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맹신도 배척도 답 아냐…‘분별력’에 미래 달렸다”

보이스피싱과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AI)의 부작용이 일상을 위협하는 시대, 교회의 핵심 과제는 기술 수용이 아니라 영적 분별력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AI가 설교와 선교, 교육과 직업 세계를 빠르게 바꾸고 있지만 교회가 붙들어야 할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인간과 신앙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장천기념사업회(이사장 최이우 목사)는 22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 사회봉사관에서 ‘AI 시대의 목회’를 주제로 제3회 장천포럼을 열었다. 장천은 광림교회 원로였던 고(故) 김선도 목사의 호다. 이날 포럼에서 기술·신학 전문가들은 AI 시대 교회의 역할을 영적 분별력 회복과 다음세대 양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 소장은 AI를 젊은 세대에겐 이미 일상이 된 현재 기술로 규정했다. 그는 AI 챗봇과 AI 면접관, AI 의사, AI 판사, 실시간 통번역, 음성 복제 기술 등을 언급하며 “기성세대가 몰랐을 뿐 AI는 이미 현재에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AI가 가져올 편의만큼 악용 가능성도 커졌다고 경고했다. 단 몇 초의 목소리만으로 지인을 사칭하는 음성 복제, 얼굴과 음성을 조작한 딥페이크 영상, AI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AI 때문에 생기는 위험은 AI를 잘못 만들어 생기는 위험, 악용으로 생기는 위험, 일자리 변화와 불평등 같은 사회적 위험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험성에 맞설 교회의 기준으로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라는 신약성경 고린도전서 10장 23절을 제시했다. AI 시대 핵심 질문은 활용 가능 여부가 아니라 유익과 덕을 따지는 분별이라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AI를 무조건 배척하거나 맹신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청지기 직분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 시대에는 무엇보다 영적 분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다음세대 교육의 장으로 교회를 주목했다. AI 시대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협업과 인성, 학습 능력, 변화 수용력, 글로벌 감각, 미래 안목, 사고력, 도구 활용 능력을 꼽으면서도 “우리 사회는 도구 활용만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서는 작은 갈등도 학교폭력 사안으로 번지기 쉬워 관계 훈련이 어렵지만, 교회는 부딪히고 화해하며 협업과 인성을 배울 수 있는 공동체”라고 조명했다.
AI 시대 인재에게 필요한 여러 역량의 바탕에 영성이 놓여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교회만큼 좋은 훈련 터전이 없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 줄 수 없는 영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AI 시대 핵심 영역에 크리스천 청년들이 들어가 기술과 정책, 법과 제도 설계의 현장에서 청지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문제 제기는 김인수 감리교신학대 교수의 발제에서 신학적 질문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 기독교-다움의 회복과 영성적 응답’을 주제로 발제하며 “인공지능의 최고의 목표는 인간과 같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눈과 감각, 행동과 대화 방식까지 따라 하되 인간을 능가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이 AI 시대의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AI와 인간의 결정적 차이를 ‘하나님의 형상’에서 찾았다. 그는 “인공지능에게 있는 것은 인간의 형상일 것”이라며 “그러나 인공지능에게 하나님의 형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인간의 두뇌와 감각, 사회문화적 행동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라는 기독교 인간론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세대를 “태어나면서부터 터치하는 세대”로 설명했다. 이들은 디지털 감각과 자기 감각을 구분하지 않고, AI가 감각과 학습을 대체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김 교수는 이런 세대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교회가 기술을 외면하거나 기술에 함몰되는 양극단을 피하고,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다른 기독교-다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AI 시대 교회의 과제로 ‘영적 감각’의 회복을 제시했다. 생성형 AI가 인간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끌어와 일종의 초월성을 제공하지만, 이는 하나님과의 연합을 지향하는 기독교 영성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영적 감각이 깨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어쩌면 인공지능이 선사하는 영성을 살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변모’ 그림을 예로 들며 “인공지능 시대에 문제를 잘 알아야 하지만, 우리의 손가락이 어디를 향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기술과 문제를 분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하나님을 향하는 지향을 회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포럼은 AI를 주제로 진행됐지만, 행사의 바탕에는 장천 김선도 목사의 목회 유산을 계승하자는 취지가 있었다. 박동찬 장천기념사업회 회장은 김 감독을 “미래지향적인 지도자”로 회고하며 “생존해 계셨다면 AI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연구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최이우 장천기념사업회 이사장(종교교회 원로목사)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성경 대신 AI에게 묻고 속 시원한 대답을 듣는 시대가 됐지만, 그것이 삶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고 짚었다.

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도 “아무리 인공지능 시대라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을 것”이라며 “교회가 그 영역을 발견해 신앙적 차원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