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24초 만에 맨홀 솟았다…강남 물난리 재현한 900평 실험장 [르포]

빗물받이가 막히자 왕복 6차선 도로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도로 양옆에 있는 인도 역시 사람이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 비가 내리면 맨홀과 빗물받이를 통해서 빗물이 우수관으로 유입되는데요. 비로 인해 토사가 유입돼 우수관이 막혔을 때 침수 상황을 재현하는 실험을 하는 중입니다. "
권영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박사후연구원이 물에 잠기는 도로를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지난 19일 방문한 이곳은 경북 안동시 건기연 하천실험센터 안에 있는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이다.

이날 처음 공개된 3000㎡ 규모의 이 실험장은 서울 반포천 일대에 있는 왕복 6차선 도로와 인도뿐 아니라 지하 우수저류시설·배수터널, 빗물펌프장까지 그대로 본떴다. 극한호우가 왔을 때 도시에서 발생하는 홍수의 전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비 대신 인근 낙동강 물을 저수지에 저장했다가 월류시키는 방식으로 시간당 최대 175㎜의 극한호우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
강우량 4배 늘면 침수 속도 6배 증가

극한호우의 위험성은 실험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시간당 강우량이 늘어나는 것보다 침수 속도는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미 많은 비가 내려 우수관이 절반가량 막힌 상황을 가정하고 시간당 44㎜ 강우 수준의 물을 공급한 결과, 37분 만에 성인의 허벅지 높이인 70㎝ 수위까지 차올랐다.
같은 조건에서 강우량을 175㎜/hr로 늘렸더니 70㎝ 높이까지 차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6분이었다. 강우량이 4배 늘어난 것과 달리 침수 속도는 6배나 빨라진 셈이다.
김종민 건기연 전임연구원은 “강우 강도가 배수 시설의 설계 한계를 넘어가게 되면 기능이 더 빨리 상실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강우 빈도 증가에 따라 단순히 우수관의 크기를 늘리기보다는 분석을 통해 더 효과적인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수관 막히자 24초 만에 맨홀 이탈

실제 우수관이 90% 막힌 상황을 가정해 실험한 결과 약 24초 만에 20㎏의 맨홀 뚜껑이 ‘펑’ 하는 소리를 내면서 하늘로 솟구쳤고, 곧이어 물기둥이 치솟았다. 건설연은 실험을 통해 우수관의 압력이 0.03바(bar)를 넘었을 때 0.5m 크기 맨홀 뚜껑이 이탈하고, 물기둥도 최대 70㎝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건기연은 실험장에서 분석한 데이터를 도시홍수 예·경보를 위한 수치해석 및 모델 고도화 연구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이번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 구축 및 운영은 기후위기 시대에 실효성 있는 도시 홍수 방어 정책 수립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실험을 통해 검증된 데이터가 국가 홍수 대응 정책과 제도 개선에 핵심적인 근거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안동=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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