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 라민 야말은 잘못이 없다
[이원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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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FC 바르셀로나의 라리가 우승 기념 오픈카 퍼레이드에서 라민 야말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드는 광경을 촬영한 소셜 미디어 영상 캡처 화면. 2026.5.11 |
| ⓒ 로이터=연합뉴스 |
한국 시각으로 지난 5월 11일 (월) 새벽에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FC 간의 엘 클라시코가 바르셀로나 캄 노우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두 명문 팀 간의 자존심 맞대결에서 마커스 래시포드의 오른발 감아차기 선제골, 다니 올모의 어시스트를 받은 페란 토레스의 쐐기골로 FC 바르셀로나가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2-0으로 이겨 2회 연속 라리가 컵을 품에 안았다.
2회 연속 라리가 우승을 축하하러 FC 바르셀로나는 다음날 시내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 퍼레이드엔 현재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스페인의 미드필더이자, 유로 2024 우승 주역인 라민 야말(Lamine Yamal)도 함께 했다. 그는 팬으로부터 건네받은 팔레스타인 기를 건네받고선 그 깃발을 흔드는 퍼포먼스를 펼쳤는데,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뜨겁다.
이와 관련해 대중의 가장 많은 반응은 "팔레스타인 지지와 하마스 지지는 다르다"라는 것이었단다. 라민 야말의 행위만으로 하마스 지지자로 몰아가는 건 의도적 프레임이라며, 그의 행위를 지지하는 주장이었다. 반면 '팔레스타인 지지가 하마스 정당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라며 사실상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의견을 내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관련기사: 라민 야말이 흔든 팔레스타인 국기, 축구 넘어 전쟁·정치 논쟁으로 확산).
이에 대해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 군이 지난해 10월 7일 유대인을 학살하고 강간한 테러 조직 하마스와 싸우는 동안, 야말은 이스라엘에 대한 선동과 증오 조장을 택했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바르셀로나의 한지 플릭 감독은 5월 12일 기자회견 당시 야말의 팔레스타인기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개인적으로 면담했다고 하면서도 야말이 성인이기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관련기사: 야말, 팔레스타인 국기 흔들다 이스라엘이 엄중 경고 "테러 조직 지지하냐"... 플릭 감독도 손절? "마음에 안 들어").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이 "하마스가 유대인을 학살하고 강간했다"라고 한 말은 사실이기도 해서, 하마스의 그런 행위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수많은 유대인 여성 및 아동 등 민간인들을 살해한 잔혹 행위이자 명백한 국제 인도법 위반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사안을 하마스 대 이스라엘이란 단편적 구도로 보는 것이 전부일까?
테러, 분쟁 등의 단편적 프레임이 가리는 이스라엘의 식민주의 역사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언론은 이 사안을 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conflict)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들의 분쟁 프레임은 마치 양측이 대등한 물리력, 지위를 가진 것 같은 착시를 가져와 이 사안의 본질인 점령국과 피점령국 간의 비대칭적 관계를 은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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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고향에서 강제로 이주당해 피난길에 오른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모습. 아랍어로 대재앙을 뜻하는 나크바(Nakba)의 비극을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물이다. |
| ⓒ 위키미디어 공용 |
이는 점령 지역으로부터 점령국 영토, 점령 여부를 막론하고 제3국 영토로 피보호 주민을 개인적으로 또는 집단으로 강제 이주 및 추방하는 행위는 그 동기를 불문하고 금지한다는 제4차 제네바협약 제49조 1항의 명백한 위반이다. 또한, 점령국은 자국 민간인 인구의 일부를 점령한 영토로 추방하거나 이주시켜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제4차 제네바협약 제49조 6항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스라엘의 정착촌은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불법 정착촌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정착촌을 계속 확장했고, 정착민들은 팔레스타인 올리브 농장과 가옥 파괴는 물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해 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의 주요 지하수원인 산악 대수층(Mountain Aquifer) 물의 80% 이상을 자국 영토와 불법 정착촌에 비대칭적으로 배분하고 있었다. 반면, 피점령민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수자원 접근권은 20%에 불과했다. 동시에 이스라엘 당국은 팔레스타인 농가가 수자원 개발 시설을 개발하거나 빗물 저장고를 만드는 것조차 파괴, 압수 등의 방식으로 철저히 통제하는 등 구조적이고 부당한 차별행위를 벌여왔다(관련기사: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 지구 및 가자 지구 수자원 이용 제한). 이런 이스라엘의 행위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감행 이후에도 계속됐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런 행위들에 대해, 2024년 7월 19일 팔레스타인 점령과 정착촌 확장을 불법이자 국제법 위반으로 못박으며, 이것이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이 사안은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에 기반한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통한 인종차별과 팔레스타인인 집단학살이 본질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언론은 이렇게 비대칭적인 힘의 관계에서 나오는 식민주의, 아파르트헤이트, 집단학살 대신 힘이 대등한 주체들이 싸우는 분쟁으로 축소 묘사하며, 팔레스타인 사안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에 저항해 1987년 팔레스타인 민중봉기 때 가자지구에 등장한 세력이 바로 하마스다.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 승리 이후 가자지구의 실질적 통치세력이 됐다. 식민주의를 통한 인종차별, 집단학살이 계속되는 군사적 조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수십 년간 누적된 이스라엘의 구조적이고 부당한 폭력과 가자지구 봉쇄가 임계점을 넘어선 시점에 발생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팔레스타인 내부의 다층적 민심과 억지 프레임의 한계
앞서 언급했듯, 불법 점령에 저항한다고 민간인 학살이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혹한 식민주의가 계속되는 한 이런 참혹하고 비극적인 충돌은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하마스에 대한 여론은 다층적이다.
실제 팔레스타인의 현지 싱크탱크인 팔레스타인정책조사연구센터의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주민 중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결정이 잘못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57%, 옳은 결정이라고 한 비율은 39%였다. 이 연구를 주도한 센터 소장은 하마스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장악하기를 바라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관련기사: 팔레스타인 내 하마스 지지 약화… "이스라엘 공격 잘못" 50% 넘어).
이와 같은 역사적·내부적 맥락을 거세한 채, 하마스를 테러세력으로 무조건 단정짓는 것이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 하마스 지지하는 것으로 몰아세우는 이스라엘 측의 발언은 사실상 논리적 비약이자 억지 프레임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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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민 야말의 퍼포먼스를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 선동'이라 비난한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에 맞서, 야말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메시지를 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의 글 |
| ⓒ ilmfeed X 갈무리 |
국제사법재판소가 명시했듯, 이스라엘의 억압은 구조적 인종차별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라민 야말의 연대는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 인종차별 반대(No Racism)라는 인류의 궁극적 가치를 실현한 것이라 보아야 한다.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오랫동안 내세운 핵심 구호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이 국제 스포츠기구가 벌인 행보는 이런 가치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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