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대신 '실구매 컬렉터'가 왔다…첫날 1580명 몰린 아트부산
무나씨 대작 완판·줄리안 오피 5점 판매
미술시장은 식었지만, 살 사람은 부산에 왔다. 21일 VIP 프리뷰로 문을 연 아트부산 2026에는 첫 5시간 동안 1580명의 VIP 관람객이 들어섰고, 주요 부스에서는 개막 직후 대작 완판과 판매 소식이 이어졌다. 프리뷰 첫날의 실제 성적은 올해 아트부산이 '구경하는 페어'보다 '사는 컬렉터의 장'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트부산 2026이 21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VIP 프리뷰로 문을 열었다. 올해 15회를 맞은 아트부산에는 18개국 100여 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프리뷰 첫날 5시간 동안 현장을 찾은 VIP 관람객은 1580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33% 늘었다. 티켓 판매도 오픈 한 달 만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7%를 넘어섰다. 단순 관람객 수보다 주목되는 건 현장의 기류다. 과열된 오픈런보다, 작품 앞에서 오래 멈추고 가격과 소장 이력을 묻는 차분한 컬렉팅 분위기가 두드러졌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대형 파란색 'ART BUSAN' 사인 아래로 관람객이 빠르게 흘렀다. 흰 부스 사이로 사람의 움직임이 겹쳤고, 곳곳에서 작품 설명을 듣는 소규모 무리가 생겼다. 이날 새로 확인된 건 실제 거래의 속도였다.
판매 성과 또한 이어졌다. 에브리데이 몬데이는 무나씨의 200호와 150호 대작을 개막과 동시에 모두 판매했다. 8m 규모 대형 병풍 작품에도 문의가 집중됐다. 디아 컨템포러리는 연여인 작품을 완판했다. 작품은 향후 미술관 등 기관 개인전에 대여하는 조건으로 국내외 컬렉터에게 판매됐다. 국제갤러리는 줄리안 오피의 'Angel couple 1.' 등을 포함해 작품 5점을 판매했다.

국제갤러리 부스는 올해 아트부산의 전시형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흰 공간 안에 줄리안 오피의 납작한 인물들이 서 있고, 그 사이를 실제 관람객이 걸었다. 검은 윤곽선의 인물 조각과 현실의 관람객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부스는 그림을 보는 공간이 아니라, 그림 속 인물들과 함께 걷는 장면처럼 보였다. 굵은 선과 단순한 색면은 멀리서도 시선을 잡았고, 사진을 찍는 관람객도 이어졌다.
해외 갤러리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글래드스톤은 살보, 우고 론디노네, 아침 김조은의 신작 등 출품작 전반에 대한 컬렉터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아와세 갤러리는 소소우엔 작품을 부산 지역 컬렉터에게 다수 판매했고, 보이드 갤러리도 마사호 아노타니 작품 문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갤러리바톤은 유이치 히라코의 조각과 회화를 부산 기업 컬렉터에게 판매했다. 지갤러리의 우한나 '트윈스'와 최윤희 '노래들 #4'도 새 주인을 찾았다.

올해 아트부산의 또 다른 축은 전시형 부스다. 더페이지갤러리는 정구호의 '백동(白銅)' 시리즈를 선보였다. 전통 반닫이의 금속 장식을 투명 아크릴 구조 안에 재해석한 작업으로, 작품 가격은 크기에 따라 7000만~9000만원 선이다. 아크릴 전문가와 금속 장인이 협업해 기포 없이 투명도를 구현한 제작 방식이 특징이다. 전통 가구의 장식은 더 이상 문을 여닫는 기능에 머물지 않고, 빛을 통과시키는 조각의 표면이 됐다.
작가와 갤러리가 부스를 전시장처럼 구성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했다. 맥화랑은 21m 규모의 김은주 대형 신작을 커넥트 솔로 부스에서 선보였다. 대형 작품은 일반 부스에서는 쉽게 걸기 어려운 규모다. 올해 아트부산이 판매용 소품 중심의 장터를 넘어, 작가의 작업 세계를 일정한 밀도로 보여주는 공간을 확보하려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현장의 평가는 '차분하지만 적극적'이라는 쪽에 가까웠다. 과거 호황기처럼 작품을 두고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부스를 찾은 컬렉터의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작품 가격, 작가의 전시 이력, 향후 기관 전시 가능성, 소장 조건까지 묻는 대화가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2021~2022년 미술시장 호황기에 유입됐던 단기 차익형 수요가 빠지고, 작품의 소장 가치와 작가의 지속 가능성을 보는 진성 컬렉터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컬렉터로 알려진 홍원표 탑산부인과·탑성형외과의원 원장은 올해 행사에 대해 "시장이 정체기를 겪으면서 미술 애호가들이 컬렉터로 남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트부산은 올해 관람객이 전시장과 도시 안에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연계 콘텐츠도 강화했다. 작가 스튜디오 방문, 아난티 협업 프로그램, 모모스 커피 협업 프로그램은 조기 예약이 마감됐다. 컨버세이션스 프로그램도 전 세션 예약이 완료됐다. 작품을 사고파는 시간만이 아니라, 부산에 머물며 보고 듣고 만나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에서 신생 하이브아트페어가 같은 기간 열리는 상황 속 아트부산은 '지역 페어'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묶는 체류형 아트페어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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