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영학 "검찰 수사 방향 맞춰 진술"... 대장동 항소심서 뒤집힌 진술

김종훈 2026. 5. 2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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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폭로 "비율제 이야기 재판 끝날 때까지 하지 말라"… '배임' 혐의 이재명 공소사실 흔들리나

[김종훈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재판을 떠나며 가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01-10
ⓒ 이희훈
대장동 민간업자 정영학 회계사가 항소심 법정에서 "검찰 수사 방향에 맞춰 진술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검찰이 비율제 이야기를 재판 끝날 때까지 하지 말라고 했다", "증언하면 다음 날 불려가 취조받으며 진술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대장동 사건을 '확정이익 구조에 따른 배임'으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를 뒤집을 수 있는 '비율제' 논의가 수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는 취지다.

지난 공판 남욱 변호사에 이어 대장동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정 회계사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의 압박으로 진술 변화가 있었다고 증언함으로써 당시 수사 과정 전반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 회계사가 반복해 강조한 '비율제'는 대장동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비율제는 개발이익이 늘어나면 공공도 정해진 비율대로 추가 배당을 받는 구조다. 반면 검찰이 배임으로 문제 삼는 '확정이익 구조'는 공공이 수익을 확정하고 이후 초과 이익은 민간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정 회계사 증언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민간 초과이익 몰아주기' 공소 논리는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 '배임' 의혹 사건을 포함한 대장동 사건의 공소사실 전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율제 주장, 왜 사라졌나?

22일 열린 대장동 항소심 공판(서울고법 형사6-3부 판사 민달기·김종우·박정제)에서 피고인석 대신 증인석에 앉은 정 회계사는 "(검찰 수사방향대로) 증언하지 않으면 다음 날 불려가서 증언한 내용을 수정하는 조사를 받았다"며 "왜 이렇게 증언했느냐고 취조받고, 증언한 내용을 수정했다. 제대로 증언할 여건이 안 됐다"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검찰이 비율제 논의를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나한테 착각을 유도한 게 이거다. 검사가 (평당분양가 관련 자료를) 제시하길래, (평당분양가가) 1500만 원으로 계산된 자료가 진짜 있는 걸로 착각했다."

실제 김만배 측 변호인이 "민간사업자 중 증인만 구속이 안 됐고, 검찰이 원하는 대로 해줬죠"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네.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초기인 2021년 10월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택지 예상 분양가격을 평당 1500만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으나, 공공의 이익이 많은 것처럼 모양새를 꾸미기 위해 평당 1400만 원으로 사업 제안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이날 정 회계사는 '당시 검찰이 제시한 자료 때문에 자신이 잘못 인식한 상태에서, 검찰이 원하는대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해당 검사가 남재현 전 검사(현 변호사)라고 밝혔다.

- 남욱 측 변호인 "증인은 구속수사를 피하기위해 증인을 수사담당한 남재현 검사가 만든 배임구조 및 그에 부합하는 허위사실관계를 인정하거나 적극적으로 관련 사실관계에 맞춰서 진술을 했지?"
- 정영학 회계사 "따라갔던 거 같다. 내가 만들어낸 건 없다. 성격상 그렇게 뭐 만들어내진 않는다. 그래도 검사가 언론에 나온 걸 기준으로 '이러지않았냐', '모르면 시인해라'는 강요가 많았다. 그러다보니까 따라간 측면이 있었다."

- 남욱 측 변호인 "대장동 택지 분양가가 평당 가격 근거 서류를 남재현 검사가 조작한 거고 그 진술도 대체로 사실과 다른가?"
- 정영학 회계사 "그렇다. 사실과 다르다. 남재현 검사가 공모기간 중에 (평당분양가) 1500만 원 이상 자료를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져오라고 해서 찾다찾다 그 자료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가가 1630만 원 정도인 게 있어서 분양가가 이 정도면 땅값은 1500만 원 정도 되겠다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 그 자료는 자세히 보면 땅값이 1400만 원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전혀 사실과 다르다."

정 회계사는 '자신이 검찰에 문건 비밀번호까지 제공했지만, 문제가 된 1500만 원 시뮬레이션 자료는 제출 당시 없었던 자료'라고 분명히 했다.

사라진 '비율제'... 이재명 기소, 핵심 근거로 작용
 15일째 단식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찾은 의원들을 향해 손인사를 하고 있다. 2023-09-14
ⓒ 공동취재사진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초기인 2021년 10월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USB에 포함된 엑셀 파일에는 대장동 택지 예상 분양 가격을 평당 1400만 원으로 시뮬레이션 내용 밖에 없었는데, 정 회계사는 검찰이 USB 원본에 없던 평당 1500만 원 시뮬레이션 자료를 사후 생성해 자신에게 제시하며 물어봤다는 것이다. 실제 검찰이 임의로 만들었다는 출력물은 검찰에 의해 증거로 법정에 제출됐다.

결국 대장동 사업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이었던 성남시는 평당 분양가 1400만 원으로 확정한 상태에서 시가 이익의 50%를 먼저 가져가는 방식(확정 이익)으로 민간업자들과 계약해 1822억 원을 벌었다. 그런데 막상 분양 때엔 부동산 호황기가 되면서 평당 평균 1600만 원대가 됐고, 민간업자들의 이익이 커졌다.

검찰은 2023년 3월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에게 배임 혐의를 핵심으로 적용해 기소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환수했어야 할 개발 이익을 이른바 '대장동 일당'이라 불리는 개발업자 등에게 몰아줬고, 그만큼 공공의 이익이 줄었다는 것이 검찰이 주장한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이 대통령 공소장에서 "피고인들(이재명 등)은 민간업자가 자의적으로 제시한 수치인 평당 1400만 원 가정이 객관적 근거를 갖춘 것인지, 감정평가 등 객관적 근거에 따른 예상 수익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확인은 전혀 하지 아니하고, 객관적·합리적 예상에 따른 추가 개발 이익에 대한 공사의 배당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아니한 채 분양 예상가 상당의 확정 이익만 받기로 했다"면서 배임을 주장했다.

검찰이 계산한 배임액은 약 4895억 원에 달한다. 성남시가 그 정도 더 벌 수 있었는데 일부러 포기하고 민간업자들에게 몰아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사가 반드시 얻었어야 할 배당 이익이 전체의 70%인 6725억 원인데, 실제 얻은 이익이 1830억 원이라며 차액인 4895억 원이 공사의 손해라고 보고 이를 배임액으로 평가했다. 물론 검찰의 평가에서는 민간업자가 부담한 1공단 공원화와 서판교 터널 조성 등 기반시설 조성 비용 등에 대해 비용이라는 판단이 전제됐다.

"당시는 부동산 불경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확정이익 원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핵심 인물인 민간업자 5인에 대한 1심 선고가 10월 31일 오후 2시에 내려진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만배, 정영학, 남욱, 정민용, 유동규.
ⓒ 권우성 이희훈 이정민 사진공동취재
이날 법정에서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 당시 '비율제'가 논의됐을 상황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김만배 측 변호인이 "민간업자들은 2013년 10월 대장동협의체에서 공사가 확정이익을 요구했어도 비율제를 주장했냐"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그렇다"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500억 원에서 2000억 원 수준의 기여를 하면 자기네는 어떤 것도 안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당시에는 부동산이 너무 불경기라 1500억 원에서 2000억 원을 준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협의체를 마치고 50대 50으로 하자고 했다. 그런데 다시 비율제는 안 되고 2000억 원을 맞춰달라고 했다"라고 답했다.

정 회계사는 1공단 공원화 비용과 관련해서도 "성남도시개발공사 입장은 공원화 개발을 위해 2000억 원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택지개발에서 생기는 것은 아무리 해도 1200억 원밖에 안 나오고, 나머지 800억 원은 아파트 분양사업에서 나올 이익을 미리 당겨주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200억 원과 800억 원을 다 받아가고, 향후 아파트에서 생기는 수익은 민간이 다 가져가라는 의미였다"며 "배당이 없는 우선주를 뜻한다"고 했다. 공사가 2000억 원을 확보하고 사업 리스크에서 빠지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날 항소심은 정 회계사의 기존 진술 형성 과정과 검찰이 설정한 '확정이익 배임' 구조의 타당성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졌다. 재판부가 정 회계사의 주장을 어떻게 평가할지에 따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까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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