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활을 잘 쏘기 위해 가슴 도려냈다? 팩트체크 해보니
[박홍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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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젤름 포이어바흐 <아마존 전투> 1873년 |
| ⓒ 퍼블릭 도메인 |
아이를 가지기 위해 남자를 납치한 후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살해한다거나, 활시위를 당길 때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오른쪽 가슴을 도려낸다는 이야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독일의 신고전주의 화가 안젤름 포이어바흐(1829~1880)의 <아마존 전투>는 이 부족 여성들의 용맹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아마존 여성들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아테네 병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아마존 여전사들의 이야기
납치된 안티오페 여왕을 구출하기 위해 아테네를 공격하는 아마존 여전사들을 묘사한 장면이다. 고대 그리스 학자 아폴로도로스의 <그리스 신화>에 이 전투와 관련한 이야기가 비교적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헤라클레스는 히폴리테를 죽이고 허리띠를 빼앗았다. (…) 테세우스는 헤라클레스와 함께 아마조네스 부족을 치러 갔다가 안티오페를 납치했다. 그래서 아마조네스 족이 아테네로 진격해 와서 진을 쳤으나 테세우스와 아테네인들에게 패배했다."
신화에 의하면 헤라클레스가 열 개의 고역을 완수하면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신탁이 있었다. 그 고역 중 하나로 아마존 여왕의 허리띠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헤라클레스는 전함 9척을 가지고 아마존 해변을 점령했다. 일대 혼란에 빠진 여전사들을 무찌르고 아마존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여왕의 허리띠를 확보했다.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가 아마존 공격에 참여했는데, 공동 여왕인 안티오페를 납치했다. 그런데 아테네에 머무는 동안 테세우스와 사랑에 빠져 아들을 낳았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안티오페가 포로 처지에 있다고 생각한 아마존 전사들은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아테네를 공격했다. 하지만 테세우스가 이끄는 아테네 군대에 패배했다. 포이어바흐의 <아마존 전투>는 아마존과 아테네 사이의 전투가 절정에 도달한 순간을 담았다.
아마존과 그리스의 전투는 많은 서양 화가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제였다. 화가들은 대부분 그리스 군대에 패배하는 광경을 묘사했다. 아마존에 관련된 또 다른 신화인, 그리스 영웅 아킬레우스가 트로이를 지원하기 위해 참전한 아마존 여왕 펜테실레이아와 싸운 이야기도 그리스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녀가 눈부시게 활약하는 아킬레우스에게 도전했다. 먼저 긴 창을 세 번 던졌으나 방패에 막혔다. 최종적으로는 아킬레우스의 창이 그녀의 몸을 뚫어 승부가 결정됐다.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 그림도 대체로 이 장면을 담았다. 하지만 포이어바흐의 그림은 아마존 여전사들의 용맹스러운 모습에 주목한다. 전투도 혼전 양상으로 치닫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여전사의 역사적인 흔적
아마존 여전사는 신화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나름의 역사적 근거가 있다. 아마존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에 의해 역사의 일부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기원전 7세기 후반부터 수 세기 동안 흑해 주변에서 세력을 키운 스키타이 세력의 하나였던 사로마티아 부족의 모계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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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이어바흐 <아마존 전투> 부분1 / 부분2 |
| ⓒ 퍼블릭 도메인 |
일부 신화에 의하면 안티오페는 자기 부족이 공격하는 줄 모르고 아테네를 돕기 위해 출전했다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아마존 여전사가 실수로 쏜 화살에 죽었다. 화가는 투구를 쓴 여성을 통해 이 신화 내용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해준다.
또한 화가가 아마존 여전사들의 용맹함을 묘사하는 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알게 해준다. 오른쪽 부분 그림을 보면 말을 타고 공격하는 여성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껏 팔을 뒤로 젖혀 도끼를 휘두르는 동작에서 힘이 느껴진다. 심한 부상으로 부축받는 그리스 병사와 대비되어 효과가 더 살아난다.
아마존 여성의 전투력은 문학에서 르네상스의 문을 열었던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의 <유명한 여자들>에서 아마존을 이끄는 여왕 펜테실레이아를 소개하는 내용에 잘 나타난다.
"옆구리에는 화살통을 차고, 여자로서가 아니라 전사로서 말을 몰았다. 힘과 기술에서도 이전의 어느 여왕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당시로서는 알려지지 않았던 도끼를 그녀가 발명한 점으로 미뤄볼 때 지성 또한 부족한 것이 아님이 분명했다."
말을 타고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 손으로 고삐를 잡고 다리를 말 허리에 밀착시켜 몸을 고정한 자세에서 무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뒤편에 거칠게 앞발을 들어 올린 말을 탄 여성도 능숙한 기마술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그리스 병사는 보병이다. 실제로 그리스 군대에서 말을 탄 기병은 극소수 귀족이었다.
유목민족 여성들의 강인함
아마존이 속했다고 알려진 스키타이는 북방 유목민족이어서 여성들도 기마술에 능했다. 헤로도토스의 기록을 통해 고대 스키타이의 토미리스 여왕 이야기가 전해진다. 기원전 6세기경 유목민족인 마사게타이를 이끌었다. 페르시아 제국의 창건자이자 당대 최강의 군주였던 키루스에 복종을 거부하고, 백성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직접 군대를 이끌며 전장에 나섰고, 키루스 대제를 물리치며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스 여성들은 대부분 집안에서 옷감을 짜고 아이 양육을 맡았다. 하지만 유목민 여성들은 새 목초지를 찾아 늘 이동했다. 기르는 동물을 관리하거나 사냥하기 위해 말을 탔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적대적인 부족과 싸워야 하는 일도 잦았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생존을 위해 어려서부터 싸움 기술을 익혔다.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무덤에는 여성 두개골이 무기·말과 함께 매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뒷받침한다.
화가가 아마존 여전사를 허리에 화살통을 차고 도끼를 휘두르는 모습으로 묘사한 것도 신화나 역사에 기록된 내용에 충실한 재현이다. 헤로도토스의 기록이나 다양한 그리스 신화에서 아마존 여성들이 활과 도끼를 잘 썼다고 기록되어 있다. 유목민족이 승마와 활쏘기에 능한 것은 세계의 공통 현상이기도 하다.
과거 몽골 제국의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은 강인함으로 가정 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했다고 한다. 몽골 여성들은 혹독한 자연조건에서 수시로 이동해야 하는 유목 생활의 특성 때문에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말을 타고 활을 쏘았으며, 가족과 가축을 지키고, 이동 가옥인 게르를 세우고 관리했다.
특히 '여성 칭기즈 칸'으로 불리는 여전사 만두하이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15세기 후반에 남편 만둘 칸 사후 섭정이 되었고, 직접 기병 부대의 선봉에 서서 오이라트를 정벌했다. 다얀 칸을 옹립하여 몽골을 통치하며 칭기즈 칸의 후손들이 제국을 이어가게 했다. 혼란에 빠진 몽골을 통일하고 제국을 안정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현대에도 알타이산맥 등지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거친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영하의 추위와 이동 생활을 견디는 강인한 체력을 보여준다. 얼음을 깨서 물을 만들고, 전통적인 독수리 사냥꾼의 기술을 배우는 등 대를 이어 강인한 유목민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 여성들이 활을 유용하게 쏘기 위해 가슴을 도려냈다는 이야기가 오래 전해졌는데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고대 그리스 학자 아폴로도로스는 활을 쏘거나 창을 던질 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오른쪽 젖가슴을 꾹 눌러 못 자라게 했다"라고 기록했다. 고대 예술가들도 신빙성이 없다고 봤는지 조각이나 그림에서 가슴을 도려낸 모습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또한 여성이 활을 쏘기 위해 한쪽 가슴을 도려내는 다른 기마민족도 없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마존 여성들을 야만인으로 묘사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으로 봐야 한다. 가부장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그리스 사회에서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해 왔다. 아직 모계적 전통이 상당 부분 남아 있어서 상당한 수준의 성평등을 누리던 유목민족 여성들을 야만인으로 낙인찍어야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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