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지옥” 대신 “축복합니다”

서울역 노방전도 풍경이 달라졌다. 한때 고성과 소음 속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모습은 사라졌다. “예수 믿으라”라는 말 앞뒤론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란 표현이 붙는다.
이 변화는 한 유튜버의 질문에서 비롯됐다. “길거리 전도하는 분들은 왜 이렇게 디자인을 무섭게 하는가.” 280만 유튜버 진용진씨는 디자인 인력이 부족해 팻말을 바꾸지 못한 노방전도자들에게 아기자기한 글씨체와 그림이 담긴 팻말을 지난 3월 선물했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오랫동안 고수해온 방식에 훈수를 두면 불쾌해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친절하다” “과격한 맹신론자인 줄 알았는데 그냥 예수 덕후였다”등 노방전도자를 이해하는 반응이 댓글로 이어졌다.
여론은 이전보다 호의적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란 표현은 적절한가’라는 질문이 남아 있다. 국민일보 토요판이 전국 곳곳에서 달라진 노방전도 현장과 그 신학적 과제를 짚어봤다.
“예수님 믿으세요. 우리를 구원한 그분을 믿어야 영생 얻고 천국 갑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최근 서울역 1번 출구 앞. 쉴 새 없이 오가는 발걸음 사이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목소리 주인공은 20년 넘게 거리에서 복음을 전한 임요한(72) 목사다. 임 목사가 손에 든 피켓엔 지난날 노방전도의 상징처럼 여겨진 ‘예수 천국, 불신 지옥’ 구호 대신 한층 부드러워진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는 “실제 현장 분위기도 이전과 꽤 달라졌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도 지나가던 한 외국인 관광객이 발걸음을 멈춰 피켓 사진을 찍었고 청년들은 미소를 지은 채 피켓 내용을 읽었다. 몇몇은 ‘인증샷’도 남겼다. 아이들이 다가와 임 목사가 든 피켓을 읽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는 “한 외국인이 말씀 카드를 건네며 응원해주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찾아왔다’며 인사하는 분도 있었다”며 “피켓에 부드러운 만화체 그림이 있으니 아이들이 먼저 다가오는 거 같다”고 했다.
유튜버 진용진씨에게 받은 팻말을 “시험 삼아 잠깐 써보려 했다”던 임 목사는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다만 방식 전환에 대한 고민은 이전부터 있었다고 했다. 그는 “복음은 가랑비에 옷 젖듯 스며들어야 하는데 자칫 ‘당신은 지옥 간다’는 협박으로 비칠 수 있지 않을까 늘 염려해왔다”고 했다. “복음 전도는 선포가 맞지만 타 종교인이나 믿지 않는 사람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방법론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피켓 교체 전 상황은 이와는 꽤 달랐다. 임 목사는 “그간 소음 신고를 당한 경우도 꽤 된다”고 했다. 그는 “비기독교인에겐 우리 말이 복음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포장지가 나쁘면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느냐. 예수의 복음은 진리를 지녔기에 그에 맞는 전달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회를 떠난 다음세대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갈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목소리도 이전보다 부드럽게 바꾸고 아이들에겐 “안녕” “사랑해” “축복해요” 같은 말로 다가서는 이유다.
요즘엔 행인들에게 소소한 대화도 건넨다. 건널목을 급하게 건너는 시민에겐 “사람이 먼저니 조심히 천천히 걸어가시라”고 말하는 식이다. 임 목사는 “상대를 존중하면서 부드럽게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에게서 주님의 모습이 드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불신 지옥’ 표현이나 스피커 성량에 대한 문제의식도 전했다. 그는 “요즘 시대에 지옥 이야기는 무겁고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스피커 소리도 크지 않게 조절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복음을 전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선교단체 예수재단 소속인 임 목사는 그간 대구역과 인천 주안역, 서울대공원역, 부산역 등 전국을 순회하며 노방전도를 해왔다. 서울역 1번 출구에서 상주 노방전도를 시작한 건 지난해 성탄절 무렵부터다. 당초 3일로 계획했지만 당시 행인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열흘 넘게 이어졌고 현재 장소에서 송구영신예배까지 드렸다. 현재는 재단 소속 사역자 및 성도들과 함께 노방전도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세 사람이 참여했다. 임 목사는 “적게는 서너 명, 많게는 20여명이 매일 이 사역에 동참한다. 집회 신고도 정식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상 좋은 상황만 있는 건 아니다. 임 목사는 “최근 한 사이비종교단체 측에서 천막을 쓰러뜨리고 앰프를 부쉈지만 크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이 자리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어떤 상황이나 날씨와 관계없이 복음을 전하려 한다”고 했다.

피켓 일변도였던 노방전도 방식은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광주 남구 하길교회(백영기 목사)는 버스킹 공연에 뽑기를 결합한 방식이다. 교회는 지난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5·18민주광장 음악분수 앞에서 부활절 버스킹과 동시에 ‘뽑기 전도’를 진행했다.
교회는 누구나 자유롭게 뽑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손팻말을 활용했다. 전도팀이 뽑기판을 들고 다니며 참여를 권하자 외국인 관광객부터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부모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이에 응했다. 반려동물과 산책하던 한 시민은 “우리 강아지도 뽑을 수 있나요”라고 먼저 다가오기도 했다. 상품도 백화점 상품권부터 꿀과 디저트 세트, 부활절 달걀, 사탕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특히 별도의 선물 전달 테이블을 운영한 것이 주효했다. 상품을 건네며 이야기를 이어가고 교회 안내도 할 수 있어서다. 뽑기 전도 아이디어를 교회에 제안한 주호진 서리집사는 “뽑기를 주제로 대화하니 ‘교회에서 나왔습니다’같은 말도 웃으며 건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길교회는 이 외에도 문화적 접점을 활용한 전도를 시도하고 있다. 버스킹 현장에서 야광봉을 나눠주는 전도도 그중 하나다. 야광봉 하단에 큐알(QR)코드를 부착해 관심 있는 이들이 교회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당시 야광봉 500개가 순식간에 동날 정도로 시민 반응 역시 뜨거웠다.
노방전도 일환으로 ‘영화관 전도’도 시도했다. ‘킹 오브 킹스’ 등 기독 영화 상영 시기에 맞춰 영화관을 대관하고 지역 주민을 초청하는 방식이다. 교회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비기독교인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에서 고안했다. 주 집사는 “당장의 복음 전달도 중요하지만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것 또한 장기적인 전도의 발판이 된다고 본다”며 “복음의 씨앗이 뿌려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러한 노방전도의 변화에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새길 점이 적잖다는 반응이다. 신학적 관점에서 천국과 지옥의 경계선은 오직 하나님만 아는 것이므로 이를 넘겨짚는 표현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공공신학자 김은득 백석대 기독교학부 교수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당시 암울했던 민족에게 구원의 중요성을 긴급히 전하려 사용한 문구”라며 “시대 변화를 반영치 않고 이를 계속 활용하는 건 청중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도자의 열정은 이해하나 믿지 않는 이들 입장에선 ‘불신 지옥’이란 문구가 일종의 혐오처럼 느낄 수 있다”며 “예수님도 우리의 구원을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소통했다. 이를 본받아 성육신적 자세로 사랑을 담아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도학 전문가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 역시 “‘자기표현의 시대’지만 공적 영역에서 신념을 전하려면 예의와 설득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무례와 정죄가 아닌 배려와 소통의 언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전도의 효과는 인간이 다 알 수 없는 만큼 개인의 판단은 내려놓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수연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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