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바퀴벌레"…대법원장 망언에 인도가 들썩
30세 청년, 바퀴벌레국민당 창당·당원 모집
"바퀴벌레는 썩은 곳에서 번식…인도 상황"
인도에서 대법원장의 "미취업 청년은 바퀴벌레" 발언이 대규모 정치 풍자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의 공개 재판 발언이 인도 청년들의 분노에 불을 붙이고 있다. 칸트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취업도 못 하고 직종 내 발붙일 곳도 없는 바퀴벌레 같은 청년들이 언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활동가가 돼 모두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막말에 가까운 발언이 대법원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었다. 칸트 대법원장은 이튿날 "가짜 학위로 전문직에 진입한 이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청년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노는 창의적인 반격이 됐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홍보학을 공부하며 구직 중이던 아비짓 딥케(30)는 지난 16일 BJP(인도국민당)를 풍자한 가상 정당 'CJP(Cockroach Janta Party·바퀴벌레국민당)'를 만들었다. AI를 활용해 바퀴벌레를 의인화한 로고와 이미지를 제작하고, 웹사이트·SNS 계정·당원 가입 제도까지 갖추는 데 걸린 시간은 72시간이었다. 딥케는 "대법원장이 나를 정확히 지칭했다. 내가 바로 바퀴벌레"라고 말했다.
가입 조건은 '실업 상태일 것, 육체적으로 게으를 것, 하루 11시간 이상 온라인에 접속해 있을 것, 전문적인 비판 능력을 갖출 것' 4가지였다. 구글 설문지를 통한 당원 신청자는 사흘 만에 35만 명을 넘겼고, 창당 일주일도 안 돼 SNS 팔로워는 약 1300만 명에 달했다. 마후아 모이트라 서벵골주 하원 의원 등 현직 의원들도 가세했다.
의회당·삼아지와디당·AAP(서민당)·시브세나 등 주요 야당도 CJP 지지를 공개 선언하며 청년 실업과 거버넌스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샤시 타루르 의회당 의원은 "수백만 팔로워는 청년들이 출구를 찾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CJP 지지자들은 실제 비하르주 방키푸르 보궐선거 출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매년 800만 명 이상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이 중 약 30%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BJP 정권 12년간 이어진 실업난과 인플레이션, 소수 자본가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에 대한 불만이 이번 운동의 토양이 됐다는 분석이다. 딥케는 이날 '인디아투데이' 인터뷰에서 "전 세계 어떤 운동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 정도 팔로워를 얻은 적은 없을 것"이라며 "인도 청년들은 스스로 이 운동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딥케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권력자들은 바퀴벌레가 썩은 곳에서 번식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오늘날 인도의 모습이 바로 그렇다"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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