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권력과 통치 外

과거의 성공 공식으로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시대다. AI는 일의 구조를 바꾸고, 인구 변화는 시장의 전제를 흔들며, 소비자는 기능보다 감정과 관계, 신뢰를 더 예민하게 따진다. 2026년의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무엇이 본질적 변화인지 가려내는 판단력이다.
'통찰 vol.3'은 복원력, 감정 경제, 철학적 지혜, AI 리더십, 혁신의 재설계, 초개인화 전략,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하나의 경영 질문으로 엮는다. AI를 비용 절감 도구가 아닌 역량 증폭 장치로 보고, 초고령화와 취향의 세분화를 새로운 시장의 언어로 읽으며, 기술이 빨라질수록 인간 이해와 책임의 기준이 더 중요해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휴넷리더십센터 지음 | 행복한북클럽)

열심히 일하는 것과 성과를 내는 것은 다르다. 같은 시간을 써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는 업무량이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 그치면 바쁨만 남지만, 먼저 본질을 정의하고 핵심 변수를 잡으면 실행의 방향이 달라진다. 수치화는 감각과 의욕에 기대던 일을 명확한 기준과 판단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도구다.
'수치화의 귀재'는 행동량, 확률, 변수, 장기 계획 등 성과를 좌우하는 요소를 숫자로 정리해 일의 기준을 세우는 법을 다룬다. 숫자는 사람을 차갑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감정과 막연함을 걷어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보이게 하는 언어다. 보고서는 길어지는데 성과가 남지 않는 사람, 열심히는 하지만 성장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노력보다 먼저 측정 가능한 기준이다. (안도 고다이 지음·정혁 옮김 | 핀라이트)

세계 경제의 100년은 협력과 각자도생이 반복된 역사였다. 대공황 이후 각국은 관세와 통화 절하로 위기를 떠넘겼고, 그 실패 위에서 브레턴우즈 체제와 IMF·세계은행·GATT가 세워졌다. 그러나 자유무역과 달러 패권, 금융 자유화는 안정만큼이나 불평등과 균열도 낳았다.
마틴 돈턴은 세계화의 역사를 성장의 서사가 아니라 권력과 규칙을 둘러싼 협상의 역사로 읽는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신자유주의, 2008년 금융 위기,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거치며 세계 경제 질서는 다시 흔들리고 있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세계는 경제적 국가주의로 후퇴할 것인가, 더 공정한 자본주의의 새 질서를 만들 것인가. (마틴 돈턴 지음·이은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도시는 건물과 도로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걷게 하고 멈추게 하고 기억하게 하는지로 자신을 드러낸다. 런던의 지하철 노선도와 보행자 표지판, 빨간 우체통과 블루 플라크, 공원과 시장, 찻잔과 펭귄북스의 표지는 모두 도시가 생활자에게 건네는 작은 문장들이다. 익숙해서 지나쳤던 사물들은 이동의 방식, 공공의 태도, 오래된 시간의 층위를 품고 있다.
김지원은 산업디자이너의 눈으로 런던의 길과 사물, 골목과 예술 공간을 따라가며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의 조건을 더듬는다. 좋은 도시는 압도하는 곳이 아니라 감각을 되돌려주는 곳이다. 걷고, 살피고, 만지고, 기억하는 사이 도시는 배경에서 관계로 바뀐다. 사랑할 도시는 그렇게 발견된다. (김지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에코에게 소설은 이론을 쉽게 풀어낸 예시가 아니라, 기호학이 자기 한계를 시험하는 장소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에는 중세 수도원 미스터리와 음모론적 지적 게임이 깔려 있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기호와 해석, 이성과 광신, 진리와 오독의 문제다. 디터 메어쉬는 에코의 소설을 통해 그의 기호학을 거꾸로 읽어낸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은 해석될 수 있다"는 말의 위험이다. 에코는 열린 해석을 말했지만, 아무렇게나 읽어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해석은 무한히 확장될 수 있지만 텍스트와 현실이 허락하는 경계 안에 있어야 한다. 이 책이 붙드는 에코의 핵심은 바로 그 긴장이다. 소설가 에코와 기호학자 에코는 그 지점에서 하나가 된다. (디터 메어쉬 지음·안정오 옮김 | 푸른사상)

타자의 자리에서 쓴다는 것은 고통을 대신 말하는 일이 아니라, 누가 왜 침묵당했는지를 끝까지 묻는 일이다. 비엣 타인 응우옌은 전쟁과 난민,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의 기억을 지나며 문학이 타자를 구원할 수도, 다시 지울 수도 있는 위험한 언어임을 직시한다.
그에게 타자성은 피해자의 이름표에 갇히지 않는다. 낯선 이와 적, 괴물 취급받는 존재, 그리고 우리 안의 알 수 없는 영역까지 품는 불편한 자리다. 글쓰기는 그 복잡함을 지우지 않고 공포와 비극에서 아름다움과 연대의 가능성을 길어 올리는 일이다. (비엣 타인 응우옌 지음·박설영 옮김 | 김영사)

노무현 대통령 연설문을 담당했던 참여정부 청와대 연설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장훈 작가가 30년 현장에서 길어올린 글쓰기의 기준을 한 권에 담았다. '리더의 글쓰기'는 대통령, 도지사, 시장, 국무총리, 공기업과 민간 기업 리더의 말과 문장을 설계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단순한 문장 기술이 아니라 기획과 판단, 소통의 과정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좋은 글이 화려한 수사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목적을 분명히 하고, 독자를 이해하며, 핵심 메시지를 구조화하고, 불필요한 말을 덜어내는 과정이 곧 좋은 보고와 의사결정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에도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매끄러운 문장이 아니라 책임 있는 언어와 명료한 사고라는 점을 강조한다. (장훈 지음 | 담담사무소)

조력임종은 '고통 없이 내 뜻대로 죽을 권리'처럼 보이지만, 이 책은 그 말 뒤에 놓인 한국 사회의 말기 돌봄 공백을 먼저 본다. 병원에서의 죽음, 연명의료 부담, 간병의 압박 속에서 '스위스에 가고 싶다'는 말은 선택의 표현이기보다 지금처럼 죽고 싶지 않다는 절망에 가깝다.
세 의사는 안락사와 조력임종, 연명의료 중단의 차이부터 해외 사례까지 짚으며 찬반을 서두르지 않는다. 책이 묻는 것은 법 도입 여부만이 아니다. 좋은 죽음은 좋은 삶과 충분한 돌봄 위에서만 가능하며, 한 사람의 죽음은 결코 혼자만의 결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박혜윤·신성준·최은경 지음 | 아몬드)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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