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마켓은 ‘주인공’이고 싶은 욕망의 용광로” [월간중앙]
[심층인터뷰]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이 분석한 ‘베팅하는 인간’
폴리마켓·칼시는 ‘내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에 베팅하는 공간
예측시장에 열광하는 시대…관찰자 아닌 행동하는 ‘주인공’ 심리 작용

“사람들은 왜 돈까지 걸면서 미래를 예측하려 할까.”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에게 이 질문을 던지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러자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는 ‘게임 감각’이었다. 김경일 교수는 최근 급부상한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이나 ‘칼시(Kalshi)’에 열중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직접 결과에 베팅하며 현실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당선될지, 어떤 정책이 통과될지, 특정 사건이 실제로 벌어질지를 두고 돈이 오가는 구조는 얼핏 금융시장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게임 문화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문법이 깊숙이 스며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기존 여론조사와 폴리마켓의 가장 큰 차이로 ‘책임의 유무’를 꼽았다. 여론조사는 응답자가 가볍게 의견을 말하고 끝날 수 있지만, 예측시장에서는 실제 돈이 걸려 있다. 맞히면 이익을 얻고 틀리면 손해를 본다. 그 때문에 이용자들은 단순한 지지나 감정이 아니라 “진짜 이길 가능성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계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희망사항이 아니라 현실적인 승률에 베팅하기 시작한다”며, 바로 그 지점에서 기존 정치 소비 방식과 전혀 다른 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투자 문화로만 읽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김 교수는 오늘날 온라인 세대가 이미 게임과 스트리밍, 커뮤니티 문화에 익숙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확률을 계산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집단적으로 반응하는 행동 자체가 게임 문화의 연장선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는 폴리마켓이나 칼시를 하나의 전략 게임처럼 접근하고 있으며, 정치·경제·사회 이슈마저 ‘참여형 콘텐트’로 소비하고 있다.
김경일 교수는 “예측시장은 단순한 ‘도박’ 프레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오히려 그 안에는 현대사회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 신뢰를 형성하는 방식, 그리고 대중이 현실 정치와 사회 이슈에 참여하는 방식의 변화가 압축적으로 드러난다고 봤다. 누군가는 이를 위험한 투기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여론조사보다 더 빠르고 솔직하게 민심을 반영하는 새로운 데이터로 주목한다. 그리고 그 경계에서, 게임 문화에 익숙한 세대는 점점 더 현실 세계를 ‘참여 가능한 시스템’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게임과학연구원장실에서 김경일 교수를 만나 폴리마켓과 같은 예측 플랫폼에 왜 지금의 대중이 열광하는지, 그리고 게임적 사고방식이 어떻게 정치와 사회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Q : 아주대 연구실이 아닌 게임과학연구원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게임과학연구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 “원래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을 6년 동안 맡았습니다. 게임문화재단이 게임과학연구원의 상위 기관 역할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게임사 CEO와 관련자들과도 굉장히 가까워졌고요. 처음에는 ‘이사장은 은퇴 직전에 하는 자리 아니냐’고 고사했는데, 주변 게임업계 인사들이 자꾸 저에게 적임자라고 권유했습니다. 게임업계는 대부분 개발자 출신 창업자들이 많아서 외부 조율이나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넥슨, 엔씨, 넷마블, 크래프톤, 펄어비스 같은 회사들의 창업자들은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는 개발자형 인물들입니다. 기술과 개발에는 뛰어나지만 관계 조정이나 갈등 해결에는 취약할 수 있죠. 그래서 게임문화재단에서 저는 사실상 업계 조율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서로 갈등이 생기면 직접 만나게 하고, 술자리도 만들고, 인간관계를 중재하는 역할을 주로 하다 보니, 게임과학연구원장까지 하게 됐네요(웃음).”
Q :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국내에서도 최근 폴리마켓이나 칼시 같은 예측 플랫폼이 화제입니다.
A : “저도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게임회사 CEO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실제 폴리마켓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모든 분야를 ‘베팅’, 확률이 실제 행동 유도하기도
Q : 여론조사와 예측 플랫폼의 차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A : “알고 있듯이 여론조사와 폴리마켓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시스템입니다. 여론조사는 현재 사람들의 의견을 통계적으로 표집해서 보여주는 방식이고, 폴리마켓은 사람들이 실제 돈이나 자원을 걸고 미래 결과를 예측하는 플랫폼이죠. 그래서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인데 폴리마켓에서는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Q :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폴리마켓 수치를 실제 여론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A : “맞습니다. 특히 기성세대는 ‘저 정도면 민심이 저렇게 흘러가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두 개는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폴리마켓은 ‘누가 이길 것인가, 실제 사람들이 누구에게 베팅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지, 그게 곧바로 민심 그 자체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점점 모든 분야를 ‘확률’과 ‘베팅’의 관점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입이다. 그리고 그 확률이 실제 행동을 유도하는 힘을 갖기 시작했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 같은 심리학자도 폴리마켓 같은 예측 플랫폼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Q : 앞서 ‘폴리마켓은 게임이다’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A : “저는 한국인에게는 폴리마켓도 일종의 게임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흔히 게임을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게임을 할 때 뇌를 MRI로 보면 단순한 즐거움과는 조금 다릅니다. 핵심은 ‘내가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고 느끼는 경험’입니다. 예를 들어 애니팡 같은 게임을 처음 출시할 때 개발자들조차 ‘테스트용으로 만든 이 단순 반복 노동을 누가 하겠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 국민이 빠져들었습니다.”
A : “애니팡이 국민게임이 된 이유는 점수, 랭킹, 실시간 피드백 때문입니다. 게임의 핵심은 캐릭터나 스토리텔링이나 그래픽이 전부가 아닙니다. ‘내 행동이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폴리마켓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론조사는 응답하고 끝이지만, 폴리마켓은 내가 베팅하면 결과 흐름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피드백이 옵니다. 그러면 사람은 자신이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흐름에 참여하는 존재라고 느끼게 됩니다.”
![지난 4월 22일 TV쇼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경일 교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지심리학적으로 분석한 한국인의 특성을 들려줬다. 해당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180만회를 넘을 만큼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2/joongang/20260522150222901eqeq.jpg)
━
예측 플랫폼에는 호모 사피엔스의 ‘주인공’ 심리 작용
Q : 젊은 세대에게 예측 플랫폼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일까요?
A : “그렇습니다. 저는 세 가지 이유를 꼽는데, 첫째는 ‘주인공 감각’입니다. 기존 여론조사는 사람들에게 ‘너는 그냥 표본 중 하나’라는 느낌을 주지만, 폴리마켓은 참여자가 직접 세계 변화에 개입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둘째는 ‘게임적 구조’입니다. 폴리마켓은 참여 이후에도 실시간 변화가 계속 피드백됩니다. 내가 베팅하면 가격이 움직이고 흐름이 변하죠. 이 과정에서 참여자는 ‘내 행동이 세계를 움직였다’는 감각을 얻는 겁니다. 제가 게임 개발자들에게 늘 ‘유저가 만 분의 일이라도 자기 행동이 생태계에 영향을 줬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Q : 세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제가 생각하는 마지막 이유는 인터랙션입니다. 기존 여론조사는 참여하고 끝이지만, 폴리마켓은 계속 반응한다는 겁니다. 실시간 변화와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BTS와 유튜브 시대의 구조와 닮았다고 봅니다. BTS가 세계적 성공을 거둔 이유도 ‘끊임없이 반응했기 때문’이거든요. 라이브방송이나 플랫폼을 통해 팬들이 말을 걸면 반응하고, 댓글에 반응하고, 소통하면서 ‘물성이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분석하는 BTS의 성공 요인입니다.”
Q : 한국인들이 특히 이런 예측 플랫폼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 “인간은 원래 ‘내가 세계의 중심이고 싶어하는 존재’입니다. 유독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영장류보다 자아 의식과 자기 서사에 강하게 반응하죠. 그중 특히 한국인은 동양권에서도 ‘주체성 욕구’가 매우 강한 집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체성은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 모르게 일이 진행되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입니다. 그래서 배달앱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Q : 배달앱의 어떤 점이 한국인의 특성을 제대로 공략한 걸까요?
A : “한국인 특유의 ‘나 모르게 일이 진행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성향’을 제대로 짚은 거죠. 배달앱을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쓰는 이유도 음식이 어디쯤 왔는지 계속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은 음식이 어디쯤 오는지 실시간 추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배달의민족이 성공한 이유도 이용자에게 ‘내가 과정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Q : 예측 플랫폼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건가요?
A : “그렇습니다. 폴리마켓 역시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기존 여론조사는 젊은 세대에게 ‘너희는 그냥 표본일 뿐’이라고 느끼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폴리마켓은 ‘내 행동이 흐름에 영향을 준다’는 감각을 줍니다. 게임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그 지점입니다. ‘내 행동이 전체 생태계에 미세하게라도 영향을 줬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는 폴리마켓의 인터페이스나 피드백 구조를 보면서 ‘이건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설계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A : “인간은 원래 불확실성에 끌리는 존재입니다. 실험을 해보면, ‘한 시간 일하면 확정적으로 5만원을 준다’는 조건보다 ‘한 시간 일하면 2만~6만원이 적힌 룰렛을 돌릴 기회를 준다’는 조건에서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합니다. 평균 기댓값은 오히려 확정 보상이 더 높을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세상이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확정된 미래’는 오히려 재미없고 매력 없게 느껴집니다. 불확실성은 동시에 불안도 만듭니다. 하지만 불안은 양면적입니다. 불안을 다루지 못하면 질병이 되지만, 잘 다루면 엄청난 생산성과 에너지가 됩니다. 마감 직전에 집중력이 폭발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웃음).”
![김경일 게임과학연구원장은 과학적 분석을 통해 게임이 질병이 아닌, 스포츠 및 치료적 도구로 주목받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3일 에스피코리아와 함께 ‘게임적성평가도구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동 연구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 게임과학연구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2/joongang/20260522150224149vsgi.jpg)
━
인간은 행동했을 때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존재
Q : 숫자와 확률이 개입되면 사람들이 더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A : “심리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복권 효과’ 연구가 있습니다. 복권을 사기 전 사람에게 ‘당첨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보느냐’고 물으면 낮게 답합니다. 그런데 복권을 사고 나온 직후 다시 물으면 자기 당첨 확률을 훨씬 높게 평가합니다. 즉, 인간은 ‘내가 행동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합니다. 투표도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한 표가 실제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가 ‘사표(死票)를 만들고 싶지 않다’며 이길 후보를 선택하려는 경향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Q : 젊은 세대가 전통 여론조사를 불신하면서 오히려 예측 플랫폼에는 빠져드는 이유가 뭘까요?
A : “오늘날 사람들은 점점 ‘알고리즘적 사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논리적 사고는 ‘앞말과 뒷말이 맞는가’를 보는 사고지만, 알고리즘적 사고는 ‘앞 단계가 다음 단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봅니다. 기존 여론조사는 논리적 사고에 기반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대를 이렇게 표집했으니 전체 결과는 이렇다’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적 사고에 익숙한 세대는 이 중간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신뢰하지 않습니다. 궤변은 논리에서 나오고, 편향은 알고리즘에서 나옵니다. 폴리마켓은 논리적 궤변보다는 알고리즘적 편향을 만들어내기 쉬운 구조입니다.”
A : “그렇습니다. 그건 단순한 반항이 아닙니다. ‘내 행동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달라’는 당연한 요구인 거죠. 지금 세대는 SNS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내 행동 하나가 어디까지 퍼지는지 실시간으로 경험하면서 자란 세대입니다. 그래서 ‘그냥 좀 시키는 대로 해’라는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네가 지금 조이는 이 나사를 조금 더 정확하게 조이면, 제품 수명이 10년은 늘어난다’라고 말해주면 요즘 친구들은 굉장히 열심히 합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해요. 게임적 시스템은 바로 그걸 해줍니다.”

━
‘알고리즘적 사고’에 익숙한 세대에 더 영향
Q : 이런 게임적 시스템이 사회에 큰 변화를 불러올까요?
A : “매우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결국 ‘전자민주주의 시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Q : 앞으로 민주주의의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건가요?
A : “그렇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디지털 시스템 자체를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이 세대에게 ‘왜 아직도 투표소에 직접 가서 종이에 찍어야 하느냐’는 의문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예전에는 전화로 연애하는 것조차 실체가 없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여길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연해졌죠. 이메일, 채팅, 온라인 관계도 처음엔 모두 비정상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점점 디지털 상호작용도 ‘리얼’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폴리마켓 같은 시스템도 단순 예측이나 일회성·도박성 플랫폼이 아니라, 전자민주주의적 흐름의 일부로 봐야 합니다. ”
Q : 불확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은 왜 계속 베팅을 하게 되는 걸까요?
A :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려면, 먼저 반대로 질문을 해야 합니다. ‘왜 어떤 사람은 절대 베팅하지 않는가’라고요. 베팅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로 두 유형입니다. 첫 번째, ‘나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살아갈 것이다’라고 믿는 사람, 두 번째는 ‘어차피 앞으로도 이 상태에서 달라질 게 없다’고 체념한 사람입니다. 반면, 베팅하는 사람들은 ‘미래는 변할 것이다’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리서치 기반의 투자를 합니다. 반대로 세상이 망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극단적 고수익·고위험 상품에 몰립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고위험·고수익’이라는 말보다 정확한 표현은 ‘고수익·고불확실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도 비슷합니다.”
Q : 정치도 결국 투자와 비슷하다는 말인가요?
A : “어떤 면에서는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정치에서도 ‘고수익처럼 보이는 후보’를 찾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검증 없이 극단적 기대만 보고 선택하면 큰 비용을 치르게 됩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성과를 꾸준히 내는 정치인은 우량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민주주의가 결국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더 성숙해질 거라고 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는 여러 번 실패하고, 극단적인 선택도 해볼 겁니다. 하지만 그 경험 자체가 민주주의 학습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Q : 교수님께선 인간 사회에 대해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편인 듯합니다.
A : “맞습니다(웃음). 저는 기본적으로 인간 사회가 결국은 진보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끔찍한 실패도 있고, 이상한 정치인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100년 전과 비교하면 인류는 분명히 더 나아졌습니다. 유럽 극우 정당도 지금은 대부분 25% 이상을 넘기지 못합니다. 100년 전이었다면 아예 체제를 장악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결국 민주주의도, 사회도 더 정교해지고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측시장 플랫폼은 미래 전자민주주의적 흐름의 일부
Q : 폴리마켓 같은 예측 플랫폼은 단순 유행으로 끝날까요, 지금보다 더 진화하게 될까요?
A : “제 생각에 ‘폴리마켓’이라는 이름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 시스템 자체는 앞으로 사회를 계속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암호화폐나 NFT 같은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더 진화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과 궤를 같이할 거라 생각됩니다. 지금은 아직 초기 현상처럼 보이지만, 유튜브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아무도 이게 사회 전체를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는 모두 유튜브를 보고 있네’라는 시대가 왔습니다. 폴리마켓이나 예측 플랫폼도 비슷한 흐름으로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Q : 마지막으로, 게임과학연구원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A : “저는 게임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게임을 연구하는 게 아닙니다. 한국 사회를 더 ‘게임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여기서 게임적이라는 건 단순히 재미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5000만 국민 한 명 한 명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앱에서 ‘전역 출발 열차가 도착합니다’라고 뜨는 것도 저는 게임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park.sena@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위 99% 도려내도 살았다” 신애라 아빠 살린 ‘엄마의 주스’ | 중앙일보
- “스페이스X 망해도 여긴 뜬다” 엔비디아도 3조 꽂은 소부장 | 중앙일보
- 강남 여성만 골라 13명 납치했다…‘악마 4인조’ 반지하방 무슨 일 | 중앙일보
- 50대 남녀 낯뜨거운 ‘기내 성관계’…아이가 보고 승무원에 알렸다 | 중앙일보
- “촬영 중 강압적 성관계” 여성 출연자들 폭로…영국 인기 예능 결국 | 중앙일보
- 女수백명에 이뇨제 먹이고 촬영…고위공무원 가학범죄, 佛 발칵 | 중앙일보
- 배우 김규리, 자택 침입한 강도에 폭행당해…40대 남성 긴급체포 | 중앙일보
- 젠슨 황 “맛있다” 선 채로 폭풍흡입…대박난 국숫집, 다음날 한일 | 중앙일보
- ‘연봉 1억’ 삼전 직원, 성과급 6억땐…근소세 2억5000만원 낸다 | 중앙일보
- ‘노출 옷’ 여직원과 밀착사진 2만원…이런 카페 고교생도 줄 선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