왜 해?”…2030 떠나자 헬스장도 무너졌다

수도권 한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박모(25)씨는 줄어든 회원 수를 체감하고 있다. 박씨는 “한창 인기 있을 때는 관리하는 회원만 35명이었고, 하루에 수업을 8번 진행했다”며 “지금은 3~4번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 헬스장은 회원 수 1400명, 규모 500평의 대형 헬스장이지만, 쪼그라든 회원 수에 상주 트레이너를 5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비만치료제와 ‘러닝 붐’으로 폐업하는 헬스장 수가 급증하고 있다. 22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닫은 헬스장은 570곳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영업 제한에 헬스장 방문 자체가 어려웠던 2020년(432곳)과 2021년(403곳) 때보다도 폐업 헬스장이 더 많았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통상 연초는 헬스장 등록이 몰리는 성수기인데도, 행안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사이 전국에서 총 124곳의 헬스장이 폐업했다.

최근 헬스 업계가 불황을 겪는 이유로 비만치료제가 꼽힌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로 손쉽게 살을 뺄 수 있게 되면서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줄었다. 이 두 치료제를 처방한 건수는 올해 3월에만 30만 건에 달한다.
헬스장 트레이너로 2년간 일한 최재혁(27)씨는 “비만치료제가 출시되면서 비만치료제 처방 회원을 위한 ‘위고비’ 웨이트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단백질 위주의 맞춤형 식단을 짜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도 체중 관리 차원에서 비만치료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소셜미디어(SNS)에선 ‘웨딩 앞둔 위고비 후기’와 같은 글들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러닝 인기의 증가로, 헬스가 대체된 측면도 있다. 회당 4~5만원 안팎인 헬스장 개인 트레이닝(PT)과 비교해 러닝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또 함께 뛰는 ‘크루’ 문화를 통해 재미와 만족감도 얻을 수 있다. 마라톤 정보 포털 ‘마라톤 온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대회는 530개로, 2021년(248개)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어났다.
헬스장의 운영이나 PT 교육 방식의 불투명함이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김모(27)씨는 최근 헬스장 등록을 하러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PT 20회권(75만원)을 등록하는데 현금 결제를 유도했고, 가격을 사전 고지 하지 않고 방문 상담을 강제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고통이 수반되는 헬스를 택하기보다는 재미와 만족감이 보장된 러닝처럼 다양한 운동을 택하거나, 다이어트 효율 측면에서는 차라리 비만치료제를 선호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면서 “대체재가 많아진 상황에서 헬스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협회와 학계의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찬우 기자 han.cha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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