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 남은 2년은 달라져야 한다
[조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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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24년 8월에 열린 장애인학대 대응체계 개선 및 강화를 위한 토론회. 아래 왼쪽부터 강경숙 의원, 서미화 의원, 최보윤 의원, 김예지 의원. |
| ⓒ 김예지의원실 |
현재 시각장애인 당사자 국회의원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서미화 의원과 국민의힘의 김예지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여야 모두에서 시각장애인 비례대표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장애인 복지 확대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장애인 이동권과 정보 접근권, 생계 문제 등 장애 당사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국회 안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는 기대도 컸다.
실제로 김예지 의원은 점자법 개정안 발의와 정보접근성 개선 활동 등을 이어오며 시각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럼에도 현장의 중증 시각장애인들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특히 많은 중증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절실하게 이야기하는 문제는 이동권과 경제적 자립이다.
장애인 콜택시인 복지콜은 여전히 긴 대기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역과 시간대에 따라 1~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활동지원사나 보호자 없이 이동해야 하는 전맹 중증 시각장애인들은 바우처택시 이용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차량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기사와 연락이 원활하지 않거나 승하차 과정에서 안전 문제를 겪는 사례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아는 한 맹학교 교사는 출퇴근 시간에 복지콜이나 바우처택시를 거의 이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차량 도착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정확한 출근 시간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1년에 한두 번 정도만 복지콜을 이용한다고 털어놓았다. 이동지원 서비스가 존재는 하지만, 정작 생업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 이동에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이동 자체를 포기하는 장애인들도 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거주하는 한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은 복지콜을 이용하고 싶어도 빠듯한 생활비 때문에 이용 횟수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이나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사실상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계 문제 역시 심각하다.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한 중증 시각장애인은 병든 어머니를 돌보며 별도의 경제활동을 하지 못한 채 장애인연금과 기초생활보장 급여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필자에게 "지금의 장애인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너무 어렵다"며, 물가 상승에 맞춰 장애인연금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인상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천 원이면 살 수 있었던 음료 하나도 이제는 천오백 원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식료품과 외식 물가 상승은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장애인연금과 생계급여만으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현재의 물가는 사실상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서울 남구로에 거주하는 한 40대 중증장애인은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콩이나 빵, 과자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기나 생선 같은 균형 잡힌 식사는 엄두조차 내기 어렵고, 복지관이나 주민센터에서 지원하는 김이나 통조림으로 버티는 날도 많다.
최근에는 식사를 하다가 치아가 세 개나 빠졌다고 활동지원사에게 보여주며 "어떡하냐"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하지만 치료를 받기도 쉽지 않다. 임플란트나 보철 치료 같은 치과 진료는 비급여 항목 비중이 높아 수백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초의료급여 대상자라 하더라도 실제 치료비 부담은 여전히 매우 크다. 결국 그는 통증과 불편을 견디면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중증장애인들의 삶은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 생존과 건강 자체가 위협받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이동이 어려워 사회활동과 경제활동에서 배제되고, 낮은 소득과 높은 의료비 부담으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장애인 문제를 특정 의원 두 명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예산과 입법,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의 등 복합적인 구조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은 장애 당사자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고, 이를 국회 안에서 제도 개선으로 연결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22대 국회 전반기 2년 동안 장애인 당사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남은 후반기 2년만큼은 이동권 개선과 장애인 생계 안정 문제를 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여야를 떠나 두 의원이 중증장애인들의 삶과 고통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장애인 정책이 보여주기식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장애인 당사자가 국회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는 장애인들도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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