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타인의 세계를 상상하는 문학"… 김초엽 작가, 충남도서관서 시민과 만나다

김정아 2026. 5.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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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가능성, SF를 향하여' 강연… 움벨트·균사체 통해 인간다움과 공감의 의미 되짚어

[김정아 기자]

 충남도서관에서 약 2시간의 강연을 마친 김초엽 작가가 독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이어 참석자들은 작품 집필 과정과 SF 문학이 바라보는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 김정아
"SF는 미래를 예측하는 문학이 아니라, 타인의 세계를 상상해 보는 문학입니다."

지난 20일 충남도서관 문화교육동 대강당에서 소설가 김초엽 초청 강연 '끝없는 가능성, SF를 향하여'가 열렸다. 스크린에 떠오른 '움벨트(Umwelt)'라는 낯선 단어와 균사체, 감각의 확장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지만, 강연은 뜻밖에도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가장 인간적인 질문으로 이어졌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충남 시민들은 과학과 문학, 감각과 존재를 넘나드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상상력'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강연에 나선 김초엽 작가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 석사 과정을 밟은 과학도 출신이다. 하지만 그녀의 세계는 과학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 작가는 "일곱, 여덟 살 무렵부터 시 쓰기를 좋아했다"며 "어릴 적 아버지가 연주하던 오카리나와 기타 소리를 들으며 자란 기억이 지금의 감수성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연구실에서 아프리카 감염병을 연구하던 시절, 김 작가의 마음 한편에는 늘 과학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질문들이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어느 때, 연구 개발 일정 사이 약 한 달의 공백이 생겼다. 김 작가는 그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단편소설 한 편을 써 내려갔다. 때마침 매거진 단편 공모가 열려 있었고, 응모한 작품이 선정돼 2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김 작가는 "그때 '어쩌면 나, 계속 써도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처음 들었다"며 SF소설 작가의 출발점이 된 순간을 담담히 들려줬다.

이후 2017년 단편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본격화한 김 작가는 이날 강연 중에 "어느덧 9년 차 작가가 됐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연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길 만큼 2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객석의 집중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 김 작가는 "인간이 아닌 존재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순간,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기준들도 달라질 수 있다"며 "SF는 우주선과 로봇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타인의 세계를 상상하려는 문학"이라고 한번 더 강조했다.

객석에서는 시민들이 메모를 남기며 강연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 개념이 소개될 때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소설 책을 작품 사례와 일상의 언어를 설명했고, 강연장은 어느새 '미래 기술'보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채워졌다.

충남 당진에서 강연장을 찾은 박현정씨는 "그동안 소설에서는 SF 소설을 어렵고 낯선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강연을 듣고 나니 결국 사람의 감정과 삶을 이야기하는 문학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특히 타인의 감각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이야기들이 오래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결국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강연 후 김초엽 작가에게 사인을 받으며 기념 촬영을 하는 시민들. 책 위에 남겨진 짧은 문장과 인사는 강연의 여운을 가까이에서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 김정아
강연 말미, 김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적어도 타인의 세계를 상상하는 속도만큼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강연장이 조용해진 순간, 객석 곳곳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휴대전화 메모장에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어진 박수는 단순한 강연의 끝맺음이라기보다, 오래 마음에 남을 질문에 대한 공감에 가까워 보였다.

충남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김초엽 작가 초청 강연은 단순히 인기 작가와 만나는 자리를 넘어, 시민들이 문학을 통해 과학과 인간, 공감과 상상력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 보는 문화교육의 장으로 마련됐다"며 "특히 SF라는 장르를 어렵게 느끼던 시민들도 강연 이후 '문학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는 반응을 보여 뜻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들이 책을 매개로 서로 다른 세계를 이해하고 삶의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초엽 작가는 오는 23일 경남 통영에서도 초청 강연을 이어간다. 통영 RCE세자트라숲에서 열리는 이번 강연에서는 'SF, 다른 세계를 감각하는 법'을 주제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공존의 의미,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시민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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