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대한민국 맞아? 평균연령 34.8세, 노인 보기 힘든 도시

김대홍 2026. 5. 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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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동네 '경북도청신도시' 이야기5] 전국 평균보다 10살 젊지만 교실·병원 부족 심각

[김대홍 기자]

여긴 네버랜드? 여기도 어린이, 저기도 어린이

대한민국 미래를 논할 때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장 흔한 건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다. 상상하면 끔찍한 미래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젊은층과 어린층을 보기 힘들다. 관광지와 유흥가를 빼고.

경북도청신도시는 이런 흐름에서 완전히 빗겨난다. 도시를 찾은 외지인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여기가 대한민국 맞아? 어린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아."
 어린이들이 많은 경북도청신도시에선 어린이 대상 행사가 자주 열린다. 행사가 열릴 때면 행사장은 어린이들과 부모들로 북적거린다.
ⓒ 김대홍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와 각 지자체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는 세종특별자치시다. 평균연령이 38.6세다. 경기도 화성시 또한 젊다. 평균연령 39.5세, 아동인구가 전체 중 20%다.

경북도청신도시는 평균연령이 34.8세다(매일신문, 2026.3.9.).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다는 세종시와 화성시를 능가한다. 전국 평균이 45세니 10살 이상 젊은 도시다.

'젊은 도시'라는 측면에선 경북 1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1등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평균 연령이 47.5세인 경상북도에 비춰보면 경북도청신도시의 색깔은 더 도드라진다.

평균연령이 낮다는 것은 젊은층 비율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상북도 도청신도시 추진단 공표 자료와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40대 이하 비율이 거의 80%다. 대한민국 대부분 지역에서 젊은층을 보기 귀하다면 경북도청신도시에선 노인을 보기 힘들다.

20세 이하 인구 비율 또한 18~20%로 아주 높다. 경상북도의 12~14%와 차이가 많이 난다.
 경북도청신도시에선 밸런스바이크, 두발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참 많다.
ⓒ 김대홍
경북도청신도시에선 유모차를 미는 엄마들, 밸런스 바이크나 바퀴 크기 작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꼬맹이'들이 흔하다. 동네에서 얼굴을 아는 부모들에게 '젊은 동네'의 장점을 물었다. 여러 개가 순식간에 나왔다.

"놀이터에 항상 아이들이 있어요. 다른 대도시에선 그렇지 않다고 들었거든요. 또래 친구들도 많죠. 자연스럽게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아요."

"외지에서 와서 사람을 어떻게 사귀나 했는데, 아이들끼리 어울리니 자연스럽게 마음 통하는 엄마들을 만나게 됐어요. 아이들 픽업가면 꼭 또래 엄마들 만나요. 이 동네에서 알게 된 인연들은 모두 아이들 덕분이죠."

"아이들이 많으니 도시에 활기가 넘쳐요. 얼마 전 태백에 놀러갔거든요. 아이가 없더라구요. 항상 아이가 많은 동네에 익숙해 있다 보니 너무 낯설었어요. 우리 동네가 얼마나 좋은지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학부모인 주민들은 사교육에 대한 욕심만 살짝 내려놓으면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과밀 학급, 병원 부족...'어린 도시'의 그늘

'젊은 동네'가 좋기만 할까. 그럴 리가 없다. 남모르는 고민도 존재한다. 우선 과밀학급 문제다. 대한민국에서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초등학교 통폐합 문제는 전국에서 화두다. 학생 수는 나날이 떨어진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2023 교육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23%가 전교생 60명 이하다. 30명 이하 초등학교도 10%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평균 전교생 수는 대략 300명대 중반 수준이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큰 도시는 포항이다. 인구가 약 50만 명이다. 제일 큰 초등학교가 초곡초등학교다. 전교생 수는 1229명이다. 경상북도 북부권에서 가장 큰 도시는 안동. 이 도시에서 전교생이 가장 많은 학교는 송현초로 990명 정도다.

안동시 인구가 15만 명 정도고, 경북도청신도시는 2만 3천 명 정도로 6분의 1이 채 안된다. 인구로만 보면 큰 학교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경북도청신도시에 있는 호명초는 1282~1311명(2026.3 기준)으로 안동 송현초를 훌쩍 뛰어넘는다. 신도시에 있는 또다른 학교인 풍천풍서초등학교 또한 880명으로 거대 학교다.

이들 초등학교는 미어터질 지경이다. 학교에선 교실 부족이 큰 문제다. 교사 휴게실은 꿈도 못 꾼다. 방과후 교실을 할 곳이 부족해 반 교실을 빌려서 쓴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인구 2만3천여 명인 초미니 도시다. 하지만 이 도시에 있는 호명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300여 명으로 울트라급이다.
ⓒ 김대홍
호명초는 매일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교직원까지 포함해서 1400명 이상 인원의 밥을 준비한다. 식사 배식 시간만 2시간이 넘는다. 두 개 학년이 같은 자리를 시간을 나눠 쓴다. 1학년이 앉았던 자리엔 잠시 뒤 3학년이 들어와 앉는다.

들어오는 곳과 나가는 곳 출구가 거의 붙어 있어, 식사 시간이면 대혼잡이다. 교직원 자리가 따로 있지만 교사들은 학생들 옆에 붙어 있느라 거의 식사를 못 한다. 등교 시간도 학년별로 시간대를 달리해 혼잡도를 줄인다.

학교통폐합 대신 경북도청신도시에선 부족한 교실, 넘치는 학생수가 문제다. 강원 8곳, 충북 5곳, 충남 4곳, 전북 6곳, 전남 8곳, 경북 9곳, 경남 9곳이 출생아수 100명 이하를 기록했다.(연합뉴스, 2025.3.3)

이런 지자체들이 보면 경북도청신도시의 아우성은 배부른 푸념처럼 들릴 것이다. 며칠 굶은 사람이라면 배 터지는 상상을 하며 행복해 하겠지만 정말로 배가 터질 것 같은 사람이라면 고역일 수밖에 없다.

비슷한 나이대 아이들이 많다 보니 생긴 일화 중 하나가 이름 중복이다. 시대별로 인기 이름이 있다. 언젠가 한 반에 '채아'가 3명이었다. 선생님이 "채아야"라고 부르면 아이들은 "어느 채아요"라고 반문했다. 옆반엔 '지연'이가 2명이었다. 비슷한 이름, 동일 이름이 한 반에 여럿인 건 경북도청신도시에선 꽤 흔한 일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어린이들도 나이를 먹는다. 초등학교의 문제는 곧 중학교 문제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신도시에서 거의 유일한 풍천중학교는 학생수가 881명으로 포화 상태다. 두 번째 학교는 2027년 3월이 돼서야 개교한다. 지금은 물 위에 얼굴을 내밀고 간신히 숨을 쉬는 형국이다. 2027년 3월이 되면 그제야 산소통 하나를 달게 되는 셈이다. 학교 문제는 그야말로 일부다.

어린이들이 넘치는 문제는 학교에만 그치지 않는다. 병원도 똑같은 문제를 겪는다. 도청신도시 내에 소아과는 언제나 '북적북적'이다. 운이 나쁘면 2시간 대기는 흔한 일이다. 소아과에서 대기하다 점심 시간을 놓쳐 밖에서 식사하고 유치원 등원한 게 여러 번이다.

신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 이비인후과는 예약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보통 7시쯤 병원을 방문한다. 물론 그때 병원이 문을 열진 않았다. 그런데도 이미 대기 중인 사람들이 여럿이다. 잠시 뒤면 병원 직원이 나와서 메모지를 내놓는다. 그 메모지에 원하는 시간대를 적고 사람들은 사라진다. 8시쯤 되면 오전 일정이 거의 다 찬다. 넘치는 인원, 무한정 대기를 하기 힘든 맞벌이 부모들과 주부들을 고려해 만들어진 신도시식 시스템이다.

경북도청신도시엔 응급실과 피부과 병원이 없다. 정형외과도 최근에서야 생겼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수시로 안동 시내로 차를 몰거나 구미, 대구까지 원정을 떠난다. 대형병원이 없는 건 신도시 부모들에게 가장 큰 불만이다.

"아이들 찰과상 치료할 곳이 없어요. 인근 도시가 예천, 안동인데 안동에도 2군데밖에 없어요. 당연히 줄 서야 하구요. 포화상태라 가면 하루 종일 기다려요."

"저녁에 열이 올라오면 안동 시내까지 왕복 1시간 이상 차를 몰아야 해요. 제가 아이가 셋이거든요. 안동 출동할 일이 얼마나 많겠어요."
 경북도청신도시에 있는 건물들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건 학원이다. 도시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 김대홍
아이들 비율이 높으니 어른들은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건물마다 학원은 넘친다. 그 외 시설은 부족하다. 어른들이 시간을 보낼 곳도 없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세대들이 놀 만한 곳도 부족하다. 노년이 즐길 곳은 거의 전무하다. 신도시에서 노년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건 꿈을 꾸는 것처럼 희귀한 일이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참 젊은 도시다. 젊다기보다는 어린 도시라고 하는 게 더 맞다. 어린 도시가 잘 성장해서 젊은 도시가 되고, 탄탄한 중년 도시가 되는 건 행정의 몫이다. 기반을 닦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어린 도시다. 어린 도시가 잘 성장하려면 지금이 중요하다. 기초를 잘 닦으면 젊은 도시로 성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경상북도 다른 도시처럼 고령화 도시가 될 것이다.
ⓒ 김대홍
※ 동네 주민 3인인 S(주부, 35), O(교사, 44), B(주민, 38)과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에 녹여냈습니다.

※ 앞으로 <색깔이 하나인 곳><자전거 도시><제비집 본진><자연박물관인 도시><심장이 없다><벌써 꺼진 성장>과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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